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모 사

각하, 동 영부인,
양위분 영전에 삼가 추모의 말씀을 올립니다.
각하께서 승하하신 지 어느 덧 35개 성상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해가 가고 달이 갈수록 저희들의 흠모의 정은
오로지 깊어만 갑니다.

각하께서 홀연히 저희 곁을 떠나셨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를 접하고서,
겨레가 오열하고 강토가 비탄에 젖었습니다.

그날 문경의 슬픔은 그 어느 곳과도 비할 수 없었습니다.
‘문경은 나의 제2의 고향이라’ 하시고,
‘문경국민학교는 나의 모교와도 같은 곳이라’ 하시던,
그 말씀이 더욱 생각나던 그 날이었습니다.

제자들은 밤새 눈물로 제수를 장만하고,
이곳 청운각에 마련된 분향단을 번갈아 지키며,
국장 9일 동안을 눈물로 지샜습니다.
오늘도 이 청운각 뜰에는 사랑하시던 제자들과,
각하를 흠모하는 많은 시민들이 이렇게 모여
추모의 향을 살라 올립니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각하의 기념관에 가 보았을 때,
1층 제3 전시실 한 모퉁이에 전시된 유품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수첩, 이 수첩의 겉표지에는
‘문경국민학교 제31회 동창생 명단, 1979년 1월 25일’이라고 되어 있고,

다음 장인 간지 여백에는,

“1979년 2월 5일, 31회 정복영군이 보내옴”이라고
각하께서 친히 써 놓으신 문구가 적혀있는 것이었습니다.

40여 년 전 담임하셨던 1학년 제자 정복영군이
각하 승하하시기 불과 8개월 전에 보내드린 수첩입니다.
그 옆에는 평소 쓰시던 돋보기 안경도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937년 약관 20세에 이곳 문경에 부임하시어,
어린 제자들에게 베푸신 그 사랑을,
1979년 승하하실 때까지 고이 간직하고 계셨음을,
우리는 그 수첩을 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문경국민학교는 각하의 모교와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각하께서 사랑하신 것이 어찌 문경 또는 문경사람 뿐이겠습니까?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고,
심지어 산천초목 산하대지까지 대한민국 속속들이 사랑하셨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각하께서 1978년 문경새재를 도보로 넘으시며,
성벽 등 주위 유적 경관을 둘러보시고,
호국의 정신이 깃든 유적을 잘 정비하되,
새재 옛길은 포장하지 말고, 경내에는
차량출입을 금하는 게 좋겠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오늘날 유적이 훼손을 면하고 잘 보존되어
문경이 ‘가 보고 싶은 곳’ 전국 1위에 선정된 것도
각하의 자연사랑 국토사랑의 결과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각하께서 헬리콥터로 국토를 시찰하시면서 아래를 내려다보시고,
“이거 내가 그린 그림을 보는 것 같아”
라고 말씀하셨다고 누군가 TV에 나와서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의 상암동 기념관은 각하의 크신 업적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하고,
거기 걸린 현판조차 ‘기념 도서관’이라는 엉뚱한 문구가 붙어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대한민국 전체 그 자체가
각하의 기념관이라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그렇습니다.
각하의 그 크신 업적인 대한민국 전부를
어떻게 집 한 채에 넣어 둘 수 있겠습니까?

각하의 영도 하에 저희는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웠습니다.
피땀 흘려 일해서 오늘날 저희는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경제적 번영은 이루어 냈지만,
북쪽의 핵폭탄은 지금도 저희 머리를 누르고 있으며,
NLL과 휴전선에는 포성과 총성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자립경제와 더불어 자주국방을 강조하신,
각하의 선견지명을 새삼 새겨 봅니다.

문경에는 각하 양위분의 애국 위민정신을 이어받은
이한성 국회의원과 고윤환 문경시장이 쌍두마차로 앞장을 서고,
제자들과 모든 애국시민들이 힘을 모아, 청운각을 구심점으로,
각하의 뜻을 기리는 일에 힘쓰고 있사오나,
부족한 점이 많아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오늘 각하의 35주기를 맞이하여
양위분의 사랑과 위대하신 업적을 다시 한 번 새겨보면서,
이만 말씀을 줄이고자 합니다.

영령이시여,
박근혜 대통령이 이끌어 가는,
이 나라 이 겨레를 부디 가호 하시옵소서.

2014년 10월 26일
문경 청운각 청운회

박남우 삼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