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는 金大中 대통령을 고마워할까

趙南俊 月刊朝鮮 부국장 대우

경제부 기자들이 기업 기사를 쓸 때, 가장 조심스러 하는 것이 바로 「不渡說(부도설)」과 관련된 부분이다.
실제로 不渡가 날 기업인 경우, 기사를 쓰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것이고, 어렵긴 해도 不渡날 정도가 아닐 경우, 不渡說을 기사화하면 당장 그 기업은 망하고 만다. 기자가 잘 못 알고 不渡說 기사를 쓰면 멀쩡한 회사도 넘어간다. 왜냐하면 금융기관 등 빚장이들이 돈을 떼일까봐 아직 만기가 남아 있는 어음까지 할인시장에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자금수요가 몰리면 멀쩡한 회사도 배겨날 도리가 없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정식으로 不渡가 날 때까지 不渡說 기사는 안 쓰는 것이 기자사회의 관례다.
그런데 金大中 대통령은 이같은 상식을 벗어나는 발언을 해서 경제에 조금이라도 견식이 있는 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바로 『現代가 망한다』는 말이다. 야당과 여론이 對北(대북) 송금 내용을 밝히라고 추궁하자, 『제대로 밝히면 現代가 망한다』는 극언을 해버린 것이다.
평소 金大中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니, 「경제를 아는 대통령」이니 하며 당선자 시절부터 IMF사태에 빠진 우리 경제를 총괄, 지휘해왔다.
「金正日 비자금 뇌물 상납사건」은 정치적으로 변명꺼리라도 있지, 『現代가 망한다』는 말은 失言(실언)이 아니라면 분명한 妄言(망언)급에 속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現代 관계자에게 한번 물어보자. 이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金대통령은 現代를 비호하려고 한 말인지는 몰라도 그 발언 때문에 現代의 신인도는 땅에 떨어졌다. 앞으로 어떤 국제금융기관에서도 現代에게 자금융통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망할 회사에 자금을 빌려줄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만큼 現代측에게 金大中 대통령이 고맙기는 커녕 무척이나 원망스러울 것이다. 그동안 맺은 관계가 있는 만큼 대놓고 불평할 처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지금 입이 10cm는 나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