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계엄 前後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6통의 전화 모두 결론적으로 국회의원 체포를 닦달하는 내용이었다”고 검찰에 진술했음이 밝혀졌다. 국회의 활동을 금지한 불법한 계엄 포고령을 위반했다는 명분으로 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반복했다는 이야기다. 조 청장은 “국회 봉쇄를 해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는지는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으려 했다면 계엄의 위헌성이 뚜렷해진다. 앞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헌재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고, 헌재가 직권으로 증인으로 채택한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제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부하들은 다 안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측은 “아무 일도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다” “호수 위에 달 그림자”라는 식으로 부인한다. 어제 헌재에서 진행된 9차 변론에서도 국회 대리인단이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등 조 청장의 검찰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자고 하자 윤 대통령 측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인물의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는 건 위법”이라며 반발했다.

수사기관의 조서를 탄핵심판의 증거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헌재가 평의를 거쳐 이미 지난달에 결정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 측이 異議를 제기하자 헌재는 과거 사례와 법리를 들어가며 별도로 설명하기도 했었다. 동아일보는 "그럼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 헌재의 공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조선일보는 반복적으로 윤석열 입장을 대변, 헌재를 공격하고 있다. 검찰 진술은 피고인이 다 읽어보고 서명한 것인데 이를 형사 사건 재판이 아닌 탄핵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재판이 진행되기 어렵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계엄은 분명히 잘못됐다”라면서도 “계엄 때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고, 17일 헌재를 항의 방문한 30여 명의 여당 의원은 “헌재가 국정 마비의 공범”이라며 압박했다. 동아일보는 "헌재는 20일 10차 변론을 열 예정인데 절차 시비로 실체적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