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기를 수습할 기관으로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의원회("비대위")를 발족시켜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개인적으로도 비대위 발족을 영웅들의 입성으로 여기며, 큰 것(혁신)과 작은 것(쇄신)을 잘 판별해 개혁을 차질없이 진행해 줄 것으로 기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대위 발족 후 몇몇 위원들의 설익은 발언과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우매함을 볼 때, 심히 그 한계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민초의 한사람으로서 비대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걸맞는 합리적 충고를 하고자 한다.




질문❶) 비대위원들은 솔직히 애당심(愛黨心)을 가지고 출발했는가?

합리적 충고) 애당심과 개혁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아는가?

처음에 신선함을 느끼게 해 준 이준석씨는 얼마 전, "이정희, 천정배 의원을 좋아한다."느니 "정수장학회에서 손 떼지 않으면 박위원장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등의 돌출발언을 했고, 어느 홍보위원은 " 나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니다.~~" 라는 쌩뚱스런 말을 내뱉기도 했다. 솔직히, 이준석씨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우리가 산다."는 논리로 말을 하는 게 맞는 것이고, 당 지지자가 아니라고 말한 자는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애당심이 있는 자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진정으로 애당심을 가진 자가 개혁에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진정으로 당을 걱정하는 자라면, 곪은 부위를 그대로 넘기는 것이 얼마나 파괴적인 짓인가를 잘 알고 있기에 그렇다. 또한 애당심이 있는 자가, 개혁에 소극적일거란 편견은 어불성설이다. 교육에서 사랑의 매가 되기 위해선, 스승이 제자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애당심 없는 자가 휘두르는 개혁의 칼은, 환자를 낫게하기 위한 의사의 수술 칼이 아니라, 깡패가 휘두르는 난자하는 칼과 같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애당심은 현 비대위가 반드시 가져야 할 개혁의 출발점이다.




질문❷) 비대위원들은 비대위원들의 역할론에 대해 생각해 봤는가?

합리적 충고) 저는 비대위의 역할론으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를 주장하고자 한다.

'페이스메이커"란 마라톤 등 중거리 이상의 달리기에서 선두그룹과 함께 달리면서, 훈련지침에 따라, 구간별 페이스를 조절케 도와주며 결국 목표를 달성케 하는 숨은 공로자다. 동시에, 용기와 힘을 북돋는 어버이 같은 역할도 수행한다.




이런 "페이스메이커" 역할론이 현 한나라당 비대위가 갈 길이다.

기준도 제대로 없이, 누구는 나가라는 식의 돌출 발언은 스스로를 쉽지않은 여정으로 모는 꼴이 된다. 인적쇄신은 당연히 비대위의 주 임무다. 문제는 방법이다.



훈련지침대로 선수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페이스메이커처럼,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이런 이유와 기준으로 쇄신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게 합리적이고 명쾌한 방안이다. 발전적 해체를 위한 인적쇄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일을 하는 모양새를 내려고 폭탄발언을 말리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이전에 정밀한 기준 작업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대위는 "페이스메이커"처럼, 한나라당에게 용기와 활력의 기운을 불어넣어 힘을 결집하는 모양새도 보여야 한다. 잘했고 못했고를 가릴 심판자도 되어야 한다.

야합, 낙점식 공천, 나눠먹기, 복지부동 등, 정말 폐기시켜야 할 술수들은 완전히 근절시키면서 원칙을 명확히 제시하고 바람이 아닌 햇볕을 쬐여 옷을 벗기는 '역발상'의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비대위의 "페이스메이커"의 역할론을 진정으로 고대한다.




질문❸) "보수"라는 정체성 변경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기 바란다.

합리적 충고) 현재 한나라당의 정강, 정책에 있는 "보수"라는 문구는 2004년 천막당사시절,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넣어진 사항이다. 그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발전적 보수는 이제 부정부패와 지역주의 등 과거의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는 자기혁신과 정치개혁을 철저히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말!! 제대로 실현하고자 했던 경우가 있었던가?


정말 '보수'가 폐기물로 버려질 정도로, 한나라당이 "자기혁신"하고 "정치개혁"을 제대로 수행한 적이 있던가? 과감히 자신을 불사르는 자가 있었던가? 서민정책, 등록금 문제 등을 서울시장 무상급식 투표결과 후에야 알았던 무지의 소치는 무엇인가?




현 자본질서의 중심인 미국에서 공화당이 자신들이 보수당(conservative party or the right)인 것을 부끄럽게 여기던가? 신 자본질서가 월가를 중심으로 위협을 받는 상황에도 보수 폐기를 주장하던가?




'보수'가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여긴다면, 참으로 위험하고 한심한 생각일 뿐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가치는 인간의 역사가 창안한 자연스런 사회, 정치적 환경이고 음,양 처럼 필수적 가치이지 열등의 관계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안한다면, 누군가는 해야 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오히려 진보란 것이 설익은 문제아일 뿐이다.




보수의 가치는 맹자가 설파했듯이, 무엇보다 공동체 보존에 그 핵심이 있다. 공동체 보존을 위해, 원칙과 법 질서가 필요하고 자유와 시장경제 그리고 복지의 개념이 들어서며 안보의 틀이 갖춰지는 것이다.




현재 세계의 문화를 로마나 중화 문화가 여전히 주도하고 있는 배경엔, 자신들의 확립된 자부심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타민족의 장점을 흡수하는 능력이 그 모태라는게 공통적 시각이다. 브라질의 룰라가 좌파적 색채로만 성공했는가? 좌파의 틀 안에서 우파의 정책을 과감하게 적용한 결과의 승리가 아닌가?




보수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그 하위 정책도 그렇게 가야 한다.

대기업 정책, 지역균형 발전, 서민화 정책, 고용정책 등을 통해 보수의 유연성을 확립해야 한다. "보수"의 폐기가 아니라, "보수"의 가치정립이 (한나라당) 환자에게 더 필요한 것이다.




원래의 보수의 원칙을 구현해 보지도 못했는데, 더군다나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보수폐기 운운하는 것은 "비대위"의 옥생각("옹졸한 생각"이란 순우리말)임을 주장한다. 이는 당명만 바꾸면 새로운 것이라는 허접한 행태나, 공부 못하는 자가 연필 탓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비대위는

韓민족의 경쟁력은 "가장 韓민족적"인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명제처럼, 한나라당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잘 해야 하는 보수의 가치를 진정성 있게 실현하는 것은, 정치개혁의 한 축을 성공시키는 국가史에 중요한 프로세스임을 국민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