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오늘 중앙일보 칼럼에서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2030 세대의 표심이 심상치 않다. 그 경향은 점점 강화될 게다. 이미 시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보수는 아마도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할 거다>라고 했다. 윤석열 세력이 장악한 국힘당이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을 거부한다면 보수의 구명정으로 갈아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국민의힘의 의총을 보면 그렇게 처참하게 지고도 거기서 배울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진 교수는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탄핵에 반대한 후보를 내세운 것 자체가 난센스. 근데 그 후보가 다시 당의 대표로 나설 채비를 한다>는 말로 사태의 핵심을 정리했다.

그는 권성동을 중심으로 한 친윤 당권파를 거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원이 선출한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쫓아내고, 당원이 선출한 후보도 제멋대로 내치려 한 사람들. 이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한 그 당에선 그 어떤 혁신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층과 김문수 후보의 보수층 사이엔 탄핵의 강보다 더 넓은 강이 가로 놓여 있다. 세대연합을 복원하지 못하면 대선 필패의 구도가 영원히 고착될 것이다>고 했다.

탄핵에 반대한 것, 민주절차를 무너뜨린 것, 보수를 분열시킨 것. 이 세 가지에 모두 책임이 있는 것은 물론 국힘의 주류인 ‘친윤’ 세력인데 이들이 여전히 당 안에서 주류로 남아 위세를 부리면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개혁안을 제시하며 이를 당원 여론조사에 붙이자고 제안했지만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다수가 이를 거부했다면, 이미 자기들이 당원들 뜻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을 스스로 안다는 얘기라고 했다.

친윤당권파에 <중요한 것은 당의 미래도, 보수의 미래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들의 현재다. 대권은 양보해도, 막대기만 꽂아 놓아도 당선되는 내 자리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생각>이다.

이젠 내세울 ‘인물’도 없고 그렇다고 기득권을 놓을 수는 없으니, 먼저 친윤 원내대표를 뽑고, 그를 통해 친윤 비대위원장을 임명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자기들이 계속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계산인데 이 이권 카르텔이 그때그때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숙주를 간택해 살아가다, 숙주가 죽어버리자 그 몸에서 빠져나와 기생할 또 다른 숙주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땅한 숙주를 찾지 못하면 흘러간 대선후보를 재활용하려 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당원들의 궐기를 호소한다. <어차피 그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터. 결국 다시 한 번 당원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참회와 혁신 위에 당원들의 총의로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새로운 지도체제를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보수의 구명정으로 준비해둔 개혁신당 중심으로 보수를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