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워싱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2월8일자 인터네셔널 헤랄드 트리뷴(뉴욕 타임스 소유)에 뉴욕 타임스의 하워드 W. 프렌치 기자가 쓴 「북한을 놓고 갈라지는 미국과 한국」이란 제목의 기사 중에는 이런 귀절이 있었다.

<金大中 대통령과 盧武鉉 당선자는 북한과의 교류 노선에 깊게 들어가 있어 워싱턴 당국이 평양의 핵개발 계획을 끝장내기 위하여 압박정책이나 군사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면 50년에 걸친 韓美 동맹관계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할 것인가, 韓美 동맹 관계를 포기할 것인가」란 너무 단순명쾌한 언급이지만 이 기사의 뒷부분이 심상치 않은 예감을 준다.

<盧武鉉 당선자의 정부 인수위가 지난 주 워싱턴으로 보낸 對美 사절단의 역할은 참담하게 실패했다는 평을 받았다. 서로 얼굴을 익히기 위한 이번 방문은 북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엄청난 시각 차이를 확인해준 것 같다. 인수위 사절단을 위해 마련된 워싱턴의 한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몇몇 미국 사람들은 한 주요 한국 團員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입이 벌어지더라고 했다. 그는 말하기를, 차기 정부는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는 것을 選好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서울 정부는 평양 당국에 대한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봉쇄에 조차 저항할 것이란 메시지를 이런 보좌관들의 이야기가 뒷받침하였다. 이 저녁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한미관계에 앞으로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노무현과 그의 세대에게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를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통일하는 것인 듯하다』>

이 기사에 대해서 尹永寬 방미 대표단 간사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렇게 해명했다.
<한국 젊은이들의 경우, 북한이 붕괴되면 곧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것이므로 북한의 핵 보유보다는 붕괴를 더 위험하다고 보는 인식도 있음을 소개했을 뿐이다>
기자가 입수한 워싱턴 저녁 식사 참석자 증언에 따르면 프렌치 기자가 지적한 문제의 발언을 한 사람은 尹永寬 교수였고 『이 사람이 새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는 것이다.

尹교수의 해명이 맞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우리 젊은이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가.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통일의 걸림돌이 제거된다고 생각하여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이 견해는 전했는가. 철부지 젊은이들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굳이 미국 전문가들에게 전달하여 무엇을 얻으려 한 것인가. 盧武鉉 당선자는 이 젊은이들과 같은 생각인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弄半眞半(농반진반)으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볼셰비키가, 남한은 멘셰비키가 지배하고 있다. 역사적인 경험으로 보아 멘셰비키는 볼셰비키에게 흡수된다』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말을 신중하게 정확하게 해야 한다. 禍를 부르는 것은 거의 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