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발명한 모든 문자는 象形(상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象形文字(상형문자)는 可視的(가시적) 사물을 寫生(사생)한 하나의 圖形(도형)이다. 그런 까닭으로, 그 도형은 도형 자체가 사물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도형과 도형이 갖는 사물의 의미와는 불가분의 表裏(표리)의 관계에 있다. 바꾸어 말하면 도형 자체가 의미 자체인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象形文字는 실지의 사물을 보는 것처럼, 思考의 과정을 밟지 않고, 즉, 청각을 통하지 않고, 언어와는 관계 없이 그 圖形을 봄과 동시에 그 의미를 直覺(직각)한다. 그래서 그것은 그 의미의 直接性(직접성)에서 오는 表意(표의)의 정확성과 그 의미 인식의 시간적 迅速性(신속성)에 있어 문자로서 인류가 바랄 수 있는 최고 이상을 구현한 문자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은 그 표현이 可視的 사물에 한정되어 있고 不가시적 사물을 표현할 수 없다. 이것이 象形文字의 치명적 결함이다. 이 결함 때문에 중국인을 제외한 모든 종족은 드디어 그들이 발명한 상형문자를 버리고 언어를 기호화한 「表音文字」로 바꿨다.
그런데, 여기 오직 하나 중국인만이 상형문자 본래의 성격, 즉 「表意性」(표의성)을 그대로 계승 진화시켜서 드디어 「漢字」라는 「表意文字」를 창조하였다.
그 형태에 있어 상형문자를 具象的(구상적) 표의문자라고 한다면 한자는 抽象的(추상적)표의문자라 할 것이다. 중국인은 상형문자의 구상적 방법을 추상적 방법으로 바꿈으로써 언어를 통하지 않고 문자 자체로써 不可視的 사물을 완전히 표현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들은 「不可能」(불가능)을 「可能」으로 만들었다. 이는 확실히 인류 叡智(예지)의 위대한 승리의 하나이다.
漢字는 이와 같이 문자의 원시형태인 「表意」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장 고도한 文明文字(문명문자)로 진화한 문자이다. 이것이 인류가 가진 다른 모든 문자와 다른 漢字의 특질이요 성격이다.
표음문자는 사물의 의미와 인식과의 사이에 놓여진 하나의 교량인 데 대하여 漢字는 상형문자와 同樣(동양)으로 문자 자체가 의미 자체다. 그런 까닭으로 漢字를 보는 것은 바로 사물 자체를 보는 것과 같은 인식효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 漢字에 의한 사물의 의미 인식은 가장 정확하고 不變(불변)하고 또 가장 신속하다. 表音文字는 언어의 발음을 記號化(기호화)한 물건이다. 그런 까닭으로 그 문자 자체나 그것이 나타내는 音(음)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요, 몇 개의 音節(음절)이 모여 한 개의 단어를 형성함으로써 비로소 의미를 표현한다. 그래서 표음문자를 통하여 사물의 의미를 인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다음 두 개의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지고, 특히 한글의 경우에는 이보다도 한 개의 절차를 더 거치게 된다.
1. 우리는 文字를 보아 가지고 머리 안에서 그것을 「音」으로 환산한다.
2. 音으로 환산된 몇 개의 音節을 머리 안에서 다시 연락하여 한 개의 言語를 구성한다.
3. 이 언어들 중에서 다시 異義同音語(이의동음어)를 판별한다.
이와 같은 절차를 밟고서 비로소 그 언어와 문장의 뜻을 해득하게 된다.
漢字는 보는 순간에 事物의 의미를 直覺한다는 것과 비교할 때 이는 지극히 원시적이고 비능률적인 작업이라 할 것이다. 순한글 문장과 한자혼용 문장과의 독해 속도의 차이는 音波(음파)와 光波(광파)의 속도차에 비유하여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필자 注: '원공신체'는 아무 의미를 전하지 못하는 소리에 불과하다. '圓空身體'는 '둥글고 빈 것이 神의 몸'이란 철학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漢字語를 한글로 표기하는 언어생활은 思考 능력을 앗아간다. 思考능력의 저하는 분별력의 약화를 초래한다.>
한글 主義者는 純한글 文章을 읽는 데 時間이 걸리고 더딘 것은 漢字를 아는 사람의 習慣에서 오는 現象이요, 한글밖에 모르는 兒童들은 그것을 빨리 읽는다고 强辯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그들의 思想이 얼마나 幼稚하고 어리석은 생각인가 함은 讀者에게는 이미 다시 說明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漢字는 그것 自體가 意味를 가짐으로써 그것은 벌써 單純한 記號가 아닌, 知的要素와 情的要素를 同時에 具有하는 하나의 生命體가 되었다. 그것은 文字 하나 하나에 따로 따로 哲學이 들어있고 詩가 들어있고, 體溫을 느낄 수 있고, 體臭를 느낄 수 있다. 『漢字는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는 까닭은 여기 있다. 그 속에는 宇宙의 事理와 人間의 情念이 同時에 들어있기 때문에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것이다.
東洋思想의 深奧性과 幽玄性, 卽 知로 解하는 것이 아니오, 覺으로 悟하는 四次元의 世界는 實로, 漢字가 갖는 이 偉大한 機能의 所産이다.
白人의 物質文明은 이제 그 極限에 到達하였다. 이 以上 그들은 다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人類文明이 앞으로 나갈 수 있고 또 나가야 하는 곳은 오직 하나 精神의 世界가 있을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精神의 世界란 物質의 世界를 否定하는 것이 아니오, 이 物質의 世界를 밑바닥으로 하고 그 위에 人類叡智(인류예지)의 꽃을 피우는 世界를 뜻한다. 그래서 이것을 깨달은 白人들은 지금 東洋의 思想과 哲學에서 그 突破口를 찾고 있는 것이다
人類(인류)최고의 발명품은 漢字(한자)
- 吳之湖(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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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6,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