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거대한 양로원이 되어간다

50년대에 ‘앵두나무 처녀’는 서울로 갔다. 그 결과, 60년대는 ‘서울은 만원이다’는 신문 연재 소설이 나왔다. 연연이(年年이) 이러다가 이윽고 서울은 배불뚝이로 비대해져 ‘수도권’이란 말을 낳았고, 반면에 지방은 청년이 모자라 홀쭉해져 뼈가지만 남았다.

우리나라에서 청년 탈출로써 공동화(空洞化)가 가장 심한 곳은 부산이라 한다. 한국 제2의 도시가 저럴진대 이름 없는 시골은 어떠하겠는가. 내가 모르는 지역은 언급을 못하지만, 내가 자주 놀러 가는 의령, 함안, 고성, 통영에는 길거리에서 청년들 보기가 힘들다. 왜 이럴까? 살기 위해서 달리 말하자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골에는 노인들만 그야말로 우글거리고, 수명이 늘어났으니 더욱 우글거리고, 떠난 청년들이 돌아오지 않으니 또한 우글거려 악순환만 되풀이된다.

이렇게 계속된다면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지방은 거대한 양로원이 되고 만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수도권에서 주택 구입하기는 더더욱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이다. 입법, 행정, 사법. 정치. 교육. 문화에 돈줄까지 서울을 중심하기 때문인데, 서울이 아닌 지역을 모두 시골이라 부르는 언어 관습도 한 몫을 보탠다. 이러다가 나라 망한다는 소리가 어찌 안 나오겠는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길거리 사람들은 막판에 가서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지배자나 부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과 관리들이 정신차리지 않으면 길거리 사람들이 또다시 5·16을 불러낼 것이다. 한편 서울 집중 현상을 고칠 능력이 없는 정치인이 손쉬운 방책으로 평양처럼 서울에는 특권층만 사는 곳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이 판국에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청년 친화도시 관악구···올해는 '청년이 머무르고 싶은 도시'로》내용은 오만 가지의 편의를 제공하여 청년들을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