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4일 朱鐵基(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韓中 정상(박근혜-시진핑) 간의 오찬이 끝난 후 청와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공식 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주철기 수석은 朴槿惠 대통령과 習近平(습근평·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 성북동 가구 박물관에서 오찬을 함께하면서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제3국(日本) 겨냥한 비판

朱 수석은 “兩 정상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검증 문제와 관련, 일본이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 행동으로는 이를 훼손, 폄훼하려는 시도를 보인 데 대해 유감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해 여러 나라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일본 정부가 자국민의 지지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정책을 지양하고 평화憲法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투명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의 특징은 朱 수석이 공식석상이 아닌 兩國 정상의 오찬장에서 나온 발언을 브리핑했다는 점이다. 朱 수석의 브리핑 내용엔 제3국인 일본을 겨냥한 비판(혹은 비난)이 들어 있어 韓日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었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섣부른 언급

朱 수석이 언급한 내용 중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당초 아베 총리는 지난 6월22일로 종료되는 定期(정기)국회 회기 중에 閣議(각의) 의결을 거쳐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법률을 정비하려 했었다. 그러나 공명당 등 야당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를 설득하기 위해 시기를 가을로 늦춘 바 있다. 지난 7월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법안 준비에 최소 3~4개월이 걸린다”며 “1년 정도 들여 신중하게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도입에 따른 법 개정을 議會(의회) 동의는 물론 야당의 충분한 공감대까지 확보한 뒤 착수하겠단 입장을 보여왔다. 청와대도 일본을 비판하기에 앞서, 이 같은 상황변화까지 예의주시한 뒤 입장을 밝히는 게 순서였을 것이다.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

주철기 수석의 브리핑 내용 중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 현실”이란 대목이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필요하다.

지난 6월22일~23일 <산케이신문>과 FNN(후지뉴스네트워크)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한 찬성의견은 47.7%로, 반대의견(38.1%)을 앞선 것으로 나왔다.  朱鐵基 수석의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란 표현은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國益 아닌 여론에 따라 외교한 셈”

<문화일보> 허민 정치부장은 “여론외교의 毒”이란 제하의 칼럼을 同 신문 7월10일字에 게재했다. 이 글에서 許 부장은 朱 수석의 공개 브리핑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習近平(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韓中 정상회담 및 특별오찬 등에서 나온,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에 대한 비분강개가 그대로 드러나는 비공개 대화 내용을 샅샅이 공개한 것은 國益(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상회담에서 제3국과 관련해 나눈 대화는 비공개로 하는 게 상식이다. 상대국과의 신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朱 수석은 외교관례를 무시했다. 朱 수석의 이번 공개는 韓中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對日(대일) 공동 메시지가 없었던 것에 대한 국내 불만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國益의 관점이 아닌 여론에 따라 외교를 한 셈이다.>

許 정치부장은 “여론과 국익이 상반된다고 판단될 때는 주저없이 국익을 선택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국익은 韓美동맹을 바탕으로 안보를 굳건히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 A 씨도 <조갑제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朱 수석의 공개 브리핑을 “경솔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우호국가인 일본을 韓中 양국이 협공하듯이 비판한 것은 향후 한국에 손해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記者는 지난 7월11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이메일로 질문지(※하단에 全文 게재)를 송부하고, 문자 메시지와 휴대전화 등으로도 연락을 취해 이번 사안에 대한 朱 수석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朱 수석으로부터 아직 아무 답신을 못 받은 상태다.


좌파정권 떄의 韓日관계

1965년 韓日국교정상화 이후, 韓日관계는 줄곧 우호적·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韓美관계만큼 韓日관계를 전략적으로 중요시해왔다. 이런 基調(기조)는 좌파정권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대중 前 대통령은 취임 초인 1998년 10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일본 총리와 韓日정상회담을 갖고, ‘21세기의 새로운 韓日 파트너십(이른바 ‘韓日 파트너십’)’을 선언했었다. 노무현 前 대통령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전통적으로 韓美日 공조체제는 한국 외교의 기본 골격이었다. 이는 國益에 입각한 것이지 우리가 美日의 눈치를 봐서 그런 입장을 견지한 게 아니었다. 


韓日관계 악화, 韓美관계에도 惡영향

2013년 11월 美 <파이낸셜타임즈(FT)> 인터넷판은 韓日관계 악화에 따른 전현직 미국 관료들의 우려를 보도했었다. 커트 캠벨 前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韓日관계 악화는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전략적 도전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료는 “미국은 韓日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중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두 나라가 해결책을 찾을 만한 환경을 조성해주길 원한다”고 당부했다.

朴槿惠-아베 회담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2013년 11월 초, 朴 대통령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선 ‘무의미하다’고 밝혔었다. 

지난 3월 한국갤럽(이사장 朴武益)은 韓日관계 전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3월10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된 이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1211명을 선정해 지역별, 성별, 연령별, 지지정당별, 직업별, 이념별로 구분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2.8%, 95% 신뢰수준이며 무작위 휴대전화 송신 방법으로 진행됐다.

여론조사에서 ‘향후 韓日관계가 더 좋아져야 한다’에 ‘공감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7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52%는 ‘現 상태라도 한일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답했고, 40%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여성(57%)이 남성(48%)보다 ‘공감한다’는 비율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의 62%가 ‘공감한다’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60세 이상이 45%로 가장 낮았다.●

                                             [질 문 지]

- 朱鐵基 수석께서는 지난 7월4일(오후 5시) 朴槿惠 대통령과 習近平이 오찬장에서 나눈 反日 성향(역사 왜곡, 집단적 자위권 관련)의 대화 내용을 공개 브리핑했습니다. 양국 정상이 오찬 시 나눈 대화(비공식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외교적 관례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제3國을 비판(혹은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에도 이를 공개 브리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브리핑 약 세 시간 전 조태용 現 외교부 제1차관도 YTN에 출연해 “정상회담에서 일본에 대해 얘기가 나왔더라도 밖으로 꺼내놓고 공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활동 공간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전현직 외교관들도 ‘일본과의 전략적 관계를 고려했다면, 밝히기 힘든 내용’이라는 게 대체적인 衆論(중론)입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한 뒤 브리핑한 것입니까?

- 브리핑 내용 중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 현실”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산케이신문>과 FNN(후지뉴스네트워크)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6월22일~23일)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한 찬성은 47.7%로, 반대(38.1%)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또 <산케이신문>이 6월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衆·參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정부 해석 변경으로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가 32.2%, ‘헌법 조문을 개정해서 용인해야 한다’가 32.0%로, ‘용인파’가 60%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하십니까?

- 청와대나 외교부 홈페이지에 朱 수석의 브리핑 全文이 공개되지 않았는 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 <문화일보> 허민 정치부장은 7월10일字 同 신문칼럼(“여론외교의 毒”)에서 朱 수석님의 브리핑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칼럼 전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71001033023310002)

-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對中 ‘등거리 외교(親中정책)’를 천명, 韓美日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공간이 매우 좁아졌다는 비판적 평가가 있습니다. 親中정책으로 한층 복잡해진 韓美日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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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한국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런데 朴 대통령은 시진핑의 페이스에 말렸는지 기존의 정부 방침과 다른 발언을 했다. 한·중 頂上(정상,박근혜-시진핑)은 7월4일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해 여러 나라가 우려하고 있고,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자위권 확대에 반대하는 상황에 주목하면서 일본 정부가 자국민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정치를 지양하고 평화헌법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방위안보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고위 외교관 출신의 한 인사는 이런 평을 했다.
 '시진핑은 립서비스만 하는데 한국 언론이 너무 미화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의가 없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는 한국에 得(득)이 된다. 우리의 주권을 침범할 가능성도 없다. 우리가 싫으면 얼마든지 한국 영토 내에서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거부할 수 있다. 즉, 유리한 경우만 골라서 취할 수 있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 주석과 함께 집단자위권을 비판했다니! 藥(약)과 毒(독)을 구분 못하고 있다. 정말 이 나라는 큰 일이 났다.'
  일본이 동북아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가 동맹국인 미국이 중국이나 북한의 공격을 받을 때이다. 일본엔 한국에 있는 유엔군 사령부의 후방 기지가 있고,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을 때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로부터 함정과 전투기가 발진, 한반도에서 작전을 펴야 한다. 이때 일본이 미군을 도우려면(즉, 한국을 도우려면) 집단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 그런 권한이 없다면 미군뿐 아니라 한국군의 對北(대북) 작전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우리는 안보상 피해를 본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 비판은,  敵(북한정권)의 후견세력인 중국 편에 서서 동맹국 미국을 간접 비판하는 모양새였다. 미국의 눈에는, 중국의 심부름꾼 역할에 충직한 것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다. 韓美동맹이 약해지면, 미사일방어망도 안 만들고, 핵무장도 하지 않는 한국을 중국이 계속 존중해줄까? 朴 대통령은 지금 國力(국력) 이상의 외교를 하고 있는 것 같다. 殘高(잔고) 이상의 어음을 발행하면 부도가 나듯이 國力을 넘어선 강경책을 펴면 외교적 不渡(부도)가 나는 수가 있다.   
 朴 대통령은 납치자 문제를 둘러싼 日北(일북) 접근도 비판하였는데, 韓日관계가 좋았더라면 일본의 그런 일방적 對北(대북)접근은 한국의 양해 없이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反日(반일)외교의 무력함을 드러낸 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UN헌장도 세계 모든 국가들은 집단적 자위권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한국이 UN에 가입할 때 헌장을 준수할 것을 약속했으므로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논리적으로 반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근혜가 나폴레옹 3세의 외교적 파퓰리즘을 닮는다면?

 헨리 키신저는 《외교》라는 책에서 普佛전쟁으로 몰락한 나폴레옹 3세에 대하여 <여론에 민감한 그는 그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외교정책을 오락가락 하게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반면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목표로 놓고 여론을 이용, 냉정한 외교를 했다. 엠스 전보 사건에서 보듯이 나폴레옹 3세는 여론을 따라갔지만 비스마르크는 여론을 만들었다. 善惡 평가는 달리 할 수 있으나 김정은, 시진핑, 아베가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한 외교와 전략을 펴고 있다는 데는 異見이 없을 것이다. 朴槿惠 대통령은? 그가 나폴레옹 3세처럼 國益보다 자신의 인기나 여론(또는 감정)을 더 重視(중시)한다면 시진핑, 김정은, 아베한테 이용당하고 한국은 외교적 부도 사태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풍랑이 없는 평온한 바다에서 일어났다. 조각배가 아니라 큰 배였다. 뒤집어지는 데 불과 100분 정도 걸렸다. 船社(선사)의 돈벌이 위주의 안전 무시 경영, 감독기관의 결탁, 增築(증축)에 의한 무게중심의 上向, 화물 過積(과적), 固縛(고박) 부실, 평형수 줄이기, 이에 따른 복원력의 약화, 자격 없는 선장과 선원들, 대피 훈련 부족 등의 요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축적되어가다가 10도 정도의 變針(변침)으로 이들 모든 요인들이 결합되어 폭발한 결과였다.
 대한민국號에서도 이런 顚覆(전복) 요인들이 쌓여가고 있음은 확실하다. 국가지도부의 무책임과 무능력, 종북반역 세력의 준동, 선동언론의 발호, 국회의 反국가적 행태, 좌편향 국사 교과서, 공무원 집단의 기회주의, 대통령의 인기주의 외교 등이 어떤 외부 요인에 의하여 직렬로 연결되어 폭발한다면 세월호처럼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때 새누리당 정권이 이준석 선장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高地戰에서 勝敗(승패)는 8부 능선에서 지휘관이 일어서면서 '돌격!' 명령을 내릴 때 몇 사람의 부하가 행동을 같이 하느냐에 의하여 결정되었다고 한다. 평소 부하들을 아끼던 지휘관일수록 성공률이 높았다. 정권 지지층이 대통령에 대하여 배신감을 품기 시작한 대한민국에선 그런 결단의 순간이 닥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