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6일 趙甲濟의 현대사 강좌에서 千英宇 전 안보 수석이 한 연설중 일부.

東北亞(동북아)의 地政學(지정학)은, 임진왜란 이후 淸日(청일)전쟁 이전까지는 거의 변함이 없었고 그 후에 바뀐 것은 미국이라는 하나의 외세, 즉 동아시아 밖에 있는 강대국이 2차 대전과 6·25를 통하여 이 지역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등장한 점입니다. 동아시아 내부만 본다면 여기가 유럽이나 딴 데 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뭐냐 하면, 힘의 배분이 非대칭적이란 점입니다.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있고 그 나머지 나라들은 인구, 면적, 경제력 등 國力이 중국하고는 정상적으로는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수 천 년 동안 동아시아의 질서라는 것은 중국 중심의 일방주의거든요. 요즘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서 중국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을 보고 제가 가끔, ‘우리는 수 천 년 동안 당신들의 일방주의 체제 하에서 눈치 보면서 살아 왔는데 당신들이 미국을 비판 하는 것 보니까 조금 그렇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전략적 公示地價(공시지가)가 제일 높은 한반도

중국이 아주 허약하고 주변국이 강성해질 때는 싸워서 이길 수가 있습니다. 일본이 임진왜란 때 중국하고 싸워서 그 여파로 명나라가 멸망하고 수나라가 을지문덕 장군한테 몇 번 당하고 나서 망하고, 이런 일시적인 일은 있어도 그것이 지속 가능한 일일 수가 없습니다. 일본이 지난 백수십년 동안 중국보다 근대화를 먼저 하여 중국과 對敵(대적)할 수 있는 힘을 길렀지만 긴 동아시아 역사에서 본다면 예외에 속하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수 천 년 동안 중국하고 主從(주종)관계를 맺고 중국이 지배하는 동아시아 질서 관계 속에서 순응하는 방식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였던 것은 비굴해서가 아니고 지정학적인 여건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韓半島(한반도)가 또 동아시아의 地政學(지정학)에서 제일 가는 전략적인 요충이지 않습니까? 전략적 公示地價(공시지가)가 제일 높은 데가 한반도입니다. 한반도에서 누가 영향력을 많이 가지느냐에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누가 강자가 되느냐가 결정되거든요.
한반도가 지금 휴전선에서 분단된 것도 가만히 보면 미국하고 소련하고 얄타에서 어떻게 한 것도 있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판도의 경계선이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지정학적 성격으로 해서 한국이 약할 때는 우리만 망하는 것이 아니고 이웃나라끼리도 한반도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를 놓고 싸우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군 이래 우리 國力(국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봅니다.
이처럼 스스로 우리 운명을 관리하고 개척할 수 있는 경우가 몇 번 없었을 겁니다. 지금은 우리가 國力(국력)을 어디에다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동아시아 전체의 세력판도와 역사가 달라질 수 있는 그런 전환기에 와 있다고 봅니다. 외교와 국방이 대한민국만큼 국가생존에 중요한 나라가 별로 없는데, 대한민국만큼 그렇게 당하고도 외교 국방을 소홀히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외교안보 수석을 2년 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다간 망하는 수가 있다

동북아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아무리 동맹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가장 급박한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을 못 갖추면 결국 우리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나라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가 전쟁터를 제공해 준 불행한 역사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동북아의 지정학 판도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금 비분강개하고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 安危가 걸린 외교안보 정책이라는 것은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는 망하는 수가 있습니다. 냉철한 머리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큰 흐름은 뭐냐 하면 중국의 浮上과 일본의 쇠퇴입니다. 안보상황이 불확실하고 어려운 것은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고 재편되는 과정에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본한테 워낙 많은 서러움을 당하고 하다 보니까 일본이 기울어지면 좋은 걸로 생각하고 중국이 浮上하면 좋은 걸로 생각하는데, 이런 세력균형 파괴가 전략적 불안정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域內(역내)의 미국 중국 일본 등 큰 나라들 간에 군비경쟁, 전략적인 경쟁 , 쉽게 말하면 氣(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럽 역사에서 보더라도 큰 전쟁은 기존의 세력 균형이 변경될 때 현상유지세력과 현상변경 세력 간의 충돌로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쇠퇴하는 일본의 자존심, 그리고 興起(흥기)하는 중국의 오만, 이것이 충돌할 때는 위험합니다. 지금 한일 간에 티격태격 싸우는 거는 우방국들 간에 서로 좀 맘이 상해서 그런 거구요, 이것은 安保(안보)이해관계가 충돌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중국 일본 간에는 안보적 利害(이해)관계가 충돌합니다. 쇠퇴하는 세력은 상당한 불안감, 심지어 불필요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중국은 여태까지는 조용히 지내면서 힘을 안보이고 '화평굴기'한다고 했다가도 급할 때는 본색이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우린 아무리 강대국이 된다고 해도 주변국을 위협하는 세력이 안 되고 우리는 평화로운 대국이 된다’고 했다가 센가쿠든 남사군도든 충돌이 벌어지면 이땐 내 말 안 들으면 힘으로 어떻게 하겠다 하는 이런 의지를 은연중에 내비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동아시아,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도 심지어 미국하고 전쟁했던 베트남까지도 앞으로 중국이 하는 것 보니까 불길하다, 앞으로도 걱정이 된다, 미국하고 안보협력을 해야겠다 해서 미국 군함이 베트남에 들어가고 하는 것을 보면 베트남도 굉장히 약은 사람들입니다. 미국하고 싸우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죽었는데 미국하고 군사협력하고 싶겠습니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옛날이야기 가지고 해봤자 소용없고 앞으로 제일 위협은 중국이라고 생각하고 미국과는 더 가깝게 지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베트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