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제기해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 지귀연 판사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하여 사실상 법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천 처장은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저희는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입장처럼 이 부분에 대해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오는 금요일인 14일까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유를 밝혀 법조계 에서는 이에 대해 재판부가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심우정 검찰총장은 검찰 특수본의 반발을 누르고 즉시항고를 포기한 상태이다. 즉시항고를 해야 대법원의 판결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판사의 구속기간 산정방법이 맞는지 공수처가 수사권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데 검찰총장이 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천 처장은 즉시항고 기간이 7일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금요일까지 항고 기간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구속이 돼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즉시항고에 따라 상고심이 법적 판단을 하는 데 특별한 장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판단 여하에 따라 그 후 신병에 대해 어떻게 하는지 하는 부분은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례적으로 즉시항고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귀연 판사와 심우정 총장이 한 결정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라는 뜻이기도 하다.

법원은 지난 7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구속 기간은 날이 아닌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경우 구속 기간을 넘겨 기소됐기에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윤 대통령은 석방됐다. 그러나 법원이 날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것은 형사소송법과 수십 년 관례를 위반한 것이란 비판이 현직 판사와 검사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데다가 대검은 일선 검사들에게 종전처럼 시간이 아닌 날을 기준으로 구속기소를 하라는 지시를 내려 혼란을 가속시키고 있다.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논리는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 항고가 위헌이므로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 항고도 위헌이 될 것이란 주장인데 이는 앞뒤 맞지 않은 억지임이 자명하다. 검찰은 몇년 전에도 즉시항고를 한 적이 있고,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으로 결정되어 그런 조항이 사라졌지만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제는 살아 있어, 즉 위헌이 아니란 증거이므로 검찰총장이 초보적인 법해석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 무리를 해가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를 풀어주어 개선장군처럼 행동하게 한 이유가 궁금하다.

잡범이라면 즉시항고를 했을 터인데 내란 우두머리임으로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특혜석방을 결정했고 검찰총장은 이를 바로잡을 수단을 포기함으로써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 석방이란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의심에서 기획탈옥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특별대우는 민주당이 내세우는 '내란 비호'라는 프레임에 갇힐지 모른다. 검찰이 오해를 벗으려면 대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즉시항고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윤석열을 위한 불법적 편의제공이란 의심을 자초하는 것이 된다.

대검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천 처장이 즉시항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법사위 상황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