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家安保의 마지노선은 지켜져야 한다.

정영철 전 국정원 해외공작국장

작년 말 大選 직전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 70여명이 아지트에서 조직적으로 문재인 후보 비방 사이버활동을 하고 있다”며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경찰수사를 통해 사실무근임이 확인된 바 있다.(2012.12.26,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발표). 그럼에도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 일부 언론과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의 찬반클릭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등 말 바꾸기를 통해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 의원조차 ‘진상조사’를 운운하고 있다.
필자는 30여 년간 국정원에 근무하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의 對南(대남) 공작활동에 대응한 방첩활동 조직을 직접 지휘했다. 이른바 ‘국정원녀’ 사건 직후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으나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우려해 그동안 공개적 의사표현을 자제해왔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국정원 조직 자체가 변했다. 정치 개입 의도가 있는 지시는 원천적으로 먹혀들 수 없게 됐다. 다시 말해 나중에 감옥 갈 그러한 지시를 할 지휘자도 없고, 이를 받아들일 부하직원도 없다. 둘째, 조직적 선거개입이라면 해외조직 등을 통해 수십 명이 수백 개의 글을 작성해 하루에도 수천, 수만의 퍼나르기를 시도했을 것이다.

야권이 문제를 삼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10여개의 ID를 사용한 것 놓고 정치개입을 운운하고 있는데 통탄할 노릇이다. 정보요원이 업무수행을 위해 가명을 사용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다. 필자가 공작업무상 사용한 가명도 족히 20여개가 넘는다.

문제의 본질은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여부이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은 본질을 제쳐두고, 국정원의 활동 내용을 파헤치려는 지극히 개탄스러운 상황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國論(국론)분열과 南南갈등 조장을 위해 해외에 전문요원들을 파견, 조직적 對南사이버 심리전을 자행하고 있다. 10여 년 전 남북한 사이버 전문가의 회동을 통해 북한의 능력을 평가한 결과, 북의 해킹 및 암호화 실력은 남한을 앞선 수준임이 증명된 바 있다.

북한에 뒤쳐진 우리의 사이버전 능력을 개발, 극복하는 것이 시급한 데 국정원 요원의 고유 업무 수행을, 大選 개입을 운운하며 활동에 제약을 가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북한은 해외 여러 곳에 사이버 공작 기지를 둬 각종 유언비어 유포 등 對南심리전은 물론 공작 지령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내에 암약하고 있는 간첩들은 이를 통해 공작 지시를 수령한다. 이를 拔本塞源(발본색원)하기 국정원 요원들이 각종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기본 업무다. 정치권과 언론의 주장대로 國政(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 요원들이 사용한 ID등이 공개될 경우 우리의 방첩활동 루트와 방법, 침투 상황까지 고스란히 북한 당국에 들어가게 꼴이 된다.

정치권은 “국민들은 국가안보의 마지노선은 지킬 줄 아는 정치”를 원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정원은 이 기회를 통해 내외부의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위법자에 대한 엄중한 사법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