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사랑의 정열과 종교적 양심의 調和(조화)

정열은 그에게 늘 붙어 다니면서 양심이 요구하는 대로 참회하려는 그의 시도를 좌절시켰다. 그 때 헤스터와의 비밀 再會(재회)에서 그는 정반대의 代案(대안)을 시도하려고 했다. 즉 그는 사랑에 沒入(몰입)하는 연인이 되어 청교도사회에 대한 모든 의무에서 도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성격이나 인격으로 보아서 이전에 정열에서 도피하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처럼 헤스터와의 사랑의 도피에서도 성공할 수는 없다.

헤스터는 자신의 영향으로 딤즈데일이 聖職者(성직자)로서의 束縛(속박)에서 벗어나서 그녀가 주창하는 사랑의 信經(신경)으로 개종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한 일은 딤즈데일의 영혼 안에서 서로 싸우고 있던 신념들을 조화시키는 것이었다.

헤스터를 통해 딤즈데일 목사는 죄인으로서만 간주했던 自我(자아)를 이제는 사랑을 하는 자아로 인식하고 수용하게 되었다. 개종의 과정에서 딤즈데일은 파괴되기는커녕 그가 주지사 선거일 설교원고를 쓸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강렬한 에너지와 생생한 상상력과 接續(접속)하게 된다. 딤즈데일은 분명히 새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그 새사람은 하나의 자아가 또 다른 자아로 전환한 것이 아니고 두 자아의 합성이다.

두 개의 자아가 통합된 하나의 內的 統一體(내적 통일체)는 이제 ‘공개 자백’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필수적으로 만든다. 양심과 정열은 둘 다 공개를 필요로 한다. 마지막 교수대 장면에서 아서는 간통을 범하는 정열을 하나의 죄로 인정하는 고백을 하지만 동시에 그런 정열은 하나의 힘이 된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공개고백을 통해서 그는 또한 정신적 자존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을 전달한다. 그가 가슴에 새겨 진 주홍글자 ‘A’를 드러낼 때에 그는 “가장 예민한 고통의 위기에서 승리를 획득한 사람처럼 환희의 紅潮(홍조)를 띈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선다.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승리의 恥辱(치욕)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는” 神에게 감사한다. 죄의 진실된 고백이 치욕도 승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아서의 당당함은 교수대에서 자신의 죄를 대중 앞에 당당하게 고백하는 헤스터의 오만한 자세를 연상시킨다. 정열의 죄일지라도 그 죄를 양심적으로 진실하게 고백하면 진실은 거만하게 보일 만큼 인간을 당당하게 만드는 것이다.

헤스터 프린의 愛情觀(애정관)은 ‘진정한 연인들의 강렬한 정열은 그 자체로서 존재이유가 된다고 믿는’ 전통적인 것이어서 그녀는 逃避(도피)를 斷念(단념)하는 아서의 결정을 거부감을 가지고 수용하게 된다.

그녀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종교적 의무에 대한 아서의 걱정과 관심에 공감하지 않으며 사랑의 정열과 종교적 양심의 조화에 대한 아서의 환희를 공유하지도 않는다. 헤스터는 아서의 결정에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해 강요당하듯이 자신의 뜻에 反(반)해서” 應(응)한다.

그들이 교수대에 올라갔을 때 그리고 사랑의 도피 대신 고백을 하려는 아서는 “이것이 숲에서 우리가 꿈꾼 것 보다 더 좋은 것 아니겠소?”라고 묻는다. 헤스터의 대답은 헷갈리는 것이었지만 사랑의 도피에 대한 그녀의 낭만적인 갈망을 나타낸다.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더 좋다고요? 그래요. 그래서 우리는 둘 다 죽는 거예요. 그리고 어린 펄도 우리와 함께 죽어요!”

‘죽음에 대한 소망’을 이렇게 즉각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낭만적 연애처럼, 雄壯(웅장)한 스타일로 생각하고 느끼는 연인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典型(전형)이다. 그러나 아서는 죽음을 앞두고도 이런 이상적인 죽음으로 결말을 짓는 것에는 강력하게 반대한다:

〈“당신과 펄을 위해서 말씀드리는 바요. 하나님이 명하시는 대로 사시오… 하나님은 자비로우십니다. 하나님께서 내 눈앞에서 분명하게 보여주시는 뜻을 말하는 것이오…”〉

사랑하는 사람에 하는 마지막 말에서도 헤스터의 특성이 나타난다:

〈“우린 다시 만날 수 없을까요?”
그녀는 그녀의 얼굴을 그의 얼굴 쪽으로 가까이 굽히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확실히, 우리는 이 모든 고뇌에 人質(인질)이 되어왔어요.”〉

그녀의 견해로는 그들의 사랑은 무덤을 넘어 저 세상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서는 來世(내세)에서 이루어지는 영혼의 사랑이라는 마지막 위안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는 그들이 서로의 영혼에 대한 존중을 깨뜨리는 죄를 지었음을 상기시키고 “後世(후세)에서 영원하고 순수하게 결합할 수 있다고 희망하는 것은 허망한 짓이에요. 하나님은 모든 걸 아시고 하나님은 자비로우십니다”라며 그들의 재회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그래서 아서는 헤스터의 肉身(육신)의 목숨은 물론 불멸의 생명까지도 낭만적 사랑의 神이 아닌 자비로운 하나님에게 위탁한다.


# 12
一連(일련)의 相反(상반)되는 이미지들

‘주홍글씨'의 로맨스가 시작됨에 따라 우리는 ‘주홍글씨’의 무대는 하나의 도덕적 풍경 과 닮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주홍글씨’의 풍경에는 일련의 相反(상반)되는 이미지들이 나타난다.

먼저 감옥의 門(문)이 있다. 그것은 어둡고 嚴酷(엄혹)하며 추악하게 보인다. 감옥의 문은 그것을 건설한 문명세계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사회적 법률의 가혹함을 대표하는 것이다. 감옥의 문 옆에는 사회적 통제가 없는 자연세계를 대표하는 장미덩굴이 감옥과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자라고 있다.

감옥의 문과 장미의 對照(대조)는 다음 章(장)에서 인간간의 대조로서 나타난다. 헤스터가 공개적으로 수치를 당하고 있는 ‘장터’의 청교도 여인들은 감옥의 연장이다. 그들은 공격성이나 嚴酷(엄혹)함에 있어서 남자와 같다.

한 지체 높은 부인은 간통죄를 범한 헤스터의 이마에 烙印(낙인)을 찍기를 원하고 또 다른 부인은 “우리들 모두를 수치스럽게 만든 이 여자는 죽어야 해. 이 세상에는 법도 없나?”라고 소리친다.

부인들의 이런 음울한 合唱(합창, chorus)에 대조를 이루는 것은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젊은 여인의 부드러운 모습이다.
“ ‘여러분들, 진정하세요! …저 여인은 마음(heart)으로 수치를 느끼고 있어요’ 라고 그녀는 속삭이듯 낮은 소리로 말한다.”

젊은 여인은 ‘마음’을 강조하는 데 마음은 ‘주홍글씨’에서 압도적인 이미지가 된다. 이것은 딤즈데일이 그의 마음이 있는 심장을 계속 손으로 가리는 것에서도 立證(입증) 된다. 謹嚴(근엄)한 부인들에게 반기를 드는 젊은 여인은 엄중한 계율에 반대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대표하고 있다.

헤스터와 칠링워스도 정확하게 대조를 이룬다. 이들은 일련의 相反的(상반적)인 이미지 중의 하나이다. 헤스터는 그녀를 동정한 젊은 여인의 强化(강화)된 모습이다. 헤스터도 아기를 안고 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칼과 옷의 풍부한 색채는 그녀를 여인의 表象(표상)으로 만든다.

호돈은 그녀를 르네상스 예술의 마돈나에 比喩(비유)한다. 무제한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대표자로서의 그녀의 역할은 ‘청교도 법전의 음산한 嚴酷(엄혹)함’의 權化(권화)로서 그녀 앞에서 행진하고 있는 敎區職員(교구직원, beadle)과의 대조에 의해서 더욱 더 선명해진다.

교구직원의 역할은 칠링워스에 의해 재빨리 대체된다. 칠링워스는 헤스터로 하여금 나이 많은 자신과 사랑이 없는 결혼을 하게 한 것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어느 정도 그녀를 용서하지만 그녀의 애인에 대해서는 복수의 불길을 태운다.

이런 점에서 그는 헤스터의 궁극적인 敵對者(적대자)가 된다. 복수의 악마적인 추진과정에서 칠링워스는 청교도사회의 硬直(경직)된 正義(정의)의 가장 엄격한 化身(화신)으로 변형된다. 헤스터가 감성해방의 화신이라면 칠링워스는 이를 억압하는 계율의 권화이다.

헤스터와 칠링워스 사이에 딤즈데일이 있다. 그는 ‘주홍글씨’에서 가장 복잡한 인물이며 가장 事實的(사실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인성에 헤스터와 칠링워스가 나타내는 兩極端(양극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헤스터의 무제한적인 정열에 참여했지만 칠링워스가 가할 수 있는 것 보다 더 가혹하게 자신을 징벌했다.

칠링워스의 가혹한 고문은 계속된다. 고문의 즉각적인 효과는 딤즈데일 목사를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칠링워스는 딤즈데일 목사를 고문하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목사의 목숨을 연장시킨다.

그러나 칠링워스가 가하고 있는 고문은 딤즈데일 자신의 내적인 드라마의 외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칠링워스가 부재중에는 목사 자신이 직접 칠링워스의 역할을 맡아서 자신에게 고통을 가한다. 그러나 목사는 자신의 죄를 공개자백을 하지 않음으로서 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호돈의 생각은 인간은 타인과의 共感的(공감적)인 紐帶(유대)를 형성할 때 구원이 오며 공개자백은 이러한 유대를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딤즈데일은 아직도 죄를 공개적으로 고백하지 못한다. 그래서 고문은 계속되고 딤즈데일은 인간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의지와 에너지가 枯渴(고갈)되어 간다.

딤즈데일은 자신을 미워하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低劣(저열)한 汚點(오점)에 대해 戰慄(전율)하고 있으며 칠링워스는 딤즈데일의 이런 自塊(자괴)와 공포를 이용하여 그를 죽음으로 이끌어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