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핵무기 목록 신고’를 거부하고 종전 선언과 對北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나 폼페오는 이를 일축하고 강경한 카운터오퍼를 하였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지난 7일 북한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일부 핵무기 목록이라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정은은 "(미국과 북한의) 신뢰 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 목록을 제출하더라도 미국은 믿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재신고를 요구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핵무기 목록 신고를 거부한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북·미 간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며 "종전 선언을 통해 북한과 미국의 신뢰가 구축되면 비핵화는 미국이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우리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유해를 반환하는 등 성의있는 조치를 취했고, 미국도 이에 응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9·19 남북 평양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다"며 생화학 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계획을 없애라고 촉구했으며, 핵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동식 발사대 일부를 폐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하면 "종전선언 등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폼페이오는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기 전 핵 활동을 조사해야 한다며 미국 전문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을 투입할 것을 요구했으며 김정은은 "실무자 협의에서 논의하자"고 답했다는 것이다.

스티븐 비건 對北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번주 실무자 협의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2차 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과 북한이 주요 요구 사항을 놓고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며 "두 번째 미·북 회담의 성패는 향후 열리는 실무자 협의의 진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11월 중간선거 이후 열릴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실무자 협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