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사냥꾼은 덫에 걸리지 않는다

사냥꾼은 많다.
너도 나도 여우나 토끼를 잡겠다고 나선다.
모든 사냥꾼이 여우를 잡지는 못한다.
여우를 잡는 사냥꾼은 정해져 있다.

여우와의 한판 승부를 걸 결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냥꾼은 결기가 없다.
못 잡으면 말고이다.

그러다가 다른 사냥꾼이 놓은 덫에 걸려서 부상을 입어서 만신창이가 되고 망신만 당한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보육 예산 지원을 거부했다.

돈이 없어서 거부하지만 그보다 더 큰 명분이 있다.
경남도가 지원하는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감사를 거부하니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자기들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알고자 한다.

감사를 거부한다는 것은 뭔가 찔리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국민들도 그 정도 촉은 가지고 있다.
명분이 정당하니 무상급식으로 재미를 봤던 진보 교육감도 야당도 반박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작 생각해낸 것이 오세훈 전 시장이다.

돈 많은 부잣집 아이들은 돈 내고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옳았다.
서울시민들은 오 시장의 대의명분에 전부 공감할 줄 알았다.
시민들은 공감했지만 돈 앞에는 약했다.
공감하면서도 동의는 해주지 않았다.
결국 무상급식이란 괴물에 분연히 맞섰던 오 포수는 직을 걸었지만 돈에 눈이 어두운 시민들의 총탄을 맞고 그렇게 갔다.

야당은 당시 희생양으로 삼았던 오 포수를 떠올리며 홍준표 포수에게도 직을 걸라고 부추기고 있다. 다급한 것은 야당이지 홍준표 지사가 아니다.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예산을 간절히 바란다면 국민들에게 예산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야당은 홍준표 지사도 덫에 빠지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고 있다.

돈을 안 주려면 경남지사 직을 걸고 도민들에게 찬반 투표를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을 놓고 찬반 투표를 하라는 것은 결국 다시 죽으라는 것이다. 오세훈 포수의 전철을 봤으므로 순리적으로 대처하면 된다. 시간을 기다릴 줄 알면 된다. 금고문만 열지 말고 지긋하게 결기를 지키기 바란다. 시험에 들지 않으려면 정치인들이라면 하나씩 갖고 있는 존재감을 내보이려는 우쭐함, 객기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

사냥은 시작되었다. 부디 야당의 덫에 걸리지 말고 여우를 때려잡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