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는 민주주의 자본주의처럼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번역된 말이다. nationalism을 번역한 것인데, 영한사전을 찾아보면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가주의, 애국심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민족주의]를 韓英사전에서 찾으면 nationalism, racism이 나온다. racism을 英韓사전에서 찾으면 민족주의란 말과 함께 인종차별주의란 풀이가 나온다.

민족주의, 국가주의, 인종주의를 어떻게 분간할 것인가.
김정은 정권은 동족이다, 그러니 미국보다는 무조건 동족 편을 들어야 한다, 이념보다 민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연방제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동족인 북한정권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민족공동의 재산이니 만큼 환영해야 한다, 김일성의 남침과 도발을 따지는 것은 동족 사이에 할 일이 아니다. 지금 좌파가 주로 가르치고 있는 이런 주장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인종주의에 가깝다.

인종주의는 우리 민족만이 우월하고 특권적임으로 특별히 취급해야 한다는 차별의식을 깔고 있다. 독일의 나치는 우수한 아리안족이 쓰레기 같은 유태인들을 멸종시킬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김정일은 동족이라도 '계급의 원쑤들'에게는 식량공급을 끊고(그래서 수백만 명이 굶어죽었다), 남조선 혁명을 한다면서 중동 노동자들이 주로 탄 대한항공기를 폭파시켰다. 이런 자의 만행까지도 동족이므로, 핵을 개발하든 비행기를 폭파하든 따지지 말자는 것이 바로 좌파적 인종주의이다. 북한정권을 추종하는 이석기 일당이 범행을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았는데 선처해달라고 법원에 탄원서를 낸 소위 종교 지도자들의 행위도 인종주의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他민족에 대한 증오심, 자기 민족에 대한 터무니 없는 우월감이나 특권의식이 바로 인종주의의 특징이다.

진정한 민족주의는 이승만, 김구, 박정희에 의해서 구현된 이념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풍습을 지녔으며,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단결하여 행복하게 살아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국가를 만들어 알차게 가꾸어가자는 것이 민족주의이다. 민족 전체의 복지와 안전과 자유를 생각하면서 민족 전체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단결하고 통합하며 화해하자는 것이 민족주의이다. 따라서 민족주의는 애국심과 민주주의를 전제로 해야 성립된다.

국가주의는 무엇인가. 여기서 국가는 nation, 즉 국민국가를 가르킨다. 국민들이 민주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여 선거를 통해서 期間制(기간제) 지도자를 뽑는 나라가 국민국가이다. 국민국가는 법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이 국민은 대체로 같은 민족일 경우가 많지만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보듯이 타민족과 섞인 경우도 많다. 국민은 인종 개념이 아니라 가치관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즉,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등 정치이념에 합의하면 민족이 달라도 국민이 되는 것이다. 국민은 매우 넓은 개념이다. 국가주의는 국민주의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국민)국가주의는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그 진정한 의미는 국가와 국민이 다 잘되자는 취지이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은 공동체인 국가를 위해서 협력한다. 국민의 합의를 받지 못한 국가는 진정한 국가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국민국가가 아닌 국가, 예컨대 전체주의 국가나 軍國은 국민들을 탄압할 뿐만 아니라 외국에 대해서 국수적으로 나온다. 국수주의는 인종주의처럼 우리 나라가 최고다, 우리 나라가 범한 잘못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 나라는 외국을 침략할 권리가 있다는 식으로 自國至上(자국지상)주의를 추구한다. 히틀러가 전형적인 예이다.

증오심, 차별성, 특권의식을 갖고 이야기하는 민족주의는 진정한 민족주의가 아니라 인종주의이다. 민족주의란 말 안에 있는 여러 개념, 국민주의-인종주의-국가주의-국수주의를 잘 가려서 써야 한다. 김정은과 그 똘마니들이 쓰는 민족주의는 인종주의가 아니면 국수주의임을 미리 알아야 한다.

일본의 일부 극단적 국수주의자들은 한국인을 인종주의적으로 대한다. 우리는 일본을 그렇게 대해선 안 된다. 인종주의는 원시 시대의 유산이다. 문명국가는 외국이라도 문명인답게 원칙을 지키면서 대해야 한다. 롯데호텔이 주한일본대사관에 자위대 기념 행사장을 대여해놓고 언론이 비판한다고 행사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하여 폐를 끼치는 것은 문명인의 행위가 아니다. 그런 롯데호텔이 중국 대사관에 중국군 창군 기념행사장을 대여한 것은 일종의 인종차별이란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한국전에 불법개입하여 자유통일을 막고 수백 만의 이산가족을 만든 중국군의 기념행사를 허용하는 호텔이 한미일 동맹의 일원인 자위대의 행사를 취소한다면 약속이 아닌 인종적 감정(또는 對中사대주의)을 기준으로 일을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주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