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공식을 알고 있다.
R × T = 72 (R =연평균 수익률, T=년수)

흔히 72의 법칙으로 불리는데, 예를 들면 年利 10%(R)의 금융상품이라면 2배가 되는데 7.2년(T)이 걸린다는 말이다. 복리(複利, compound interest)의 힘을 보여주는 수식이다.

요즘 서울 강남은 전세도 10억 넘는다고 한다. 만약 이 10억을 전세금으로 묶어두지 않고 S&P 500 지수 추종 ETF를 샀으면 수익률이 어떠할까? S&P 500 지수의 51년간 연간 수익률(배당 포함)을 분석해보면 연평균 +10.74%를 기록했다고 한다. 72의 법칙을 적용하면 10억이 7년 후에는 20억 되었을 것이고 14년 후에는 40억, 20년 후에는 80억이 되었을 것이다. 강남 아파트에서 10억 전세주고 20년 산 대가는 70억의 기회비용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비용을 보전하려면 그만큼 집값이 올라주어야 하는데, 집값을 좌우하는 변수는 단기적으로는 소득이고 장기적으로는 인구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거의 제로에 근접하고 있는 한국에서 소득의 증가를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출산율이 0.6인 나라에서 특히 서울 출산율이 제일 낮은 현 상황에서 서울 수도권의 장기적인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서울 집값이 지방보다 더 많이 올라 서울 시민들이 더 부자가 됐다고 좋아했지만, 앞으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주택가격이 서울 시민들에게 엄청난 기회비용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030 청년들이 고가의 전세 아파트에 사는 것은 극히 위험한 선택이라는 어느 경제 전문가의 지적도 있었지만, 더 이상 오르기도 힘든 집에 큰 돈이 묶여 있으면 더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재산을 불릴 기회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10억 전세 사는 사람과 5억 전세 살며 나머지 5억으로 미국 M7주식이나, S&P 500, QQQ ETF, 아니면 삼성전자 우선주라도 사놓은 사람이 향후 20, 30년 후 재산이 어떻게 변해 있을 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출산율 0.6에 경제성장률 1%대인 앞으로의 한국에서는 고가의 주택에 돈이 묶여 있는 서울 사람들이 더 가난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란 책을 쓴 키요사키의 말처럼 비싼 집이나 비싼 차는 수익률이 제로(0)다. 그런 곳에 돈이 묶여 있으면 복리(複利)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워렌 버핏도 60세 이후에 번 재산이 대부분이다. 젊었을 때부터 사모은 금융상품이 시간이 뒤로 갈수록 복리의 마술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근데 노후에 그 복리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투자해야 할 그 돈이 전부 잠자는 집에 묶여 있다면 인생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