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가운데는 지난 시절 '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싸웠던 양심적 지식인도 있었다.
지난날 6-25 전쟁때는 조국을 산하를 지켰고, 월남전때는 정글을 누볐던 역전의 용사가 있었는가 하면, 평생을 책과 벗하며 학문의 길을 걸어온 선비도 있었다.
80을 바라보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30대 초반의 젊은이도 있었다.
개신교 목사가 있는가 하면, 천주교 신부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하나였다.
애국가를 부를 때 그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천주교 신부인 박홍 前서강대 총장이 祝禱(축도)를 올릴 때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한 마음이 되어 이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다.

그들은 오늘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사표를 던진 '3-1절 국민대회' 국민대표들이었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 가운데 거칠게 말해 '우익 혹은 보수주의 운동가'라고 할 만한 이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누군가 그런 레테르를 붙이려한다면 손사래를 쳤을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과거 軍이나 정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직에 있는 동안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 이들이자, 그 시절에도 체제 안에서 '할 얘기는 했던' 이들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지식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정권의 부조리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거나, 정권에 맞서다 고단한 신세가 된 사람들을 끌어안았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한민국을 보다 건강한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었지, 대한민국을 전복하거나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야합하려 한 이들은 없었다.

그들 가운데는 연세가 60, 70이 넘은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을 보며 '또 노인들이 나섰나?'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웠다. 세상의 물결이 이상해지자 보신에만 급급해 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평생을 부인하고 시류에 영합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은 현실 속에서,그리고 젊은 사람들도 할 말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세태 속에서, 몸을 일으켜 '이건 아니다!'라고 호통을 치러 나온 분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또 하나, 오늘 기자회견장에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독립신문에서, 민주참여네티즌연대에서,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에서 만났던 젊은 일꾼들, 그리고 '애국의사회'('애국'의사회라니, 얼마나 오래간만에 '애국'이라는 말을 들어보는가? 그리고 그 말을 되뇌이며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에서 나온 젊은 의사들....
젊은 세대를 대표하여 국민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젊은이도 있었고, 뒤에서 묵묵히 실무를 뒷받침하는 젊은이도 있었지만, 그들은 이 땅에 애국의 씨앗을 뿌리는 '청년우익'들이었다.
그들에게는 꼭 지켜야 할 기득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날과 같은 세태 속에서 그들의 주장은 오히려 또래들 사이에서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가 쉽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 나라가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젊은이들었다. 사회주의, 포퓰리즘, 주체사상, 반미, 이런 것들이 나라를 병들게 하는 癌이라는 사실을 아는 젊은이들이었다.
아마 오늘 그 자리에 나왔던 어르신들은 그들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뿌듯함을 느끼셨으리라.

구호를 외치기 위해 한 손을 치켜들 때 그들은 조금은 쑥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집회에 참가한 운동권 학생들의 일사분란하고 화려한 손놀림, 몸놀림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대신 그 쑥스러움 속에는 나라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녹아 있었다.
마치 죽음이라도 결심한 듯한 비장함도, 광적인 열기도 없었다. 대신 그들의 담백함 속에서는 자신이 살아온 삶과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오늘 나선 이들은 이 어려운 시절에 불쏘시개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 같았다.

3월1일, 그들의 충정에 국민들의 호응이 더해져 애국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