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이전으로 부산은 들떠 있다. 오래된 대중가요 '부산행진곡'도 다시 돌아왔다.
"동서양 넘나드는 무역선의 고향은 아세아 현관이다 부산항구다…"

과연 부산이 노래 가사처럼 오대양을 넘나드는 무역선의 고향이 될 것이며 아세아 대륙의 관문항구로 그 위상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크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만으로 이런 희망과 포부를 이룩하기엔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 해양수산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또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마치 '북극항로 개척만을 위한 것'으로 착각하는 여론도 있다. 해운 중심에 치우쳐 있을 뿐, 수산분야와 해저광물 자원에 대한 홀대와 무관심에 대한 해양·수산인들의 불만도 있다. 마침 이재명 정부의 당정(黨政)이 이같은 여론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책수립과 입법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말만 앞서고 실천이 뒤따르지 못한다면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양수도 부산'과 '해양강국 건설'을 위한 정책의 줄거리는 대략 이런 것들이다. '부산해양수도 이전기관지원 특별법'을 비롯해 '북극항로 구축지원 특별법' '지속 가능한 연근해어업발전법'등이 핵심이다. 또 해양산업의 역동성을 강화하고자 인공지능(AI) 이용 제품 상용화를 지원하는 한편 지방소재 해양수산 기업을 위한 펀드를 새롭게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광활한 해양에서 생산되고 있는 수산자원과 해저광물 자원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김' 수출이 단일품목으로 10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수산물 수출을 이끌고 있는 '김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소극적인 태도도 보이고 있다.

지금 K 푸드가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그 중심에 '김밥'이 있다. 김밥의 핵심은 '김'이다. 완도의 '김'과 '전복', 통영의 '굴'과 기장의 '미역', 남해와 기장의 '멸치'도 K 푸드의 핵심 식재료임을 알아야 한다. 북극항로는 해운 분야다. 운송서비스업이다. 이러한 것들은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게 돼 있다. 대표적인 한국의 해운회사인 HMM이 미국관세와 저운임 때문에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영업이익이 80%나 급감했다는 '부산일보' 보도가 알리고 있다.

해운은 기능인력 분야다. 물동량 확보가 관권이다. 실어 나를 물동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해운업과 북극항로는 그림 속의 떡일 뿐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수산분야는 생산 분야다. 수산물 생산과 재배(양식)는 인류의 건강과 식생활을 영위하는 식량산업의 원천이다. 여기에는 해양과학과 생물학연구, 해저광물 자원 채굴에 필요한 탐사가 필요한 '해양과학종합학문분야'이다.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침체와 퇴보가 있을 뿐이다.

200해리 경제수역 설정으로 점점 좁아지고 있는 해외어장 확보 문제와 해외 어획쿼터 문제해결,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대구와 명태, 고등어, 오징어 등이 살아 숨쉬는 북태평양(北太平洋) 어장 진출 등도 중요한 과제다.

'동원그룹' 명예회장 김재철이 부산수산대학 어로학과를 졸업하고 원양참치어선 '指南號' 실습 항해사로 출발하여 세계 참치어장에서 참치 잘 잡는 '캠틴 킴(Captain Kim)'으로 명성을 날렸다. 김재철은 그가 선장 시절 잡은 참치를 납품하던 미국의 통조림회사 '스타키스트'의 오너가 됐다. 아프리카 세네갈에 참치통조림 회사를 설립하여 유럽시장도 석권하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김재철의 모교인 부산부경대학교는 2015년 6월6일 세네갈 대통령 마키 살에게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마키살은 학위를 받고 답사에서 "세네갈도 한국처럼 성장하기 위해 세네갈 부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과 수산은 생산에만 만족하지 않고 사람을 키우는 산업임도 입증됐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선거공약으로 '부산해양특별시'를 내걸었다. 그러나 당선되고 나선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공약을 실천하는 뜻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확정했다. 앞으로 부산이 해양수도 부산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이재명 정권의 성공이냐, 실패냐가 판결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 집단을 많이 발굴하여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바다는 길이요, 생명이다. 세계 역사에서 해양을 개척한 국가와 국민 치고 융성하게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파도가 치건 말건 바다는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