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글은 토론방에서 퍼온 것이다.
이름:포구니
2003년 2월 12일 수요일

도올은 천재인가 범재인가?

도올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다. 철학으로부터 의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많은 성취를 이룬 게 사실이다. 그의 수많은 작품과 논문이 이를 받쳐준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런 엄청난 학문적 성취가 그의 천재성에서 비롯되었고
그 자신도 그런 평가를 즐기며 끊임없이 그런 찬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언젠가 그는 자신의 입으로 천재성을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웬만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 지적호기심이 출중하거나 아니면 지적콤플렉스가 출중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도 있어야한다. 도올 경우는 후자다.

내가 보기에는 도올은 凡才형이다. 凡才가 지적콤플렉스와 결합하고 여기에다
튀는 성향이 덧씌워지면 진짜 천재의 형상을 띤다. 언젠가 실토한 적이 있듯이
형으로부터 느낀 出身學校 콤플렉스, 그리고 대학진학 후 다양한 분야의 공부,
눈에 튀는 변신, 해외유명대학유학, 심하게 수사적이며 현학적인 글 등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진짜 천재는 出身學校 콤플렉스도, 유명한 대학의 간판도,
스스로 천재라는 말도, 현학적인 페인트 모션도 취하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히스테릭 인격장애라 한다.

어쨌거나 도올의 학문은 다양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학문의 폭과 깊이는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반비례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많이 안다는 것은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말과 같을 수 있다.
깊은 지식이 있다 하드라도 반드시 깊은 지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지혜란 사물과 현상 (사상(事象))의 도리나 선악을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이다.
이것을 얻기 위해 우리는 여러 것을 한다. 공부와 경험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기도
하고 종교와 수양 (통틀어서 지식)을 통해 깨침을 얻기도 한다.

지혜란 결국 모든 지식을 통할하고, 지식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든다. 지혜로
가는 길목에 있지 않은 지식은 그래서 죽은 지식이며 삶의 길에 뿌려지는 위험한
독극물이며 위선의 거죽이 될 수 있다.

도올이 최근 기고한 글은 지혜와 지식 사이에는 얼마나 큰 거리가 있으며 지식
중에는 독선과 위선의 불순물이 들어있는 것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잘 보여준다.

도올이 한 시대의 큰 스승으로서 凡人들이 도저히 凡접할 수 없는혜안과
통찰력을 보여주려고 한 일갈이 오히려 그의 범재성과 밑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꼴이 되었으니 그가 이제 天才임을 포기하고 凡才로 돌아 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