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발표된 한국갤럽 주간여론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라는 충격적 카드를 내놓은 것이 국민의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총선 필승 카드가 아니라 잘못하면 총선 필패 카드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 직무 평가] 긍정 36%, 부정 57% 

[정당 지지도]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2%, 조국혁신당 7%, 무당(無黨)층 17%·개혁신당 2%,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자유통일당·진보당 각 1%

국민의힘 지지도가 37%로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합치면 39%로 비슷하다. 

[총선 결과 기대] 여당 다수 당선 기대 40%, 야당 다수 당선 기대 49%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도박이 먹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총선 의석 수와 연결되는 지표다.

비례대표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물어보는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34%,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24%, 조국혁신당 19%로 나온다.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 각 2%, 부동(浮動)층 14%이다.

국민의미래 지지율이 34%인데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을 더하면 43%가 된다. 

[의대 증원] 정부안대로 추진 47%, 규모·시기 조정 중재안 마련 41%, 증원 철회 6%다. 중재안 마련과 증원 철회를 합치면 47:47로 똑같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2000명 증원을 지지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급격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는 무리라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의 의사계 반발과 의료 공백 대응] '잘하고 있다' 38%, '잘못하고 있다' 49%이다. 정부 대응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처 능력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처음은 호기롭게 전격적 발표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의료계 현실에서 생기는 혼란상태를 보고 국민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일로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가 69%나 된다.

윤석열 긍정평가 36%의 가장 큰 이유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23%)인데, 윤석열 부정평가의 네 번째 이유(7%)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근거가 약한 2000명 증원案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는데도 마치 의사 부족사태로 긴급사태가 벌어진 것처럼 총선을 앞두고 던진 이 카드가 중도층에 反尹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거판을 좌우하는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반대론이 강해진 것이다. 윤석열 카드가 빗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중도층에서 정부견제론이 58%(정부 지원론은 29%)다. 중도가 야권으로 기울고 있다는 뜻이다. 비례에서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중도층이 19%(국민의미래 22%. 더불어민주연합 28%, 개혁신당 6%)로 국민의미래 지지율과 비슷하다. 

중도 일부가 가장 과격하고 문제가 많은 조국혁신당으로 기운 것은 합리 온건층에서 급격한 反윤석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징조이다. 윤석열의 ‘의대정원 확대’는 중도층을 정권견제론과 조국혁신당 쪽으로 밀고 있어 총선 카드로서는 이미 실패했다.

윤석열이 던진 카드가 일종의 폭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 폭탄이 국민의힘 쪽에서 터지고 말았다. 자폭 카드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카드를 던지기 전 한동훈과 국민의힘은 잘 나가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카드를 던지자 일시적으로 더 잘나가는 듯 하다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때마침 등장한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강해졌다.  윤 대통령이 일종의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 정책을 보고, 反윤석열, 反정치검사 분위기가 생기니 일부 보수와 중도층이 조국혁신당 쪽으로 가는 괴상한 현상이다. 배신에 치를 떠는 모습이다. 

“나는 대대로 보수인데 윤석열 보기 싫어 이번엔 기권하겠다.” “윤석열 보기 싫어 민주당 찍겠다.” “윤석열 때문에 조국혁신당 찍겠다”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표일이 다가오면 선거판이 또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윤석열 카드가 빗나가도록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보수언론이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윤석열을 지지하고, 의사들을 몰아붙였다. 그 결과는 강경보수만 결집시키고 합리보수와 중도를 이탈시켜 국민의힘을 오히려 해치는 쪽으로 가고 말았다. 언론이 객관적 자세를 버리면 자신과 친구들을 함께 어렵게 만든다는 중요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