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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承晩은 1933년 9월1일 오전 9시30분에 張基永을 대동하고 동포 방문 여정에 올랐다. 장기영은 인디애나대학교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뒤에 버지니아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하다가 李承晩의 요청으로 1931년부터 구미위원부 일을 돕고 있었다. 시카고까지는 「세이프 웨이 버스(Safe Way Bus)」를 탔다. 李承晩은 이때의 버스여행이 퍽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피츠버그에서 시카고까지는 광활한 평야가 펼쳐져 있었는데, 달빛이 쏟아지는 망망한 들판을 내다보면서 李承晩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일기: 'From Pittsburgh to Chicago is largely a plain farm land. The moonlight in the vast open country kept me awake nearly all night.').
이튿날 낮 12시에 시카고에 도착했다. 시카고지역 동지회 회장 金鴻機(김홍기)와 오한수가 버스터미널에 마중 나와 있었다. 점심을 먹은 뒤에 李承晩과 장기영이 묵을 호텔을 알아보았으나 좀처럼 구할 수 없었다. 시카고 만국박람회가 열리고 있는데다가 마침 노동절이라서 5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려들어 모든 호텔의 객실이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리저리 전화를 해본 끝에 YMCA호텔의 방 하나를 구했다. 오후에 만국박람회장을 둘러보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몇몇 동지들을 만났다.
9월3일 저녁에 열린 지역 동지회의 李承晩환영회에는 시카고지역 동지회 회원 전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李承晩은 제네바에 갔던 이야기를 했다. 참석자들은 시카고 시내의 모든 韓人들을 초청하여 대규모의 환영회를 개최할 것을 제의했으나, 李承晩은 서부에 다녀올 때까지 연기하자고 말했다. 이날 저녁에 그들은 여비에 보태라면서 100달러를 거두어 주었다. 이튿날 李承晩은 월리스 중고차 한 대를 200달러에 구입했는데, 100달러는 할부로 지불하기로 했다. 그 차를 몰고 서부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9월6일 오후 3시30분에 李承晩은 위스콘신州의 밀워키(Milwaukee)를 향해 시카고를 떠났다. 운전은 李承晩이 하고 장기영은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았다. 저녁 7시에 밀워키에 도착하여 C.C.조가 경영하는 한국식당을 찾아갔다. 그 집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호놀룰루에서 온 C.C.조의 동서 마영(Young Mah)이 李承晩을 자기 차에 태우고 그랜드 호텔 슈뢰더(Grand Hotel Schroeder)로 안내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묵었던 이 호텔은 시내에서 가장 좋은 숙소였다.
李承晩은 이튿날부터 난폭운전을 계속하면서 온갖 일을 경험했는데, 그는 그것을 「여행일지」에 자세히 적어 놓았다.
過速運轉하다 交通警察에 걸려
9월7일 아침 10시에 밀워키를 출발했다. 그러나 시내를 벗어나기 직전에 교통경찰이 따라왔다. 시내를 시속 50마일로 몰았기 때문이었다. 李承晩의 차를 세운 교통경찰은 수첩을 꺼내어 들고 물었다.
『주소가 어디십니까?』
『워싱턴 D.C.요』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십니까?』
『우리는 외교활동을 하고 있소』
『미국의 외교활동인가요?』
『한국위원부 활동이오』
그러자 경찰은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고는 목소리를 바꾸어 말했다.
『선생은 내가 처음 만난 한국인입니다』
경찰은 李承晩에게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말하고 되돌아갔다.5)
그날 저녁은 아이오와州의 시더 래피즈(Cedar Rapids)市 바로 가까이의 민박집에서 자고, 이튿날 새벽 5시에 다시 길을 떠났다. 낮 12시쯤에 미시시피 강을 가로 지르는 높은 다리를 지나서 네브래스카州의 링컨 하이웨이에 접어들었다. 하이웨이는 어떤 곳은 좋고 어떤 곳은 아주 나빴다. 카니(Kearney)에 도착하기까지 15마일쯤 남은 지점은 자갈밭 길이었는데, 길이 구부러지면서 모래 구덩이들이 있었다. 李承晩의 차는 미끄러져 길 옆의 개울에 빠졌다. 다행히 개울가는 부드러운 모래톱이어서 큰 돌덩이나 딱딱한 진흙이 없었으므로 앞 범퍼가 조금 휘어졌을 뿐 다른 큰 손상은 없었다. 지나가던 큰 트럭이 李承晩의 차를 끌어내 주었다.
9월9일 아침 8시45분에 카니를 떠나서 와이오밍州의 샤이엔(Cheynne)에 도착했을 때에는 어둑어둑했다. 두 사람은 주유소에서 기름탱크를 채우고 덴버를 향해 출발했다. 덴버까지는 75~80마일쯤 되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흘 전에 덴버에 폭우가 쏟아져서 도시 일부가 물에 잠겨 있었다. 도로는 좁고 꾸불꾸불했고, 헤드라이트는 희미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비는 억수로 퍼부었다. 李承晩은 조심을 하느라고 시속 20~30마일로 차를 몰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세상없어도 그날 밤 안으로 덴버까지 가기로 했다. 그래야 몬태나州의 뷰트(Butte)까지 가는 데 하루를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별안간에 자동차가 강물 또는 수영장 속 같은 것에 잠겼다. 마치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자동차는 이내 그 강물 속을 빠져나왔고, 망가진 데는 없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주행은 무리였다. 李承晩은 장기영에게 마을이 나타나는 대로 그곳에서 쉬자고 말했다. 드디어 두 사람은 콜로라도州의 뉴엄(Nuam)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에 도착하여 옥호도 없이 「호텔」이라고만 간판을 내단 집에 들어갔다. 주인 노파가 두 사람에게 햄에그를 만들어 주었다. 두 사람이 햄에그를 먹는 동안 노파는 사흘 전의 무서운 폭우 때에 캘리포니아에서 왔던 한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새 차와 새 옷을 사가지고 뉴욕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그들의 자동차도 李承晩의 차가 빠져나온 강물 또는 수영장 같은 물 속에서 완전히 뒤집힌 채 언덕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무런 상처 없이 육지에 닿았으나, 자동차 안에는 물이 가득 찼다. 그래서 그들도 이 「호텔」에 와서 모든 것이 잘 마를 때까지 묵고 갔다는 것이었다.
1달러 주고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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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西部지역 여행을 함께한 張基永(오른쪽)과 李承晩. 가운데는 몬태나州 뷰트에서 만난 유학생(한국일보사 제공). |
李承晩과 장기영은 9월12일 아침 8시에 덴버를 출발하여 몬태나州의 뷰트로 갔다. 도중에 콜로라도州의 포트컬린스(Fort Collins)에 도착하여 화이테이커(Whitaker) 내외와 다른 한 부부를 만났다. 화이테이커 내외는 호놀룰루에 살았었다. 덴버를 떠나올 때에 李承晩의 친구들은 그에게 컬린스와 옐로스톤 파크(Yellowstone Park) 사이의 드라이브 코스가 아름답다면서 옐로스톤을 거쳐서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덴버에서 자동차를 수리하고 나자 휘발유값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뷰트까지 최단거리의 길로 가야 했다. 험한 길을 하루 종일 달려 밤 12시45분에 와이오밍州의 소도시 버펄로(Buffalo)에 도착했다. 입구에 「여인숙(Tourist Inn)」이라고 적혀 있는 작은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주인 노파와 흥정 끝에 1달러를 주고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잤다.
두 사람은 이튿날 아침 6시30분에 버펄로를 떠났다. 아침 요기를 하러 작은 식당에 들어갔을 때였다. 장기영이 잠시 실례하겠다면서 자기의 코닥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는 얼마 있다가 카메라를 든 채 돌아와서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뷰트까지 갈 휘발유를 넉넉히 살 수 있습니다』
장기영은 코닥카메라를 들고 보석상을 찾아가서 주인에게 카메라를 사든지 아니면 카메라를 잡고 뷰트까지 가는 데 넉넉할 만큼 휘발유를 살 수 있는 돈 몇 달러를 꾸어 달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고장나서 고치느라고 예상 밖의 돈을 써버렸기 때문이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보석상은 낯선 동양인에게 2달러를 그냥 꾸어 주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고 나서 이 2달러의 빚을 갚았다. 장기영은 보석상에게 두 사람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는 편지를 썼다. 李承晩은 이때의 일을 회상할 때마다 감사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 일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9월13일 저녁에 뷰트에 도착한 李承晩은 월슨 홍(Wilson Hong) 내외의 안내로 뷰트에서 40마일쯤 떨어져 있는 램지(Ramsy)와 화이트홀(Whitehall)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한국인 10여 가족이 살고 있었다. 뷰트에서 발행되는 「몬태나 스탠더드(The Montana Standard)」지 9월16일자에는 李承晩의 방문과 그곳 한국인들의 동향 등을 알리는 기사가 났다. 이 신문은 李承晩이 『모든 미국 시민은 루스벨트의 계획, 특히 미국은 그 자신을 위하여 준비가 되어 있다고 천명한 외교정책을 지지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공원경치는 張基永이 보고, 나는 길만 보았다』
토요일인 9월16일 오후에 중국인 교회에서 李承晩환영회가 열렸다. 李承晩은 유럽을 방문했던 일을 설명하고, 큰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참석자들은 李承晩의 여비로 200달러를 거두어 주고, 또 구미위원부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李承晩과 장기영은 이튿날 아침 일찍 그곳을 떠나서 웨스트 옐로스톤(West Yellowstone)에 도착하여,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구경했다. 군데군데 있는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명물인, 지하에서 솟는 뜨거운 자연 분수], 간헐 온천, 온천, 부글부글 끓는 연못 앞에서 잠깐씩 자동차를 멈추었다. 여러 곳, 특히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 애리조나에 있는 국립공원과 같은 이름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협곡] 가의 도로는 좁고 꾸불꾸불하여 李承晩은 매우 조심해서 운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뒤에 친구들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구경했던 일을 물으면 李承晩은 『공원 경치는 장기영이 보고 나는 길만 보았다』고 우스개로 말했다.
두 사람은 9월18일 저녁 10시50분에 유타州의 솔트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아침 7시20분에 네바다州의 라스베이거스(Las Vegas)로 향하여 떠났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에서는 2달러에 방 둘을 썼다. 그동안 두 사람은 시카고와 덴버에서 말고는 1달러를 주고 방 하나에서 같이 잤다. 넓디넓은 네바다 사막의 작은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가로변의 거의 모든 건물들은 무슨 클럽이었고, 밤에는 간판 조명이 휘황찬란했다. 클럽들은 모두 도박장이었다. 두 사람은 세 군데를 둘러보았다.
두 사람은 9월20일 아침 7시25분에 라스베이거스를 출발하여 오후 4시10분에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동지들은 뉴 라슬린 호텔(Hotel New Rosslyn)에 방을 예약해 놓고 있었다.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김순권, 金宗林 등 많은 사람들의 환대를 받았다.
로스앤젤레스의 中國人들
9월21일에 전진영의 집에서 로스앤젤레스지역 동지회 임원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李承晩은 유럽을 방문했던 일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동지회 임원들은 로스앤젤레스의 중국인들이 뉴욕으로부터 李承晩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환영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에 중국영사관의 부영사와 중국인 상공회의소 회장이 李承晩을 특별한 중국만찬에 초대했다. 중국인들은 일요일 저녁에 만찬회와 대중집회를 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李承晩은 이미 그날 저녁에 한국인들과의 만찬과 집회를 갖기로 약속했으므로 중국인들의 환영회는 취소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李承晩이 1주일 더 로스앤젤레스에 머물 수 없느냐고 물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집회를 열기 위해서는 일요일 저녁이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李承晩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저는 로스앤젤레스를 다시 방문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법률문서에 서명할 일이 있어서 서둘러 뉴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실제로 그는 며칠 전에 호놀룰루로부터 빨리 뉴욕으로 가서 한인기독교회 문제 재판관계로 법원에 제출할 공술서에 서명을 하라는 전보를 받았다. 李容稷 일파는 李承晩 등이 1929년에 1만 7,500달러에 매각하려고 내놓은 교회부지를 저당 잡혔던 것이다.
중국영사관이 李承晩이 로스앤젤레스에 왔다는 것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The Los Angeles Times)」에 알려서 기자와 사진기자가 호텔로 찾아왔고, 이튿날 아침에 李承晩의 사진과 함께 그에 관한 기사가 크게 실렸다. 〈불가능한 일에 집념하는 한국의 李承晩씨, 이곳에 오다〉라는 표제의 이 기사는 첫머리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불가능한 일에 집념하는 동양의 지도자이며 한국 임시정부의 대통령인 李承晩 박사가 중국경제인들과 지도자들을 만나서 한국의 자유를 위한 그의 캠페인을 지원하는 데 협력하도록 교섭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왔다.〉
일요일인 9월24일 저녁에 중국식당에서 열린 환영회에는 100명가량의 남녀 동포들이 참석했다. 한국인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노래, 연설, 꽃다발과 기념품 증정 등으로 환영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날의 환영회에 대해 「新韓民報」는 「나성지국통신」으로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리승만 박사는 지난 21일경에 동방으로부터 나성(로스앤젤레스)에 내류(來留) 중인데, 당지 동지회에서는 지난 24일 저녁에 성대한 환영회가 있었다더라.〉
「新韓民報」의 이러한 보도태도는 대한인 국민회의 李承晩에 대한 입장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었다.
천천히 자동차 몰며 절정의 단풍경치 즐겨
9월25일 오후에 李承晩은 장기영과 함께 조승렬 내외를 보러 100마일쯤 떨어진 산타바바라(Santa Barbara)로 차를 몰았다. 그곳에서 김영우도 만났다. 점심을 먹고 돌아올 때에는 조승렬 내외가 하이웨이까지 길을 안내해 주었다.
李承晩은 저녁에 지방대학의 후원으로 열린 한 국제포럼 모임에서 연설을 했다. 하턴(Harton) 교수 및 이순기와 그의 두 딸을 포함한 몇몇 젊은이들이 李承晩과 모임에 같이 갔다. 그들은 李承晩이 좀더 머물면 큰 집회를 주선하겠다고 했으나, 李承晩은 다음에 방문할 때에 미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李承晩과 장기영은 9월27일에 귀로에 올랐다. 아침 9시에 로스앤젤레스를 떠나서 유타州의 솔트레이크 시티로 향하는 도중에 업랜드(Upland)에 들러 스튜어트 부인(Mrs. Stuwart)을 만나 보고, 저녁 6시20분에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이튿날 아침 6시50분에 라스베이거스를 출발한 두 사람은 애리조나州와 네바다州의 사막을 거쳐서 저녁 8시50분에 솔트레이크 시티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1박한 두 사람은 9월29일 아침 9시10분에 출발했다. 李承晩은 도시 뒤로 이어진 산들의 계곡을 지나면서 천천히 자동차를 몰았다. 마침 가을 단풍 경치가 절정이었다. 두 사람은 자이언(Zion) 국립공원의 일부를 다시 지나갔다. 오후 6시20분에 와이오밍州의 롤린스(Raulins)에 도착하자 너무 피곤하여 그곳에서 잤다.
두 사람은 이튿날 아침 6시50분에 롤린스를 출발하여 오후 1시40분에 덴버에 도착했다. 이날 저녁에 장기영은 혼자서 인디애나폴리스로 떠났다. 李承晩과는 시카고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레이더에 받쳐 큰 事故 날 뻔하기도
李承晩은 덴버에서 혼자 나흘 동안 묵으면서 여러 미국인 친구들을 만났다. 볼더대학교(Boulder University)의 로저 윌리엄스(Roger Williams) 교수를 만나러 얼마 떨어지지 않은 볼더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
李承晩은 10월4일 7시30분에 캔자스 시티(Kansas City)를 향해 덴버를 떠났다. 이때부터는 혼자서 자동차를 운전해야 했다. 덴버에서 100마일쯤 달려서 한 작은 다리에 이르렀을 때쯤에 앞에서 그레이더[땅 고르는 기계] 한 대가 다가왔다. 李承晩은 그것을 트럭으로 오인했다가 다리 위에서야 그레이더임을 깨달았다. 그는 자동차를 세울 수 없었다. 그레이더는 계속해서 다가와서 李承晩의 자동차 뒷바퀴를 쳤다. 자동차는 지그재그로 마구 튕기다가 깊은 모래 개울에 빠졌다. 李承晩은 가까스로 자동차를 도로까지 끌어냈다. 허허벌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인가도 없고 가까이에 마을도 없었다. 이 지방의 자갈밭 도로는 너무나 험해서 李承晩은 속도를 낼 수 없었는데, 그것이 그로 하여금 다리에서 더 큰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해 주었던 것이다. 마침 젊은이 다섯 명이 탄 자동차가 뒤따라와서 李承晩의 차를 자기네 차에 매고 끌었다. 30마일쯤 가자 콜로라도州의 샤이엔웰스(Cheyen Wells)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였다. 李承晩은 자동차 정비소에 수리를 맡기고 그곳 호텔에 들어갔다. 호텔 지배인은 덴마크인이었는데, 매우 친절했다. 李承晩은 그에게 자기는 학교선생이고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여행을 한다고 말했다. 지배인은 李承晩에게 이 마을의 판사와 보안관과 자기 아내를 소개했다. 李承晩은 거기에서 지나가는 차에 편승하여 무전여행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캔자스시티까지 태워 주기를 바랐다.
이튿날 오전에 자동차 수리가 끝나서 李承晩은 낮 12시15분에 무전여행자와 함께 샤이엔웰스를 출발했다. 오후 늦게 무전여행자에게 운전을 맡기고 밤새껏 계속해서 달렸다. 캔자스시티 못미처 포트라일리(Port Riley)에는 그곳이 미합중국의 중심지점임을 나타내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캔자스시티에 도착한 것은 새벽 3시15분. 무전여행자는 시내 한복판에서 내렸고, 李承晩은 가까이에 있는 라파예트 호텔(Hotel Laffeyette)에서 눈을 붙였다.
시카고韓人敎會에서 열린 환영회
이튿날 아침에 李承晩은 동양식당을 찾아가서 이관수와 이성식을 만났다. 李承晩은 식당 근처의 프린스턴 호텔(Hotel Princeton)로 옮겨 하룻밤을 자고 10월7일 아침 8시에 그곳을 떠나서 저녁 7시30분에 일리노이州의 블루밍턴(Bloomington)에 도착했다. 시카고에 도착한 것은 이튿날 아침 11시쯤이었다. 오한수 내외와 김홍기, T.E. 정 등 여러 사람들의 점심 대접을 받았다. 인디애나폴리스로 갔던 장기영도 그곳에 와 있었다.
일요일인 이튿날 저녁에 한인교회에서 성대한 李承晩환영회 및 강연회가 열렸다. 동지회 회장 김홍기가 사회를 보았다. 남궁탁의 환영사에 이어 등단한 李承晩은 제네바의 국제연맹회의에서 중국대표들과 협동하여 활동했던 일이며 모스크바에 가서 있었던 일 등을 보고했다. 李承晩의 보고연설에 이어 김태선이 인사를 하고 회의는 밤 10시에 끝났다.11) 李承晩은 동지회 간부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구경했다. 동지들은 그를 「중국관」으로 안내했는데, 관람자들은 모두 중국인들이었다.
李承晩은 장기영과 함께 10월9일 오후 3시15분에 시카고를 떠나서 6시30분에 인디애나州의 세인트조셉(St. Joseph)에 도착하여 하룻밤 자고, 이튿날 아침 6시30분에 그곳을 떠나서 낮 12시15분에 디트로이트(Detroit)에 도착했다. 정양필, C.C. 안, 조호형, 조대형 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C.C. 안의 집에 묵었다.
47일 동안 9,000마일 走破해
이튿날 아침에 李承晩은 정양필 내외의 안내로 미시간州의 앤아버(Ann Arbor)로 가서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의 칼 루퍼스(Carl Rufus) 교수를 예방했다. 루퍼스는 李承晩 일행에게 대학클럽에서 점심을 대접했고, 점심이 끝난 뒤에 일행을 여학생 기숙사 식당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손창희의 딸을 만났다. 저녁 8시에 클리블랜드에 도착한 두 사람은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곳에서 몇몇 한국인을 만났는데, 그들은 두 사람이 묵은 암스테르담 호텔(Hotel Amsterdam)의 숙박비를 지불해 주었다.
10월12일 아침 7시45분에 클리블랜드를 출발한 두 사람은 도중에 잠깐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밤 11시 50분에 시러큐스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주유소 근처의 민박집에 들어 1달러를 주고 한 방에서 같이 잤다.
이튿날 아침 7시50분에 시러큐스를 출발한 두 사람은 12시10분에 뉴욕州의 트로이(Troy)에 도착하여 그곳에 사는 동포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7시 15분에 트로이를 떠나서, 올바니(Albany)를 거쳐, 12시15분에 뉴욕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李承晩의 트렁크와 짐을 맡겨 놓은 마르세일스 호텔(Hotel Marseilles)에 들었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남궁염과 최영조 등이 李承晩을 접대해 주었다. 李承晩은 호놀룰루의 한인기독교회 재판과 관련한 공술서에 서명하기 위하여 호놀룰루의 변호사들이 지정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뉴욕의 용무를 마친 李承晩은 10월17일 오후 2시40분에 장기영과 함께 출발하여 밤 12시10분에 볼티모어(Baltimore)에 도착하여 쉬고, 이튿날 아침 7시45분에 워싱턴으로 돌아와서 프랭클린파크 호텔(Franklin Park Hotel)에 여장을 풀었다.
이렇게 하여 李承晩은 47일 동안에 9,000마일(1만4,400km)이 넘는 자동차여행을 했다. 그것은 만 59세의 노령의 놀라운 기록이었다. 이러한 기록은 李承晩의 「오리엔트 매거진」의 발행에 대한 강한 집념과 함께 그의 초인적인 건강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