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문에 대한 입장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헌정사상 미증유의 대혼란과 첨예한 갈등으로 점철된 지난 수개월을 이끌어온 탄핵 재판은 그만큼이나 커다란 후유증과 분열을 남긴 채 끝났다. 그러나 탄핵은 단순한 과거지사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민주헌정에 대한 체제 탄핵의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탄핵 이후의 정치 상황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바로 이것이 현 상황에 대한 사상적 진단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자유회의에 참여하는 지성인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대통령 탄핵’을 넘어서서 ‘체제 탄핵’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데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합법성’(legality)의 관점에서만 사안을 다루어서는 안되며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정당성’(legitimacy)의 문제까지 고려하면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국가 통치 기관의 하나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보장하는 자유의 원리를 수단으로 역이용하여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우리 사회 내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자유회의에 참여하는 지성인들은 이번 판결에 참여한 모든 재판관들에게 히틀러에 의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전복이 ‘합법성’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자 한다. 히틀러의 바이마르 공화국 전복은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자유민주주체제의 ‘정당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체제 탄핵’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파괴하려는 북한이라는 ‘반민족적 전체주의체제’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촛불은 국민의 명령이다’라고 하는 전체주의적 민중주권론을 내세운 탄핵 선동 세력에는 반국가단체로 확정 판결을 받은 단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자유회의 지성인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촛불 집회 조직자들의 정체와 정치적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번 결정을 내렸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탄핵 이후 ‘정치적 중립화’(political neutralization)와 ‘국회 독재’ 경계해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한국의 언론과 방송, 지식인들까지 이번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좌파가 아니라 자유주의적 지식인들마저 언론과 방송에서 판결에 승복하는 것이 국론분열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승복의 강요는 탄핵 이후의 사태를 정치적으로 ‘중립화’(neutralization) 시키려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 사회에는 이번 탄핵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려는 세력과 그 체제를 파괴하려는 세력 사이에 엄연히 대결적 양상이 존재하고 있다. 한국자유회의 지성인들은 이런 양상을 무시한 채 결과적으로 ‘체제 탄핵’의 문을 활짝 열어준 이번 판결에 무조건 승복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현 상황을 ‘중립화’하려는 시도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자유회의 지성인들은 국민통합이라는 명분 하에 중립화를 강요하는 것은 체제 전복 세력에게 항복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사건의 심리 과정에서 ‘적법 절차’(due process)를 여러 번 무시했고 이것을 ‘국회의 자율성’ 존중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 선진화법’을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인정함으로써 헌정 질서에 어긋나는 결정을 이미 내린 바 있다. 이번에도 헌법재판소가 또 다시 ‘국회의 자율성’을 내세우면서 한국 자유민주질서의 핵심인 3권분립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어기고 국회를 성역시하면서 ‘국회 독재’를 정당화시켜주는 정치적 결과를 가져오는 결정을 내렸다. ‘국회 독재’(elective despotism)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지고 의회로 권력이 집중되는 ‘체제 타락’ 현상이다. 한국자유회의의 지성인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한국 정치체제에서 ‘국회 독재’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탄핵 사건이 내란죄와 외환죄와 관련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소수 의견도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전체주의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전체주의의 일상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좌파도 아닌 자유주의 지식인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승복을 강요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전체주의에 동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그런 주장과 행동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헌정위기에 직면하여 등장한 ‘태극기 세력’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한 자유민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적 결정은 태극기 세력이 반헌법적이고 불법적 행위를 한 집단이라는 주장을 정당화시켜줄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자유회의 지성인들은 다음과 같이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적 결정대로 대한민국의 국민이 모두 하나의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인가? 민주사회에서 소수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한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소수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되고 어디에 표현되어 있는 것인가?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언론들과 지식인들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무조건 승복을 강요하는 것은 ‘중립성’이라는 미명 하에 체제파괴세력과 체제수호세력을 상대화시키고 그 두 세력을 동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자유회의는 창립 회의 ‘선언문’에서 한국의 자유민주세력과 북한의 반민족적 전체주의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남한 내의 체제 전복세력이 마치 동일한 정통성(legitimacy)에 합의 기반을 가진 두 개의 상대적 세력인 것처럼 ‘보수 대 진보’라는 허구의 도식으로 세력과 의식을 분류하는 의도적 조작을 엄중히 규탄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은 전체주의와 함께 진보가 아닌 반동으로 규정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하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정통성의 합의가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적 보수와 진보의 양분법을 뛰어넘어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중립화 주장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태극기 세력과 그 운동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체제파괴세력에게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체제 붕괴 위험 커지는 대한민국   

한국자유회의의 지성인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체제 전복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전복활동은 기존의 국가나 정치체제를 군사력을 동원하는 전쟁을 통하지 않고 대내적 선전·선동과 대규모 시위를 통하여 무너뜨리려는 시도이다. 전복활동은 체제 타도를 위한 전위세력을 중심으로 이들 지지자들이 사회 각계 각층에 침투하여 ‘진지전’을 수행하면서 시민의 도덕적 분노를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를 활용하여 대중적 정치집회를 조직하면서 ‘기동전’으로 전환하여 정권과 체제를 타도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대규모 촛불 시위와 국회에 의한 탄핵 소추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함으로써 정권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권 탄핵 이후 이제 남은 것은 선거를 통한 ‘체제 탄핵’뿐이다. 한국자유회의의 지성인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한국 체제 전복세력의 전복활동과 그 전략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치적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는 점을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의 소위 진보세력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용 무기인 사드 배치를 반대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과 북한의 반민족적 공산전체주의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탄핵 이후 한국 사회는 헌정위기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상에 있어서도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의 통치기관들이 제 가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체제 타락’에 빠지고 만다. 그러한 체제 타락이 체제 내부의 자정(自淨)으로 해소되지 못하거나 각성된 지성인들과 시민들에 의해서 저지되지 못할 경우 ‘체제 붕괴’로 이어지고 만다. 국회 독재 현상의 등장과 헌법재판소의 견제와 균형의 역할 포기는 한국 정치체제가 붕괴 일보 직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자유회의의 지성인들은 현재 한국 정치체제의 타락 현상이 체제 전복전략의 마지막 단계이며 그 종착점은 전체주의체제의 등장이라는 점을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민주 지성인과 시민의 역할  

나라의 통치 기관들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헌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정(自淨) 기능을 스스로 행사하지 못할 경우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자유민주 지성인들과 시민들의 각성과 감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자유민주 지성인들은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이 체제 탄핵으로 가기 일보직전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자유민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번 헌정위기를 계기로 자유민주 지성인들과 시민들은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더욱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한국자유회의의 지성인들은 자유민주 시민들이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이제 탄핵을 넘어서서 그 후 전개되고 있는 정치 일정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 헌법재판소의 입헌주의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에 따른 이번 탄핵 결정으로 인하여 입헌주의가 훼손을 겪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서 전복세력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자유회의 지성인들은 자유민주 시민들이 입헌주의의 정수(精髓)에 해당되는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유민주 시민들은 다가오는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유’를 지키고 국가의 과도한 개입에 의한 ‘시민사회의 위축’을 막아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한국자유회의 지성인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존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체제 전쟁’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불리하다고 하여 이번 선거를 포기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자유민주 시민들이 이번 선거를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자유민주 지성인들과 시민들은 우파 자유민주 세력을 재결집시켜 더욱 강력하게 조직화된 힘으로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지고 있는 전체주의적 사고의 일상화에 대항하고 대통령 선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정당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여 ‘체제 붕괴’를 막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켜내야 할 역사적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한국자유회의 지성인 일동

2017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