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뻗어 나가던 1971년에, 박정희 각하가 국력을 기울여 서울대를 키우고자 애 쓴 결과, 마침내 관악캠퍼스 기공식을 가졌다. 학생 대표가 했던 축시가 신문에 실렸었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서울대학교와 아무 관련이 없는 내가 읽어도,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는 문장이었으니 나라 사람이 다 그랬을 것이다.

다음은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고시 낭인' 서울대 졸업생들, 어쩌다 딥페이크 중범죄자 됐나〉서울대 졸업생 두 명이, 서울대 동문 여성 등의 사진을 합성. 음란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주범 두 명에 관한 기사이다.

모르는 사람의 사진을 쓰는 것도 못할 짓인데 후배와 동료의 사진으로 범행했다니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인륜을 저버린 것이다면 동료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천륜을 범한 것이라 한들 누가 심하다고 하겠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 두 사람이 고시나 각종 시험에 응시했다가 실패했다는 점이다. 저런 인성으로 합격해서 검사나 판사를 했다면 국사범이 됐을지 모른다.

조갑제닷컴을 통해 배운 말인데, “역경을 이기는 사람이 100이라면 풍요를 이기는 사람은 하나이다”는 말씀이 새롭다. 서울대 출신이 저런 짓을 한 것도 ‘풍요’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배가 고프다면 '관악을 보게 하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을 것이고 그 자부심대로 보국안민에 힘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이재명. 조국 같은 사람들의 악영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의 이기심. 출세욕. 빗나간 가족애가 '돈이면 다다'는 생각을 갖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긴 하겠지만 서울대 출신이 저런 유를 본받았다는 것이 문제이고 자기 지성이 흐리멍덩한 것도 문제이다. 올곧은 지성은 외물에 흔들리지 않는다. 서울대 출신이 구정물에 빠지지 않는 기개를 잃은 것도 서울대에 죄악감으로 가져야 할 일이다.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관악을 보게 하라”던 그 굉장한 울림이 60년도 안 되어 같은 서울대 출신을 대상한 성범죄자를 낳았으니 이런 허망한 일이 어디 또 있겠나. 서울대 탓인가. 사회 탓인가. 정치 탓인가. 감히 말한다. 문재인. 이재명. 조국 같은 배우고 권세 가진 자들이 부패한 결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