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신다?'

'쑤셔!'

'에라이, 새끼야!'

부엌칼을 상대의 배에다 한차례 찌르고 뺀 녀석은 닥치는 대로 몸뚱이 여기저기 몇 차례 더 찔렀다. 찔린 젊은이는 병원에 실려 갔으나 결국 숨을 거두고, 녀석은 그 자리를 피해 뒷산으로 가 숨었으나 헌병대에 잡혀가게 되었다.

예전 군대생활 할 때 얘기다. 진해훈련소에서 포항 제1사단으로 배치 받은 어느 해병대 이등병이 있었다. 배치되고 첫 휴일에 외출 나가게 되었다. 원래 이등병은 외출 대상이 아니나 녀석의 집이 포항임으로 특별히 내 보낸 것이다.

마침 친구 누나가 시집가는 잔칫날이었다. 예전에는 결혼식을 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가자마자 친구 몇이 어울려 잔칫집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셔댔다. 잔득 취한 상태로 자리를 끝내고 골목길을 나오다가 다른 동네 패거리들과 시비가 붙었다.

녀석이 친구들 앞에서 '귀신 잡는 해병'의 '가오' 한번 잡아 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해병대 아저씨들을 흔히 보아온 젊은이들이라 겁먹지 않았다. 일등병의 '가라 계급장'을 달았으나 이등병 풋내가 풀풀 나는 녀석을 알아본 상대는 더 세게 나왔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녀석이 방금 나온 잔칫집으로 달려가 부엌에서 칼을 하나 집어 들고 나와 겨누었다. 그러나 상대가 기죽지 않고 배를 내 민 것이다.

칼에 찔린 상대는 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결국 사망하고, 녀석은 그 자리를 피해 산으로 도망 가 숨어 있다가 헌병들에 의해 잡혀갔다. 몇 차례 재판 끝에 불명예 제대를 하고 민간교도소로 이감되었다. 녀석이 살인하러 외출했던 것도 아니요, 비록 칼을 집어 들었으나 찌를 마음은 아니었는데 운명이 끔찍하게 뒤틀려 버린 것이다.

각설하고, 김정은이 '실전 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며 선제공격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다. 그리고 신형 방사포 6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그런데 우리의 반응은 어떠한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던 과거와 달리 태평이다. '뻥이다', '핵무기 쓰면 자기가 죽는다'는 등으로 조롱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위축되지 않는다는 '위대한 수령'의 '가오 세우기'쯤으로 진단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인민들을 굶겨가며 제 아비때부터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온 핵무기다. 김정은이 이를 결코 쓰지는 못할 것이란 주장은 지나치게 상식에 의존한 것이다. 세상에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도 많다. 위에 소개한 해병대 이등병이 살인하리라고 예견한 이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 자신도 물론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판단컨데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 확률은 위의 해병대 이등병의 칼부림 확률보다 높아 보인다. 그 칼은 살인에 쓰여지길 기다리며 그 자리에 있었던 게 아니나 김정은의 핵무기는 남쪽을 경계 내지는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한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이나 우리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사드 배치 등 방어시스템과 핵 공격을 선제적으로 제압할 킬 체인(Kill Chain)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도 중요하다. 그러나 방어시스템이란 철갑을 두른들 빈틈은 있게 마련이다. 선제적 타격도 '핵공격 시도를 탐지하면'이란 조건하에서는 사실상 신뢰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24시간 후레쉬를 비추고 있어도 적의 은밀한 움직임을 100% 완벽하게 감시하기란 불가능하다.

지금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역사적 사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국민들도 미친놈이 지금 '핵무기로 선제공격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는데 이죽거리며 태만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은 '설마'정도의 감지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상황임을 경고하는 것이다. 6.25전쟁도 '설마' 하다가 당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제2의 참화를 막으려면 대안은 단 하나, 지금처럼 참수작전이니 뭐니 소문내고 할 일은 아니겠지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김정은 제거에 나서야 한다. 방법은 역시 전문가들 몫이며 국력을 총집중해야 할 일이다. 방어시스템으로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발상은 너무 안이하다. 핵무기 앞에 방어시스템이란 심리적 자위수단일 뿐이다. 심리적 자위수단도 제대로 갖추려면 킬체인이 아니라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핵무기를 갖는 것 보다는 김정은 제거가 더 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