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라고 불리는 親(친)알카에다-수니派(파) 성향의 무장집단이 시리아 內戰(내전)에서 叛軍(반군)으로 힘을 키우더니 드디어 인접한 이라크로 넘어와 북부 지역의 최대 도시인 모술을 점령한 뒤 바그다드를 향하여 진격하고 있다. ISIS는 수니파 이슬람 교도가 주도한다. 이슬람의 시아파와 수니파는 초창기부터 증오와 갈등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유럽에선 1618~48년 종교전쟁으로 新舊敎(신구교) 분쟁이 학살로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리되었지만 시아派와 수니派의 갈등은 최근에 와서 증폭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중동의 종교전쟁이다.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의 分派(분파) 알라위派에 의하여 장악되었다. 반기를 든 세력은 수니派가 다수이다. 시리아에선 시아파가 15% 정도밖에 되지 않고 수니파가 80% 정도이다. 지금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이란은 시아파 국가이고, 반군을 지원하는 사우디, 카타르 등은 수니파이다.

이라크와 이란은 시아파가 다수인 나라이다. 이란이 한때의 敵軍(적군)인 이라크를 돕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을 침공, 100만 명 이상이 죽은 이란-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후세인은 수니파였다. 2003년의 제2차 걸프 전쟁으로 미군이 후세인을 몰아낸 이후 이라크는 시아파 정권으로 변했다. 그래서 이란-이라크 사이가 좋아진 것이다.

시리아 내전의 불길은 이제 이라크로 옮겨붙었다. ISIS는 붙잡은 이라크 정부의 보안군인들을 무자비하게 집단 총살하는 장면을 인터넷에 공개하였다. 이를 본 정부군 측, 즉 시아파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어제 바그다드 북쪽인 바쿠바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던 수니파 용의자 44명이 사살되었다. 이들은 바그다드로 진격중인 ISIS에 협력한다는 혐의로 구금되어 있었다. 다른 곳에서도 수니파 사람이 피살되고 屍身(시신)은 거리에 버려지고 있다.

이라크의 시아파 지도자도 ISIS 타도를 위하여 궐기하자고 호소, 시아파 청년들이 지원하고 있다. 이란과 원수 사이인 미국은 ISIS를 저지하는 데 이란과 협력할 뜻도 비친다.

2006년에 절정을 이루었던 이라크의 시아파-수니파 내전이 재연되는데 그때와 다른 점은 미군이 없다는 점이다. 2011년 봄 이후 16만 명이 죽은 시리아 내전이 더 큰 규모로 이라크에서 전개된다면 석유값이 오르고, 이라크 건설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피해를 볼 것이다.

2001년 알카에다에 의한 9.11 테러가 발생하자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는 이 기회에 이라크의 후세인을 제거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부통령 체니가 주도한 전쟁계획이 내건 명분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후세인 정권이 알카에다 후원세력이란 점, 둘째는 핵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2003년 봄에 시작된 미군의 이라크 침공 작전은 한 달 만에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으나 후세인 지지세력인 수니파의 저항에 이은 수니파-시아파 내전으로 악화되었다. 전쟁 이후 면밀한 조사에서 후세인이 알카에다를 지원하고, 핵무기를 개발하였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은 부인되었다. 이번 사태로, 알카에다를 없애려고 시작한 부시의 전쟁이 알카에다를 강화시키고 말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중동에서 전쟁을 시작하고 정책을 펴려면, 먼저 시아파-수니파의 철전지 원수 관계를 파악해야 하는데, 부시 정부는 이념적 경직성으로 인해 현실의 뿌리인 역사와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너무 큰 일을 벌였던 것이다. 우파이든 좌파이든 신념을 사실보다 우선시키는 정책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기자들이 가장 위험한 곳은 內戰(내전)현장이다. 한국의 기자들은 위험한 곳의 취재를 기피하기로 유명하다. 총리 후보자를 공격하는 데는 위험이 따르지 않지만 시리아와 이르크 內戰 취재는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 나라 안에서만 용감한 기자들을 이곳으로 보내는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