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자주 이용하여 서울역 출입이 잦은 나는 늘 의문이 하나 있었다. 서부역 쪽으로 오래 된 하얀 건물이 있는데 '소화아동병원'이라고 써져 있다. 무슨 뜻일까? 소화기가 나쁜 아동을 치료하는 병원인가?
오늘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직원이 이렇게 답했다.
"작을 小, 꽃 花입니다."
"작은 꽃이라, 이름이 참 예쁘네요. 그런데 漢字로 표기하면 안되나요?"
"글쎄요?"

인터넷으로 들어가 검색을 했더니 '닥터즈 뉴스'란 매체에 이렇게 소개되어 있었다.
<30년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하얀색 건물과 어색하게 붙어있는 큼직한 병원 간판은 서울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낡고 오래된 흑백사진 속 풍경처럼 자리잡고 있다. 1946년 고 이하영 박사가 서울 중구 태평로에 소화(小花) 의원을 개원하면서 출발한 소화아동병원은 1981년 서울역 서쪽 서부역 건너편 부지에 둥지를 마련, 200병상급 종합병원으로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위기를 맞았다. 은행 차입에 따른 부채와 다른 일반병원보다 더 많은 의료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아동병원의 특성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경영난에 봉착했던 것. 평소 육영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종근당 창업주 고 이종근 회장이 사재를 출연, 위기에 빠진 소화아동병원의 구원투수역을 자청했다. 의료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 소화아동병원은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설립자 이하영 박사가 '小花'라고 작명한 마음이 느껴진다. 해방 직후 어려운 시기에 아픈 아이들을 작은 꽃처럼 돌보겠다는 마음으로 지었을 것이다. '소화'는 암호이지만 '小花'는 뜻이 담긴 언어이다. 따뜻한 마음까지 실어나르는 살아 있는 낱말이다. 이 멋진 낱말을 '소화'라고 적는 것은 설립자의 高貴(고귀)한 뜻을 배신하는 행위이다. 한글專用은 언어를 파괴한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서에 한자 竝記(병기)를 결정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朴槿惠 정부 업적 중 탑 텐에 들 것이다. 여론의 지지도 압도적이다. 한국어의 정상화 없이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小花아동병원'이라고 적으면 경영도 잘 될 것이다. '小花'가 기막힌 광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