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찬성 목회자들에 대한 비판: 기독교 교리적 관점에서
황 재 범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인용 판결에 대하여 상당히 많은 기독교 목회자들이 찬성 및 찬양을 해왔는데, 이는 기독교교리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부당하다고 본다. 이 판결에 대하여 한국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협의회라고 약칭)가 가장 먼저 탄핵을 찬양하는 성명을 발표했다(http://www.kncc.or.kr/). 반면에 탄핵에 반대하는 기독교단체에서는 탄핵반대 메시지를 아직 공개적 글로서는 발표해오지 않아 왔다. 이에 본인은 탄핵찬성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본 문제에 대하여 기독교 교리적 입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1. 독창성과 기독성이 없으며, 헌법에 위배되는 메시지

협의회가 3월 16에 발표한 “역사의 봄을 맞는 국민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對국민 메시지는 목사들에 의하여 작성되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학적 내용은 거의 없고, 선동 정치꾼들 및 기자들의 글에 가깝다고 하겠다. 대통령을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초법적 폭거를 일삼은 무도한 권력”이라고 심판하고 定罪하고 있는데서 협의회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 이것은 선동언론 및 선동국회의원에게 부화뇌동하는 비기독교인 혹은 소위 좌경적 지식인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적어도 목사라면 사법적 과정을 통하여 유죄판결도 받지 않은 사람—그것도 가장 존경해주어야 할 대통령—에 대하여는 무죄추정을 하거나 기독교적 사랑의 원칙에 의하여 그렇게 무자비한 방식으로 심판을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협의회는 설사 대통령이 명백하게 유죄판결을 받아서 탄핵되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무자비하게 심판을 할 때에는, 그 무자비함이 결국 본인들과 기독교에 되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너희가 심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남을 심판하지 말아라.”(마태복음7:1).

협의회의 본 對국민 메시지는 분명하게 헌법 제20조에 적시된 “정치와 종교의 분리”원칙을 위배하고 있음을 또한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의 종교단체인 협의회가 정치적 내용을 강하게 담고 있는 메시지를 발표하되, 일반대중에게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이것은 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이 소속 교인들과 일반 교인들에게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정치행위로서 명백하게 헌법을 위배한 것이다. 본인 역시 한 사람의 목사이지만, 협의회 소속의 목사들이 왜 성경과 교리를 따르지 않고, 그렇게 특정 정치집단의 목소리를 앵무새처럼 대변하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판에 박은 듯이 사고하는 “이 세대를 본받지 않고”(로마서12:2), 성경과 교리에 따른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2. 공직자들을“공경하라”: 성경의 가르침 및 역사적 기독교교리

왕이나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윗사람들을 부모처럼 공경하라고 하는 것이 성경과 개신교의 가르침이다. 성경은 무엇보다도 먼저 십계명의 제5계명(“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구약성경 출애굽기20:12)에서 부모를 포함하는 모든 윗사람들에 대한 “공경”이 모든 윤리의 근간임을 가르친다. 이것이야말로 제5계명이 다른 모든 윤리(제6-10계명)에 앞서 있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신약성경에서 사도 바울 역시 부모가 하나님에 의하여 정해진 것처럼 공직자들 역시 하나님에 의하여 정해진 바이므로 “위에 있는 권세들[공직자들]에게 복종하라”고 가르친다(로마서13:1).
루터파 교회나 칼빈을 따르는 개혁교회(장로교회), 그리고 웨슬리를 따르는 감리교회와 성결교회는 모두 위와 같은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서 공직자에 대하여 거의 절대적으로 순종하라고 가르쳐왔다. 루터는 공직자들은 하나님께서 정해준 바이므로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함을 누구보다도 강하게 가르쳤다. 그는 “약탈하고 살육하는 농민군중들에 반대하며”(1525)라는 글에서 당시 농민전쟁에 참여한 농민들은 로마서13:1과 “가이사[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쳐라”(마태복음22:21)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을 위반함으로써 사형을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또한 그들의 행위는 군주에 반역하는 “반역죄”이며, “그들의 악랄한 범죄를 복음으로 위장하는”바의 “가장 신성모독적인” 죄, 사형을 받아 마땅한 죄라고 했다.

칼빈 역시 로마서13:1을 강조하면서, “백성들이 그들의 통치자들에 대하여 취해야 할 첫째 의무는 그들이 하나님의 일꾼들이요 대사들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존경하면서, 그들의 공직에 대하여 가장 존귀하게 대해야 한다”고 했다(기독교강요 4.20.22.). 또한 “가장 악한 성격을 가지고 존경할 가치가 전연 없다 하더라도.... 가장 선한 왕처럼 존중하고 순종해야 한다”(기독교강요 4. 20. 25.)고 가르쳤다.

영국 성공회는 전통적으로 왕권신수설에 근거하여 영국 왕에게 충성서약까지 하면서 왕에게 충성해야 했다. 성공회는 역사상 가장 공정한 혁명들 중의 하나인 미국독립혁명(1765-83)까지도 반역으로 간주했을 정도로 영국왕에게 충성하고자 했다. 이런 성공회에 속했던 감리교회 창시자 존 웨슬리 역시 왕권신수설을 받아들이는 토리(Tory)당에 속했던 극보수주의자로서 미국독립혁명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우리의 미국 식민지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A Calm Address to Our American Colonies, 1775)에서 미국의 대표자 없이도 영국이 미국인들에게 과세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역설했다. 나아가서 미국혁명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계략꾼들의 앞잡이들”(dupes of designing men)이라고 비판을 했다. 이런 점에서 윈체스터라는 학자는 “웨슬리의 정치 신념의 제일 원리는 영국왕과 그의 교회에 대한 충성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개신교의 대표적 교단들은 전통적으로 극보수주의에 가깝다고 보겠다. 그런데 협의회 소속의 교회들은 전통적 극보수주의에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는데,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3. 장로교회 헌법은 공직자 공경 의무를 교리로 가르친다

칼빈의 심오한 보수주의를 따르는 장로교회는 역사적으로 통치자들에 대하여, 그들이 하나님 예배와 신앙에 危害를 주지 않는 한에 있어서는, 공경해야 한다는 것을 교회의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장로교회들이 가장 교리적 표준으로 인정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신도게요서) 제23장 제4조는 말한다: “모든 공직자를 위하여 기도하고(디모데전서2:1-2),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며(베드로전서2:17), 세금이나 그 밖의 공납금을 바치고(로마서13:6-7), 양심에 따라 그들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며(로마서13:5, 디도서1:3), 그들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다”(통합측 헌법에서 인용). 또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측)는 ‘대요리문답’ 제127문에서 거듭 신도들의 공직자 공경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부모와 더불어 “윗사람들의 인물과 권위에 충성하고, 옹호하며 지지하며, 그들의 결점들은 인내하고, 이를 사랑으로 덮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그들과 그들의 정부에게 영예가 되게 해야 한다.” 세계장로교회들이 표준적 교리서로 인정하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제104문) 역시 부모와 더불어 모든 지도자들에게 “전적인 존경과 사랑과 신실함을 보이고.... 그들의 허물을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 밖에 장로교회들이 인정하는 세계적 신앙고백서들인 ‘스코틀랜드 신앙고백’ 제24장, ‘벨직(네덜란드) 신앙고백서’ 제36장, ‘제2 스위스 신앙고백’ 제30장은 공통적으로 공직은 하나님께서 정한 것이므로, 모든 교인들은 공직자들을 공경해야 함을 가르친다.
이와 같이 장로교회는 통치자들을 무엇보다도 먼저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칼빈은 그 이유를 어떻게 제시하는가? 첫째로 칼빈은 안정된 정치체제야말로 인간성을 유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국가는 “.... 공적인 범죄가 일어나거나 퍼지지 않도록 막아주며, 공공의 평화가 방해받지 않도록 방지하며, 각 사람이 자기의 재산을 안전하고도 건전하게 지키도록 해주며, 사람들이 서로서로 흠 없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해주며, 사람들 사이에 정직과 겸손이 보존되도록 해주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서, 국가의 통치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신앙을 公的으로 드러내도록 해주며, 또한 사람들 가운데서 인간성이 유지되도록 해주는 것이다”(원광연 옮김, 기독교강요 4. 20. 3.). 둘째로 칼빈은 통치자들의 악의 치유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달려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기독교강요 4. 20. 29). 즉 그리스도인들은 통치자들을 향하여 먼저 공경하면서 설사 그들이 어떤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그들을 심판하실 것이므로, 그들을 직접 심판하는 일을 삼가라는 것이다.

4. 탄핵찬성 목회자들은 공직자 공경 의무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협의회와 더불어 탄핵에 찬성하는 모든 개신교 목회자들은 성경과 개신교교리에 있는 공직자 공경 의무규정을 제대로 지켰는가? 적어도 본인이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번 탄핵사건의 全 과정에 있어서 피의자 신분으로 계시던 대통령께서 공경은커녕 헌법과 관련법에 보장된 인권을 심하게 유린당했다고 본다. 기독교 목회자들은 대통령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되는지를 감찰하고 고발해야 했건만 오히려 많은 목회자들은 그것을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해주기까지 했다. 대통령의 인권유린을 비호한 목회자들, 특별히 장로교회 목회자들은 그들의 교회 전통과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성경의 인용과 관련하여 한 마디 덧붙인다. 협의회나 안창호 헌재 재판관은 성경을 한 두 구절씩 인용하는데, 성경의 大義는 “하나님을 전심전력으로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22:37-39)임을 알아야 한다. 그 어떤 성경의 가르침도 이 대의에 어긋난다면, 그것은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악마도 성경을 인용하므로, 성경을 인용하면 모두 기독교적 내용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면, 정말 성경을 모르는 처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