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囹圄)의 몸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위해 추운 날씨에도 서울구치소 앞에서는 연일 지지자들이 모여 목이 터져라 볼이 얼얼하도록 함성을 외치고 있는 그들도 국민의 일부다.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계속 옥중서신을 보내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윤 대통령 자신이 겪고 있는 고초보다 국민 걱정이 더많다. "다만 무엇보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고, 국민 중에 하루하루가 지내기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추위와 생계에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걱정과 꿈을 키워야 하는 청년들 미래세대들이 현실에 좌절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더 걱정된다"고 했다.
옛 속담에 ‘반갑잖은 손님 삿갓 들치며 인사한다’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이 옥중서신에서 자꾸 국민을 들먹거릴 때마다 가만히 있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괜히 화가 난다. 윤 대통령이 국민 운운할 때는 내가 포함되는 전 국민을 얘기하는 건 아닌 것이 분명한데 자꾸 뭉뚱거려 말하니 이 국민인지 저 국민인지 잘 모르겠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게 절대 권력을 행사했던 지난 2년 몇 개월 동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 적이 없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싸늘한 경고를 보냈다. 국민의 준엄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난해 2월 의료대란을 일으켜 수 만 명의 젊은 의사와 예비의사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치료가 급한환자들을 거리를 헤매게 만들었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국민들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철저하게 꾸짖고 분명한 경고를 보냈지만 또다시 민심을 외면했고 문제의 지난 12.3 때는 헌법조차 무시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전 국민들을 파천황의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 때는 그토록 외면했던 윤 대통령이 이제 수감자가 되어 국민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국민 걱정을 하는 것은 생뚱맞고 뜬금없다. 국민을 저버렸던 대통령이 쫓기는 몸이 되니 내동댕이쳤던 국민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제부터 옥중서신을 보낼 때 국민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주면 좋겠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구치소 앞에 나와 저를 응원해 주시는 국민여러분’이나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앞에 나와 저를 응원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말이다.

원래 매국노가 애국을 침이 마르도록 말하고 국민을 무시했던 권력자가 쫓겨나면 국민을 더 들먹거린다는 것은 알지만 윤 대통령이 국민 얘기할 때마다 국민이란 낱말을 자꾸 인터넷으로 의미를 찾아보게 되니 여간 귀찮지가 않다. 걱정 안 해도 국민들은 설날 떡국 맛있게 먹을 테니 대통령님은 콩밥이나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