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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9일부로 도로명 주소(새주소)가 고시되었다. 이후 기존 지번주소와 병행사용하다가 작년부터 강행시행하도록 했다. 종전 지번주소와 시. 군. 구 및 읍. 면까지는 동일하고 洞, 里. 지번, 아파트의 이름 대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사용한다. 공문서부터 주민등록증까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주소는 모두 새주소로 변경되었다.
위는 정부 '민원24'에 들어가 건축물 대장을 떼기 위해 해당 화면에서 주소 검색을 하면 나오는 검색창이다. 왼쪽은 도로명주소로, 오른쪽은 지번주소를 선택한 경우다. 지번주소창은 동네 이름만 넣고 치면 된다. 그런데 도로명주소에서는 복잡하다. '도로명'에 '도로명+건물번호'를 넣으라고 나오는데 무슨 수수께끼 같다. 한 눈에 봐도 복잡하고 조잡스럽게 느껴진다. 새주소를 쓰게 된 동기는 기존의 지번주소가 일제시대 때 만든 것이고, 사람들이 주소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위성이 발달되고 네비게이션 성능이 좋아져 주소 찾기가 어렵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민족문제연구소란 몇 명 되지도 않는 비정상인들 모임이 만들어 낸 친일청산이란 쇼에 놀아나 전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집배원, 택배원, 이삿짐센타, 음식배달원, 부동산을 거래하는 사람, 부동산 중개업소, 법무사, 일반 기업체 영업부서 등 주소를 자주 다뤄야 하는 곳이라면 불편을 안 겪는 곳이 없다. 더군다나 정부에서는 엄청난 행정력 낭비를 하고 있다. 물론 비용도 따른다. 더군다나 지번주소는 없앨 수 없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겪는 일시적인 불편이 아니다. 한번 생각을 해보자. 기존의 지번주소는 일제가 만든 것이라고 우리가 이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게 있는가? 일제가 주소를 만들때도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게 아니다. 우리의 00洞, 00里, 등은 땅이름이다. 지역의 역사와 유래, 지세, 형세, 기후풍토, 지질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지었던 것이다. 가령 효자동, 후평동, 마장동, 옥수동, 초정리 등의 이름들에는 그 동네의 유래나 지세(地勢)와 문화적 특징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이름들을 다 지워? 지운다고 일제청산이 되는가? 우리는 일제식민지 시대를 수치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그 흔적을 없애려 하지만 역사는 엄연히 존재했던 기록이다. 옷에 묻은 오물은 씻어 말리면 되지만 역사는 되물릴 수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 조상들의 얼이 담긴 이름들을 무차별 없앤다는 것은 친일보다 더 우려스런 짓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국민들은 어느때부턴가 일제식민지 유산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들을 일으키는데 현실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그렇게 감정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종군위안부 문제 등 극히 지엽적 문제에 매달리다 보면 현실적으로도 한풀이 외에는 얻을 게 없고, 역사적 안목에 있어서도 사시(斜視)가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제 유산중 긍정적인 측면으로 우리 민족의 개화(開化)를 앞 당겼다는 것과 아울러 지적도(地籍圖)를 만들어놨다는 것을 꼽기에 주저함이 없다. 한번 생각해 보라. 전국토를 일일이 사람들이 찾아다니며 땅의 생김새와 역사적 의미를 담아 종이 위에 그려 번호를 매겨 놓는다는 게 얼마나 방대하고도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인가를. 그리고 얼마나 치밀하게 해 놨는지 함부로 바꿀 수가 없다. 새주소를 만들었다고 해도 이름만 달리 할 뿐 그림은 그대로요 지번도 같이 쓸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나는 괜히 건드려 일본이 저작권 요구를 할까봐 우려스럽다.
구글에 들어가 위성사진을 캡쳐한 것이다. 위는 미국 최대도시 뉴욕의 일부분이고 아래는 한국 최대도시 서울의 일부분이다. 보다시피 미국의 도시들은 계획도시로 도로명주소가 편리하도록 되어 있고, 한국의 도시들은 자연발생적 도시로 지번주소가 맞도록 되어 있다. 일제 유산을 바꾸겠다는 것도 외국의 주소를 모방하겠다는 것도 애초에 억지 이유를 붙인 무모한 짓이었다. 정 미국 것이 편리하고 좋아 보이면 분당이나 일산처럼 계획된 신도시에서나 적용할 일이다. 새주소 시행은 엄청난 국력 낭비로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하며, 이를 기획한 공무원들이나 관련자들은 모두 이름을 밝히고 합당한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