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다른 문화를 포용하고 이해하는 문화 상대주의

Melting Pot(멜팅 팟)이라 불리는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의 인종과 문화가 한데 뒤섞여 공존해 살아가는 세계의 중심지이다. 나는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첫 해에는 스웨덴 호스트 오빠가 있었고, 브라질, 코스타리카,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슬로바키아 등 다양한 國籍(국적)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이 해준 음식을 먹기도 하고 언어를 배우면서 그들의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펜실베니아州에서 보낸 2년 간은 중국인 룸메이트와 생활하면서 중국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문화 상대주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서로 대화하면, 다른 문화를 습득함과 동시에 친구들과의 관계 또한 돈독해질 수 있다.  
 

16. 꼬박꼬박 정리하는 용돈기입장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지출되는 돈이 많다. 많은 유학생들은 돈 계산을 할 때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는 현금과 달리 돈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걸 확인하기 힘들어 나도 모르는 지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지출을 정확히 관리하고,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용돈기입장을 꼬박꼬박 썼다. 바쁜 경우에는 영수증을 차곡차곡 잘 모아두었다가 시간이 날 때 밀렸던 지출 상황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용돈기입장을 쓰면, 돈을 어디에, 왜, 어떻게 썼는지를 돌아볼 수 있기에 의미 없는 지출을 자제할 수 있다.   


17. 독서, 일상에서 맞는 잠깐의 휴식

나는 어렸을 적부터 책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고, 지금도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혹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에는 독서를 한다.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과제 때문에 한숨을 쉬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숙제를 마치고 나면 잠시나마 내 스스로에게 보답하고자 독서를 하며 여유를 만끽했다. 바쁜 와중에 혹시 내 꿈을 잃어버릴지 몰라 미국 유학의 꿈을 심어주었던 《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미국에 갈 때에는 항상 한국 책 몇 권씩 사들고 갔다. 한국 책은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18. 전화는 아주 급할 때만 잠시!

미국의 통신요금은 우리나라와 달리 발신뿐 아니라 수신까지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통신요금 부과되지만, 미국에서는 Air Time 요금을 적용, 신호가 울리는 시점부터 요금이 부과된다.

유학기간 중 가장 많은 유학생들이 이용하는 핸드폰의 형태는 프리패이드 폰(Prepaid Phones)과 계약제 핸드폰이다. 프리패이드 폰은 일정량의 돈을 미리 지불하고, 지불한 요금만큼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말한다. 보증금이나 계약기간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기에 단기 유학생이나 통화량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격이다(통화를 자주 하지 않는 내 경우에도 프리패이드 폰을 이용했다). 프리패이드 폰의 요금 종류와 기간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핸드폰 機種(기종)이 제한되어 있고, 해당지역을 벗어나면 추가요금을 따로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계약제 핸드폰은 말 그대로 계약을 하고 사용하는 핸드폰으로, 보통 계약기간은 2년이다. 물론 계약제 핸드폰을 구입할 시에는 미국 사회 보장 번호(SSN)가 없는 외국인들의 경우 약 $200~400의 보증금을 지불해야 하며, 여권 또는 비자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장기간의 유학 생활을 계획했다면 핸드폰 기종이 좋은 계약제 핸드폰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은데, 이는 계약제 핸드폰은 프리패이드 폰에 비해 통화요금이 저렴하고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 부모님과의 장시간 전화는 화상전화로 하자

처음 미국에 도착한 나는 한달 단위로 요금을 지불하던 내 핸드폰을 이용해 부모님과 연락했다. 하지만 약 $40나 되는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게 과연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나는 부모님과 국제 전화를 일주일에 몇 번 하지도 않았다. 엄했던 호스트 엄마는 내게 매달 무조건 $40씩 지불하라고 명령했고, 핸드폰 요금 명세서 또한 그녀가 관리했으므로 한 번도 내가 사용한 통화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역관리자 집에 사는 동안 한 독일인 친구가 내 컴퓨터에 무료 화상통화 시스템인 ‘스카이프(Skype)’를 설치해 주었고, 나와 부모님은 그때부터 요금에 구애 받지 않고 전화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물론 스카이프는 와이파이(무선인터넷)가 설치된 곳에서만 연결이 가능하다. 또한 수신자와 발신자 모두 스카이프를 설치한 상태여야만 서로 연락이 가능하다.

   
20. ‘대한민국’이라 쓰고 ‘조국’이라 읽는다: 한국 전도사 되기

외국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바로 ‘애국심’이 생긴다. 한국과 관련된 것을 미국 친구들에게 설명을 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의 훌륭한 문화와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어했다. 2012학년도 세계 종교 수업 때 약 세 달간 불교에 대해 배웠다. 학교에서 다루었던 불교는 모두 인도와 중국의 불교였다. 난 그 두 나라와는 다른, 한국 불교만의 독특한 특징을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가보았던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들을 중심으로 탑, 사찰음식, 연꽃, 동자승 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로 했다. 제작한 자료를 반 아이들 앞에서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세계사 시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을 과제로 다뤘다. 새마을 운동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해 학급 내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2012년 여름,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투브(youtube) 조회수 17억 건을 돌파하며 全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교에서 미국 친구들과 함께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시청하며 그 노래를 따라 불렀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말춤을 추기도 했다. 미국 친구들은 내게 ‘강남스타일’ 노래 가사를 물어보곤 했다. 나는 노래 가사를 번역해 그들에게 설명해 주었고, 다른 유명한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 후 나와 친구들은 빅뱅, 지드래곤, 슈퍼주니어, 2PM 등 한국 가수들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함께 시청하곤 했다. 몇몇 친구들은 그 후로도 계속 한국 가요의 매력에 빠져 열정적인 K-pop팬이 되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선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내가 살던 펜실베니아州 에리(Erie)에는 일본, 중국, 태국 음식점은 모두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음식점은 하나도 없었다. 내 친구 중 누구도 무엇이 한국 음식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친구가 없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김밥, 잡채 등 해주고 싶은 음식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재료를 구하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요리할 시간도 없었다.

졸업 후 한국으로 오기 며칠 전 메기, 브래난, 메디와 함께 어느 숲으로 소풍을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 가져갈 피크닉 음식으로 주먹밥을 선택했다. 어렸을 적 엄마가 매번 해주셨던 불고기, 참치를 넣은 주먹밥을 생각하며 월마트에서 재료를 구입하고, 소영이에게 한국 간장과 참기름을 구해와 겨우겨우 주먹밥을 만들었다. 주먹밥을 본 친구들은, 빛의 속도로 그것을 낚아채더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자신들의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한국의 음식 문화를 조금이라도 선보일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다양한 한국음식을 먹어보고 싶어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한국 전도사라도 된 것 같았다.


21. 유학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6·25 南侵(남침)전쟁

유학 중에 나를 곤란에 빠뜨리는 순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예전에 어느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白髮(백발)의 할아버지 한 분이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오시더니 혹시 내가 한국인이 아니냐고 물어보셨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 분은 자신이 오래 전 6·25전쟁에 參戰(참전)했던 군인이라며 그 분이 맡았던 포지션과 당시의 위험천만했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한국인인 나보다 한국전쟁에 더 자세히 알고 계신 그 분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전쟁의 배경과 과정을 자세하게 잘 알고 있지 못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 할아버지뿐 아니라, 미국에 있는 3년 간 많은 사람들이 내게 6·25전쟁에 대해 물어보았고, 남북 情勢(정세)에 관한 질문을 던진 적도 있다(몇몇 사람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위험을 인식해 매우 심각한 말투로 나의 부모님을 당장 미국으로 대피시키라고 권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사실 정확한 답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당시에는 학교 과제를 하기에도 벅차, 뉴스 시청을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혹 내가 잘못된 설명을 하지 않을까 긴장이 되어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확실히 밝힌 것은 한국이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위험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유학 중 순간적으로 받게 되는 질문에 대비해 6·25전쟁에 대한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熟知(숙지)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