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리 장교단이 50여 년 동안 우리 民族史에서 한 역할은 대충 네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建國(건국)의 礎石(초석)을 놓았고, 護國(호국)의 干城(간성)이 되었고 近代化(근대화)의 주체세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民主化(민주화)의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통일의 무력이 될 가능성이 꽤 큽니다. [건국의 초석을 놓았고 6·25전쟁을 통해서 나라를 지켰고, 그리고 5·16 이후에는 우리 사회의 지도부를 형성해 근대화를 이룩했고 민주화를 하는 과정에서는 安保(안보)를 튼튼히 해 가지고 민주화를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따르게 돼 있는 이 혼란과 여러 가지 무질서가 국가를 흔들지 않도록 하는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했다]라고 저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약 2세대에 걸쳐서 어떤 특정 집단이 이 정도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아마 세계사에서도 드물고 우리 민족사에서 이런 비슷한 예를 찾는다면 신라통일을 주도한, 김유신 장군으로 대표되는 화랑도, 화랑도 출신의 무사계급들이 유일한 경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국, 호국, 근대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우리 장교단의 위대한 업적의 총결산은 어디에서 나오느냐, 바로 統一(통일)입니다. 아무리 앞의 4단계에서 위대한 성공을 했다 하더라도 이 통일이 거꾸로 된다든지 했을 때는 그것이 無爲(무위)로 돌아가고 의미 없는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문전까지 지금 공을 잘 몰고 왔는데 여기서 슛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 즉 통일에 있어서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있기 때문에 오늘 이런 자리가 필요하지 않았느냐 하고 저는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한 보름 전에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느 재야단체가 송두율이라는 사람을 ‘민주화를 위해서 훌륭한 일을 했다’고 賞(상)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송두율이라고 하는 사람은 지금 西獨(서독)에 살고 있는데 초청을 했더니 귀국하겠다 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에서는 ‘귀국하는 즉시, 여러 가지 혐의가 있으니까 조사를 해야 되겠다. 조사를 한 다음에 기소여부,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송두율이라는 사람이 ‘나는 안 돌아가겠다’ 해서 일단 비행기타는 것을 보류 했답니다.

송두율이라는 사람의 正體(정체)에 대해서는 黃長燁(황장엽) 前 북한노동당 비서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송두율이라는 사람은 북한노동당 비밀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다, 가명이 김철수다. 권력서렬이 23위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정보기관에서도 그 동안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金日成의 장례식 때 명단이 발표되었는데 이 사람이 누구냐 해 가지고 추적을 하다가 황장엽 씨의 그런 증언을 참고도 하고 다른 채널로 확인도 해 가지고 ‘틀림없다, 김철수가 바로 송두율이다’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 황장엽 씨의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되니까 송두율이라는 분이 독일에서 한국에 있는 변호사를 통해서 민사소송,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했습니다. 그 재판과정에서 우리 국가정보원이 공문서로써 ‘우리가 여러 가지로 확인해 보니까 송두율이라는 사람은 비밀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로 가장된 사람이다’ 서울 민사지방법원에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에 했습니다.

그리고 이종찬 국가정보원장도 퇴임 이후에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송두율은 틀림없이 비밀정치국 후보위원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김종필 당시 총리도 국회 답변과정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말하자면 국가기관이 ‘송두율은 대남공작원 지도부에 해당하는 사람이다’하는 것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한테 상을 주겠다는 세력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의 태도입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송두율 씨의 귀국이 저지된 데에 대해서 이런 기사를 썼습니다.
“송두율 씨는 그 동안 독재정권 시대에 해외에서 민주운동과 통일운동을 하던 분인데 또 다시 귀국이 좌절되었다.” 이렇게 썼습니다. 황장엽 씨가 그 사람을 비밀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지목했다는 기사는 빠져 있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어보면 ‘국민의 정부’라고 하는 이 金大中(김대중) 정부도 통일운동과 민주운동을 한 사람의 귀국을 저지하고 있다 하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 기사만 읽은 사람들은 “이것은 일종의 인권탄압이 아니냐 ,역시 金大中 정부 하에서도 자유가 없다”라고 생각했겠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상황이 우리 사회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 중의 하나입니다.

이것은 비관적인 사례로서 예를 든 경우이고 그러나 우리의 마음을 상당히 놓이게 하는 그런 일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어느 여론조사기관에서 5대 도시에 사는 사람 한 5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島嶼(도서)로 한다”라는 영토조항을 개정해가지고 “대한민국의 영토는 휴전선 이남으로 한다”라고 改定(개정)해야 된다는 주장이 한나라당 안에서 일부 젊은 국회의원들에 의해 제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계기로 해 가지고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66%가 “개정해서는 안 된다. 현행대로 가야 한다”라고 대답했습니다. 28%가 “개정해야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나머지는 무응답이니까 줄여서 이야기한다면 7 : 3, 70% 정도의 유권자들이 “지금 현행대로 가야 된다”하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사람의 마음을 놓이게 하는 것입니다.

영토조항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저 영토조항이 바뀌면 거기에 따라서 국가보안법이 설 수 있는 근거가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저 영토조항이 그런 식으로 일부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말대로 개정되면 우리는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왜냐, 이 헌법을 바꿔서 우리의 영토가 휴전선 以南(이남)이라고 하면은 북한지역은 당연히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영토가 되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됩니다.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쿠데타가 나든지, 민란이 나든지, 체제가 崩壞(붕괴)되든지 해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DMZ를 거쳐서 또는 배를 타고 南韓으로 내려오면서 “우리를 도와주시오, 이 기회에 통일을 합시다”하고 해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군대를 파견할 수도 없고 통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 국제법적으로 별도의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이 영토조항의 개정이라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기본체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고 통일을 抛棄(포기)하는 것이 된다는 것을, 법률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고시 준비생정도의 안목만 있으면 대번에 알 수 있는 일을, 우리가 보수정당이라고 하는 한나라당의 젊은 국회의원들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통일세력이라고 하면서 그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분명히 反통일, 통일의 포기, 분단의 고착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장을 하는 본인들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양심적이고 그것이 민주적이고 통일적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완전히 앞뒤가 안 맞습니다. 그 젊은 국회의원들이 무식하든지 아니면 그것을 내세워서 다른 의도를 지금 깔고 있는 것인지 여기에 상당한 판단의 錯覺(착각)을 일으키게 하는데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의 70%가 되는 사람들, 모든 연령계층에서 다 골고루 나왔습니다. 특히 고학력자일수록 “영토조항 개정은 절대로 안 된다”라고 하는 그런 응답이 높게 나온 것으로 봐 가지고 역시 우리가, 대한민국이 믿어야 될 것은 먹물 먹은 사람,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남대문 시장에서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런 생활인, 대중이다 하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요사이 일어나는 일의 시발점은 6월13~15일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남북정상회담 전에 여러 번 글을 쓰면서 이런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것이 끝난 이후에 우리 사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남북화해시대가 시작되었으니까 이제는 냉전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라는 명분을 들고 나오면서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남한에 있는 안보구조를 해체하려고 나올 것이다”하는 우려를 한 적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좀 걱정스럽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북화해시대다 하는 논리 속에서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앞세우면서 국가보안법 해체, 주한미군 철수, 국가정보원 약화, 그 다음에 6·25 때 있었던 虐殺(학살)사건, 월남전에 있었던 소위 학살사건 등을 들고 나와 가지고 여러 가지 이유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그 명분은 “이제 남북화해시대니까 북으로부터의 위협이 없어졌으니까 이제는 냉전시대 때 필요했던 것을 다 없애버리자”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반도의 냉전구조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을 확실히 하여야겠습니다.

냉전구조라는 것은 남북대결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해 가지고 人權(인권)을 제약하는 것, 이것을 우리가 냉전구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남한에 과연 그런 냉전구조가 있느냐? 남한에서는 지금 “金正日(김정일) 위원장님께서…”라고 이야기를 해도 잡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북한에서 주장하는 것을 주장하고, 폭력적인 시위를 해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남한에 과연 냉전구조가 있느냐? 냉전구조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남한에 냉전구조가 없다는 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북한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고 5만 달러를 받고 와 가지고 감옥에 가서 약 10년 동안 살고 나온 서경원이라는 사람이 지난 총선에 대한민국 정치 일번지라고 하는 종로구에서 출마를 했습니다. 그래가지고 700여 표를 받았습니다. 이런 일은 남북대치상황이 아니라 평화를 구가하는 미국에서도 있을 수 없고 독일에서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그만한 정치적인 자유를 ‘전 간첩’한테도 주었습니다. 이렇다면 남한의 냉전구조가 없어진 것이 확실합니다.

주한미군, 국가보안법… 이런 것은 냉전구조가 아니고 냉전이 끝나도 계속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될 국가를 보호하는 안전보장장치지요. 이것을 냉전구조라고 덮어씌워 가지고 그것을 해체하자고 지금 열심히 하고 있고 그 해체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량심세력, 민주세력, 개혁세력, 통일세력으로 지금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이 논리의 허구성을 깨지 않으면, 이것을 깨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抑止(억지) 논리에 의해서 끌려갑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군대나 경찰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어떤 명분과 논리가 또는 그것을 이용한 정치세력이 우리 사회를 끌고 갑니다. 그러다가 보면 남한의 권력구조가 이상한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