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바로 하는 사람이 異人

張良守 교수의 名文에서 생각 난 것.
名文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다. 꾸밈이 없고 간결하되 事物의 핵심과 본질을 드러내는 글이 名文이다. 이런 글을 읽으면 세상이 달리 보이고, 세상을 보는 눈이 맑아진다. 글 하나로 인간이 성숙되는 것이다. 며칠 전 올라온 張良守 교수의 글이 그러한 名文이다. <망국적 妖氣(요기)를 척결할 異人(이인)은 있다!>라는 제목의 글엔 이런 대목이 있다.

<지금이 위기의 시대인 것은 맞고, 그러한 위기에 나라를 구할 뛰어난 인물들도, 옛 이야기 속의 그 異人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그 큰 인물이요, 異人인 것이다. 그러니까 불을 켜 들고 골목을 누비며 어떤 救世(구세)의 인물을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투표를 바로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요, 사명대사요, 유성룡 대감을, 조선을 구한 異人, 痴叔인 것이다. 그리고 妖氣를 척결하기 위해서, 사특한 귀신을 쫓는 데 쓸 붉은 피를 얻으려고 애꿎은 말을 잡을 것도 없이, 투표를 바로 해서 그런 사람을 내쫓으면 그것이 곧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앉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고 걱정하면서 위대한 인물, 즉 異人이 나와 단번에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대중 민주국가에서는 선거로 이순신, 유성룡, 이승만, 박정희 같은 위인을 뽑기가 어렵다. 뽑히더라도 제한된 시간내에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순 없다. 권위주의 정권에선 지도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지만 대중 민주국가에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공화국의 主權者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특히 유권자들이다. 민주국가의 선거는 대중엽합주의로 흐르게 되어 있다. 이건희 씨도 한 표, 노숙자도 한 표, 대학교수도 한 표, 無學者도 한 표이다. 국민 평균 수준에 맞는 후보가 당선된다. 그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얼굴은 유권자들의 얼굴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이 선동에 넘어가면 선거를 통하여 간첩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으로 뽑아 국가의 조종실에 들여보낼 수 있다. 지난 4.11 총선은 유권자들이 들고 일어나 그런 가능성을 차단한 경우이다. 국민들의 수준을 보여준 선거였다. 張 교수 말대로 나라를 구한 異人은 유권자들이었다.

민주국가에선 여론이 바뀌면 정치가, 정치가 바뀌면 역사가 바뀐다. 여론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놓는 일이 최종 해결책이다. 여론이 종결자이다. 4.11 총선은 선동장이면서도 교육장이었다. 종북의 正體를 국민들에게 가르쳐준 교육장! 이 각성운동이 확산되면 다가오는 12월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이 <사특한 귀신을 쫓는 데 쓸 붉은 피를 얻으려고 애꿎은 말을 잡을 것도 없이, 투표를 바로 해서 그런 사람을 내쫓으면 그것이 곧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앉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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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 妖氣(요기)를 척결할 異人(이인)은 있다!
불을 켜 들고 골목을 누비며 救世(구세)의 인물을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투표를 잘 하면 된다.
張良守




이희평이 펴낸 설화집 <溪西野譚(계서야담)>에는 조선 선조조의 名 宰相(명 재상) 柳成龍(유성룡)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 한 편이 실려 있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柳成龍에게는 ‘바보 숙부(痴叔·치숙)’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콩과 보리를 가려 볼 줄 모를(菽麥不辨·숙맥불변) 정도로 바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숙부가 柳成龍에게 바둑을 한 판 두자고 했다. 柳成龍은 실제로, 당대 조선의 國手(국수)라 할 만한 바둑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이없는 말이었지만 아버지 항렬(叔行·숙항) 되는 사람의 말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두었는데 결과는 柳成龍이 져 버렸다.


이에 柳成龍은 숙부가 거짓 바보 행세를 해 왔을 뿐, 異人(이인)이라는 것을 알고 의관을 정제하고 절을 올리고는 무엇이든지 가르치면 그 말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숙부는 아무 날 한 중이 찾아와 하룻밤 자고 가자고 할 것인데, 재우지 말고 자기한테로 보내라고 했다.


실제 그날, 한 중이 와 재워주기를 청하자 柳成龍은 그를 숙부에게 보냈는데 숙부는 중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네 본색을 말하라고 해 그가 豊信秀吉(풍신수길·토요토미 히데요시)이 조선을 치러 나오기 전에 柳成龍을 죽이려고 보낸 자객이라는 자복을 받았다. 그리하여 柳成龍은 죽음을 모면하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영의정의 자리에서 사실상 그 국난을 극복하는 주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모두 바보라고 부르던 그, 異人(이인)이 위기의 조선을 구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에 없는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안팎의 사정이 모두 그렇다. 밖으로는 북한이 천안함 爆沈(폭침), 연평도 포격 등으로 끊임없이 도발을 하고, 핵폭탄을 들고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우리 내부에 있는 불안 요소도 그 못지않게 위험한 것 같다. 나는 이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을 한 마디로 ‘妖氣(요기)’라고 부르고 싶다. 약 10년 전부터 천박하고 경망한 기운이 일더니 그것이 점점 더 커져서 이제 妖邪(요사)스러운 기운이 되어 국론을 분열시키고 國事(국사)를 그릇되게 하고 있어 나라가 여간 어려움에 처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 어느 때 못지않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법학자이자 문교부와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碩學(석학) 黃山德(황산덕) 선생의 명저 <復歸(복귀)>를 생각했다. 30대의 젊은 시절에 읽은 그 책은 여러 가지로 나에게 깨우침을 주는 것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잊혀지지 않는 것은 한민족은 절대로 絶滅(절멸)하지 않는다고 하고, 그 이유를 임진왜란을 예로 들면서 이 나라는 위기를 맞으면 큰 인물들이 집중적으로 나왔는데 그것은 우리 민족이 그런 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 말이었다.


임진왜란을 되돌아보면 그 말은 틀림이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난을 전후하여 將帥로는 李舜臣(이순신), 權慄(권율)이 있었고, 정치인으로는 柳成龍, 李德馨(이덕형), 李恒福(이항복)이 있었으며 종교 지도자로는 西山大師(서산대사), 四溟大師(사명대사)가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조선 오백년을 통틀어 몇 사람 나올까 말까 하는 큰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누가 보아도 지금은 이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이 분명한데, 사실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인지, 어째서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가 의문이었다. 또 위에서 이야기한 그, <계서야담>에 나오는 痴叔과 같은 異人은 왜 볼 수 없는 것인가, 그런 분들이 있는데 내가 눈이 밝지 못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런 분이 있기는 한데 아직은 때가 되기를 기다리면서 潛行(잠행)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이 위기의 시대인 것은 맞고, 그러한 위기에 나라를 구할 뛰어난 인물들도, 옛 이야기 속의 그 異人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그 큰 인물이요, 異人인 것이다. 그러니까 불을 켜 들고 골목을 누비며 어떤 救世(구세)의 인물을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투표를 바로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요, 사명대사요, 유성룡 대감을, 조선을 구한 異人, 痴叔인 것이다. 그리고 妖氣를 척결하기 위해서, 사특한 귀신을 쫓는 데 쓸 붉은 피를 얻으려고 애꿎은 말을 잡을 것도 없이, 투표를 바로 해서 그런 사람을 내쫓으면 그것이 곧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앉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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