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수 쪽의 성난 여론으로는 시대착오적 계엄을 한 윤석열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와 법원, 검찰, 공수처, 경찰 등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얼마 전 윤 대통령측 변호인은 탄핵심판에서 불리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읽었는지 "헌법재판소는 최고헌법기관이 아니라 최대난타기관"이라고 비난했다. 명색이 법치의 수호자(?)인 대통령을 변호하고 얼마 전까지는 검찰 고위급 간부였던 변호사가 이제 헌법기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아예 이 참에 좌파에 포획된 헌법재판소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윤 대통령측이나 여당, 보수 진영에서는 탄핵심판을 주재하고 있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찍어서 연일 공격하고 있다. 그의 신상은 거의 다 털렸다. 과거 그가 남겨놓은 좌파 성향 언행은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그와 이재명 대표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것도 부각시키고 있다. 한쪽 이념으로 치우친 그는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지금 헌법재판관 노릇을 못할 것 같다. 과연 이게 정당한 공격인가.

재판관들도 개인적으로 이념 성향이 있는 법이다. 물론 가능하면 평소 언행에서 정치색을 띄지 않거나 중립적인 모습을 비치게 하면 좋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대법원을 구성할 때 대법관들의 보수 성향 진보 성향으로 분류한다. 헌법재판관이 좌파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게 자격 미달 사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 보류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의 문제도 그렇다.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들을 통과시킬 때 여야는 자기 쪽 사람을 추천해 서로 주고받는다. 작년 11월 22일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의 통과에 여당의 불만이 있었다 해도 어쨌든 의석 다수결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임명해주는 게 맞다.


시대착오적 계엄으로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를 '9인 완전체'가 되도록 해주는 것이 헌정질서 회복 취지에 부합된다. 하지만 그가 좌파 성향이라서 탄핵 인용에 설 게 뻔하므로 절대 임명해주면 안 된다는 게 지금 윤 대통령 측의 논리다. 이게 상식적인가.

윤 대통령 측이 특정 재판관들을 겨냥해 '좌파'라고 계속 낙인찍기 공격을 하면, 오히려 다른 재판관들로 하여금 헌법재판소와 동료재판관을 지키기 위해 탄핵 인용 쪽에 서게 할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의 불만은 어느 면에서는 이해가 되나 너무 선을 넘고 있다. 아직까지는 집권세력이고 법치를 내세워 현행 체제 속에서 국정을 운영해왔는데, 지금 와서는 '좌익에 포획됐다'며 헌법재판소도 부정하고 법원도 부정하고 검찰도 부정하고 공수처도 부정하고 경찰도 부정한다. 자기 쪽에 유리한 판단을 해주면 그 기관은 법치의 수호자이고, 그렇지 않으면 '좌파에 지배된 기관'이라고 공격한다.


그것도 현행법 제도에서 높은 지위를 누렸던 윤 대통령 변호인들이 그렇게 말하니 더 볼썽사납다. 대통령 하나만 살리려고, 다른 모든 법치 시스템을 다 부정하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소리인가. 이들 헌법기관과 국가기관들은 다 문닫아야 한다는 건가.

특히 변호인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대통령이 가장 극단적으로 침해당해" "어떠한 방어권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떠한 불이익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 같은 주장을 할때, 과연 중립지대에 있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먹힐지 생각을 먼저 좀 했으면 좋겠다. 거물 피의자들을 가차없이 구속수사 했던 윤 대통령의 과거 검사 시절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신체의자유, #마은혁재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