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대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는 새 당명 새누리당은 우선 듣기에도 생경해 보이고 좀 경박하다는 느낌을 준다. 적어도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라면 육중한 무게감과 더불어 語意에서도 원대한 비전이나 黨의 정체성을 암시하는 중후감 등등이 연상되어야 제격일 터인데 새누리당에서는 그러한 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이란 아마도 한나라당 시절의 不美한 점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세계(누리)를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비대위원들의 공감을 얻은 것 같지만 그 어감만은 별로인 것 같다.

男兒선호 시절인 30년대에 연거푸 딸 셋이 태어난 후에 태어난 나는 우리 家門에서는 참으로 귀한 손님이었다. 그래서 漢학자이신 조부님은 내가 태어나자마자 돌림자인 승(承)字에 손님이란 의미의 빈(賓)자로 승빈이란 이름을 지어주셨다.

그러나 그후 곰곰 생각해보니 이 어렵게 얻은 손자녀석이 단순한 손님으로 머문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세상만사에 통달하라는 의미의 통달達字로 개명을 해서 承達로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학교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자 나는 나의 이름 때문에 억울한 일들을 톡톡히 당했다. 나의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대체로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을 연상했고 심지어는 "그놈 혹시 사기꾼 아냐?" 라든가 "그놈 필시 경박한 녀석일거야" 라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한번은 직장에서 他부서로 발령이 났는데 그 부서장은 나의 이름만을 듣고 전입을 거부하는 소동도 벌어졌지만 나를 잘 아는 知人의 극진(?)한 변호로 무사한 일도 있었다.

'새누리당' 하면 언듯 연상되는 게 '에누리' 라는 단어일 터이고 이어서 '에누리당?' 이라는 향그럽지 못한 黨名이 떠오를 것이다. '에누리'란 물건을 살 때 값을 깎아달라고 사정을 하거나 깎아주지 않으면 안사겠다는 엄포가 섞인 단어다.

대체로 상인들이 가장 상대하기 싫은 고객이 에누리에 집착하는 고객이니 그런 고객은 통상 상인들의 밉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에누리를 밥먹듯하는 사람은 상거래가 아닌 일반 사회생활에서도 주위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좀 억울하더라도 물건을 살 때 에누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통상 에누리를 즐기는 마누라와 시장에 다녀온 부부들의 부부 싸움도 에누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상의 예와는 달리 이름덕을 톡톡히 본 경우 한 가지만 소개하겠다.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던 아들이 서울 본사로 전근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쌍둥이 손자 녀석이 서울의 학교로 轉學을 하게 됐다. 잔여학기를 마치고 새 학기에 접어들자 학급 반장선거에 출마한 쌍둥이 손자녀석은 자기의 이름을 최대한도로 활용하여 압도적 다수표로 당선의 영광을 누린 일이 있다.

"여러분! 저는 황금을 돌같이 여기며 의리와 나라를 위해서는 목숨도 아낌없이 내 놓는 최영 장군의 분신입니다. 더도 덜도 말고 최영 장군님처럼 우리 반을 위해서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라며 제 어미가 그려준 완전무장한 최영 장군의 그림을 머리위에 쳐들고 공약발표를 한것이지요. 이 녀석의 이름이 바로 최영이었기에 이런 공약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