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온라인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며 ‘의료 현대화’에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약품 온라인 주문부터 원격 의료체계, 병원·방역 기관의 명칭 정비까지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도 아직 여러 제약에 묶여 지지부진한 온라인 약국과 원격 진료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끈다.

문진수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5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통일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대북 보건의료협력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북한 당국이 전자의료서비스를 새로운 정책 축으로 삼아 온라인 약국, 건강관리 정보체계, 원격진료 시스템 등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소장에 따르면 북한이 운영 중인 온라인 약국 ‘건강’은 PC와 모바일로 의약품 3000여 종을 조회·주문할 수 있으며,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트 내에는 환자·의사 간 상담, Q&A, 질병별 게시판 등도 마련돼 있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 특성상 전문의약품 처방은 제한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먼거리 의료봉사체계’, 즉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주민 건강관리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봉사체계도 함께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기관 명칭에서도 ‘현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8월부터 병원 명칭에서 ‘인민’을 단계적으로 삭제하고 ‘종합병원’이라는 표현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함경남도인민병원’은 ‘함경남도종합병원’으로, ‘대동강구역인민병원’은 ‘대동강구역병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2023년에는 방역·검열 조직도 손을 봤다. ‘위생방역소’는 ‘질병예방통제소’로 ‘국가위생검열원’은 ‘국가위생검열국’으로 각각 개칭·승격됐다. 또한 의약품 유통·상담·기초 진단을 통합한 ‘표준약국’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일부 지역에는 24시간 약국 운영 체계도 도입된 사례가 보고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감염병 대응 ODA(공적개발원조)에서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남북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서 국제기구나 다자체제, 중국·베트남과의 연계 협력이 대북 보건의료 협력 재개의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축사에서 “남북은 지리적으로 한 지역에 속해 결핵·말라리아·신종 감염병에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과거 남북 간 합의와 북한의 수요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보건의료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