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PEC 頂上회담 준비하는 주역 5人(許南植 부산시장)

李健實 자유기고가


許南植, 제주와의 유치경쟁에서 승리

APEC 頂上회의를 앞두고 부산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頂上회의장인 수영만의 BEXCO(벡스코)와 해운대 동백섬의 누리마루 APEC 하우스는 마무리 단장에 한창이다. 頂上들이 묵을 호텔 주변의 경관이 말끔히 정비됐다. APEC 개막 소식은 부산行 KAL機도 알고 있었다.

지난 10월7일 김해공항에 내릴 때 기내에서 이런 방송이 나왔다.

『여러분은 지금 「2005 부산 APEC」이 열리는 항만물류도시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분위기는 공항 대합실에 나붙은 대형 플래카드로 이어졌다.

「젊은 도시, 첨단도시, 세계도시, 부산을 바꾸자！」

21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頂上회의는 오는 11월18일과 19일 이틀간 열린다.

頂上들의 만남에 앞서 11월12일부터 고위관리회의(CSOM)와 기업인자문회의(ABAC) 그리고 합동각료회의가 잇달아 개최된다. 참가자는 정부대표·기업인·기자단을 합쳐 6000여 명에 이른다.

회의 주제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다. 역점과제는 자유무역증진과 反부패· 反테러, 재해대책, 여성참여 강화 등이다. 파키스탄 지진의 구호대책도 거론될 것 같다.

APEC은 이름 그대로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협력체다. 정치·군사·北核 같은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무역과 투자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회의장에는 國旗(국기)가 없다. 회원들은 「경제체(Economy)」란 명찰을 단다.

회원국 가운데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强(강)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頂上회의 짬짬이 서로 만나서 兩者회담도 갖는다.

이번 APEC이 「단군 이래 부산에서 맞는 최대의 행사」라는 수식어에 공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10년 내에 이 정도 큰 국제행사는 없다.

2005 APEC의 부산 개최는 지난해 4월26일 결정됐다. 제주와 2차 투표까지 벌인 끝에 부산이 12대 4로 이겼다.

許南植(허남식) 부산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기 40일 전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7월1일 2課(과) 45명으로 「APEC 준비단」을 구성한다. 「2005 부산 APEC」의 출발이었다.

許시장과의 인터뷰는 토요일에 잡혔다. 좀 한가할 줄 알았다. 그건 필자의 착각이었다. 오후 3시30분이 지났는데도 시장실은 정신없이 분주했다.


「東北亞의 해양도시」

―김해공항 대합실에 「부산을 바꾸자!」는 현수막이 걸려 있던데, 무얼 어떻게 바꾸자는 겁니까.

『길거리 보도블록에서부터 공무원의 의식구조까지 모두 바꿔 보자는 생각입니다. 부산은 분명히 한국 제2의 도시입니다. 그런데 갈수록 서울과의 격차가 벌어짐을 느낍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東北亞의 중심이 되는 항만이 있습니다. APEC을 계기로 해양도시로 자리 굳힘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겁니다』

許시장은 지난 10월5일 「부산시민헌장」을 바꿨다. 각계 전문가와 시민의견을 반영해 43년 만에 새롭게 만든 헌장의 내용은 이렇다.

「부산은 대양의 관문이며 대륙을 향한 교두보로 東北亞의 중심에 우뚝 서서 세계의 人材와 자원을 모으는 역동의 해양도시다」

―「동북아의 해양도시」란 표현이 너무 앞선 것 아닙니까.

『컨테이너 양을 보면 부산이 중국의 上海(상해)나 深土川(선전)에 밀립니다. 그러나 환적화물에선 부산항이 앞섭니다. 전체 화물의 40% 정도가 되니까요. 일본도 부산을 많이 이용합니다. 중심 항만이 되려면 환적화물이 많아야 합니다.

―APEC이 부산경제에 어떠한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합니까.

『우선 頂上회의 준비과정에서 생산유발 효과가 4000억원에 달하고, 부가가치 1700억원, 취업유발 효과 6100명, 고용유발 효과 4000명이 생깁니다. 이번 회의에는 세계 頂上들 이외도 세계적인 경제인들과 언론인들이 모두 6000명이나 참가합니다. 이들에게 부산의 新항만 건설현장을 보여 주면서 「국제적 해양도시」로 손색없음을 자랑하려고 합니다. APEC을 성공리에 개최함으로써 IT와 관광, 컨벤션 분야에서 국제적인 검증을 받고자 합니다』

許시장은 APEC 기간 중 각국의 CEO들을 초청,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그들과 부산지역 상공인의 네트워크도 구축할 참이다.

―준비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까.

『뭐니뭐니 해도 돈이 문제였지요. 처음엔 꽤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2005년 들어 국고지원이 되면서 각종 시설공사가 차질 없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얼마가 투자됐습니까.

『1342억원입니다. 이 중 부산 市費(시비)가 716억원입니다.

―APEC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D-100일을 앞두고 지난 7월28일부터 8월5일까지 20세 이상 시민 107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호응이 아주 좋습니다. 「APEC 성공개최가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사람이 88%였습니다. 「도움이 안 된다」는 6.1%였고』

―APEC 때문에 2006년 大入 수능 날짜를 바꿨다면서요.

『11월17일에서 23일로 일주일 늦췄습니다. 17일이면 각국 頂上들이 입국하느라 온 거리가 「삐~뽀」 「삐~뽀」 할 텐데 경적소리에 수험생들이 듣기시험을 놓치면 어떡하겠습니까. 그리고 다음날 도하신문들이 APEC 뉴스는 제쳐 놓고 「수능이 어려웠니, 쉬웠니」 하고 떠들면, 21개국 頂上들을 초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세계적인 드라이브 코스

―APEC에 오는 외국 경제인이나 기자단에게 보여 줄 부산의 구경거리는 뭡니까.

『회의장인 수영만 BEXCO에서 광안대교-해운대 해수욕장-동백섬-달맞이언덕으로 연결되는 해안통은 세계 어디에 내놓더라도 손색없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584억원을 투입한 동백공원과 APEC테마공원, UN평화공원도 빼놓을 수 없지요』

許시장은 『경주가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으니 해운대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불국사와 석굴암을 돌아본 뒤 저녁에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생선회에 반주로 한잔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추천한다.

그는 10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PIFF)」에 대한 자긍심도 대단했다.

『올해는 73개국에서 305편을 출품했습니다. 이제 부산은 명실공히 「아시아의 할리우드」입니다. 외국 영화인들도 그렇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부산을 무대로 한 영화가 뜸한 것 같습니다. 「친구」 이후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영화 중 30%는 부산이 무대입니다. 해운대에는 실내세트 장도 있는데요』

―이번에 「부산」이란 브랜드를 세계에 드높이겠다고 하시던데 영문표기는 「Pusan」이 맞습니까? 「Busan」이 맞습니까? 부산국제영화제는 PIFF이고, 頂上회의장은 BEXCO이니….

『거 참, 10년이나 된 국제영화제 이름을 바꿀 수도 없고…. Busan이 맞겠지요?』

―「부산 선언」에 기대가 많습니다.

『頂上회의 마지막 날 「누리마루」에서 발표되는 부산 선언은 지금까지의 「보고르 선언」과 자리를 대체하게 되니 앞으로 「부산」 브랜드 앙양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보고르 선언은 1994년 11월 인도네시아 APEC에서 결정된 것으로 「선진국은 2010년,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무역투자를 자유화한다」는 합의사항이다. 이 후 오사카(大阪) 행동지침(OAA)이 채택됐고, 2001년에는 「上海 합의」가 나온 데 이어 작년 칠레에서는 무역확대와 인간안보증진을 위한 「산티아고 선언」이 나왔다.

이 선언들은 보고르 목표 달성을 위해 회원국들이 그동안 어떠한 조처를 해왔는지 검토한 뒤 다시 새로운 로드맵을 만드는 것으로 앞으로는 「부산 선언」으로 불리게 된다.

―APEC을 치른 뒤 부산이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선다고 하던데요.

『그럴 생각입니다. 서울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치렀으니까 이젠 부산 차례지요. 올해가 부산으로선 경부선 개통과 釜關(부관) 연락선 취항 100주년이 맞물리는 해인데 APEC까지 치르게되니 瑞氣(서기)가 뻗칩니다』

許시장의 희망은 부산시민들에게 성공한 「APEC 市長」으로 기억되는 일이다.


APEC 頂上회의장, 「보안사항」

백양산과 연산 5동의 고층아파트가 훤히 내다보였다. 부산시 경제지원국장으로 일하다가 작년 7월1일 APEC 준비단장을 맡은 그는 APEC 사전이었다.

APEC의 기본개념과 목표, 부산 개최의 효과, 頂上회의 준비상황 등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

『이번 APEC이 부산항 개항 이래 가장 많은 국빈들을 맞이하는 행사』라고 운을 뗀 그는 APEC과 스포츠 행사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포츠는 시민들이 참여해 같이 뛰지만 APEC은 아예 접근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頂上회의장을 구경하고 싶어도 보안문제로 출입이 통제되니 얼마나 맘이 상하겠습니까. APEC을 위해서 차량 2부제도 동참하고, 거리 검색도 참아 주는데…. 시민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하면서 한편으로는 접근을 제한해야 하는 준비단장의 「입장」을 이해해 달란다.

그는 기자들이 뭘 물어도 대답을 해줄 수 없다. 기자들의 질문은 90%가 「보안사항」인 탓이다. 필자와 마주 앉아서도 그는 엉뚱한 이야기만 했다.


각국 頂上들 「잠자리 취향」까지 조

頂上들이 묵을 호텔 정보가 궁금했다. 보도자료에는 「頂上 숙소 21개 실을 확보했으며 그중 9실은 개·보수를 완료했다」고 돼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개·보수 9실은 뭡니까.

『방을 고쳤다는 겁니다. 부산에는 국가 정상급이 사용하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감이 잡혔다. 모자라는 스위트룸을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산에 특급호텔은 한정돼 있으니 한 호텔에 방을 몇 개씩 더 만들어 여러 명의 대통령을 같이 묵게 한다는 얘기다.

―어떤 나라의 頂上끼리 같이 묵습니까.

李단장은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더 이상 묻기가 뭣했다. 頂上의 숙소나 動線(동선)은 보도금지 사항이니까. 이야기 방향을 조금 바꿨다.

―호텔의 스위트룸 공사비는 누가 부담합니까.

『호텔이지요』

―頂上이 묵는 날짜는 이틀뿐인데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스위트룸을 만들면 손해 아닙니까? 가고 나면 원상복귀를 해야할 텐데….

『그래도 「아무개 대통령이 묵었던 방」이라면 그만큼 고급 수요가 생기겠지요. 뜯어 버린다면 어쩔 수 없지만…』

頂上들은 회의 전날인 11월17일 대부분 도착했다가 19일이나 20일쯤 귀국한다.

李단장은 이번 호텔 배정에 앞서 참가 頂上들의 「잠자리 취향」을 알기 위해 이전에 APEC이 열렸던 중국과 태국·말레이시아 등지를 돌며 당시 頂上들이 묵었던 호텔 관계자들로부터 상당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한다.

―APEC 덕분에 부산시민들이 11월 셋째 주에 사흘 연휴를 갖는다면서요.


『頂上회의 첫날인 11월18일(금요일)을 부산지역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버렸으니까요』

부산시는 이와 함께 APEC이 열리는 11월12일부터 19일까지 10인승 이하의 승용차에 2부제 운행을 실시하기로 했다. 시간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위반하면 벌금 5만원이다.

대신 2부제 참여차량에 대해서는 도시고속도로(동서고가로·광안대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을 안 받는다. 頂上회의장과 거리가 먼 강서구와 기장군은 자율시행에 맡겼다.

―전야제 규모가 굉장합니다.

『頂上회의 전날인 11월17일 오후 8시부터 광안대교 일대에서 대규모 해상 멀티미디어 쇼가 벌어집니다. 「同乘(동승)」을 주제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될 불꽃 쇼에는 8만 발의 폭죽이 터지고, 육상과 광안대교에서 쏘는 화려한 색상의 레이저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룰 겁니다』

해상 멀티미디어 쇼에는 거북선이 등장, 연기를 뿜으며 해상을 가로지르고 광안대교 상판에는 「웰컴 투 부산(Welcome to Busan)」이라는 문구가 점등된다.

이어 대규모 수상스키 퍼레이드가 펼쳐지면서 해상의 바지선 10척에서도 형형색색의 폭죽이 솟아오른다.

2km에 걸친 광안대교 상판에서 30m 아래쪽 바다를 향해 폭죽을 터뜨려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장관이 이날 행사의 압권이 된다. 24인치 포문에서 쏘는 3개의 대형 불꽃이 주위 반경 1500m을 대낮처럼 밝히면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쇼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며 APEC에 참가한 頂上과 각국 대표단과 기자단에게 한국의 막강한 정보기술(IT)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頂上들에게 초고속 휴대용 인터넷 제공


더 무서운 신병기도 있다. APEC 頂上들에게 제공될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 Internet)는 2.3GHz 주파수를 이용해 시속 100km의 차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초고속 휴대용 인터넷이다.

『정보통신부는 와이브로가 제공되는 BEXCO와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그리고 頂上들이 묵는 호텔 주변에 9곳의 기지국과 중계기, 두 군데의 제어국을 설치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頂上들은 회의장이나 숙소에서 무선인터넷에 접속, 자기 나라의 신문을 보고 이메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됩니다』

정통부는 각국 대표단과 CEO, 기자단 등 1000명에게 PDA 전화와 태블릿 PC, 노트북 600대와 PCMCIA 카드 400개를 제공, 와이브로 서비스를 체험토록 할 예정이다.

李단장은 외신기자단을 위한 선상유람도 준비해 놓았다. 1만8000t급 크루즈船에 외신기자 1000명을 태워 부산항 앞바다와 오륙도를 한 바퀴 돌면서 뛰어난 항만시설과 석양의 바다를 보여 줄 예정이다.

『저녁에는 선상만찬도 있습니다. 현재 이 배는 중국 항주에서 수리 중인데 11월 초 부산에 입항할 것입니다』

그는 시내 무료관광도 준비 중이다. 코스를 셋으로 나눠 대연동 시립박물관과 UN묘지를 돌아오는 역사투어, 자갈치시장과 용두산 공원을 구경하는 생활투어, 부산 앞바다와 중앙 부두를 한 바퀴 도는 항만투어를 11월12~19일까지 제공한다.

―자원봉사자는 모집이 끝났습니까.

『현재 930명이 확보돼 있습니다. 통역과 안내를 맡는 이들에겐 유니폼이 지급됩니다. 이와는 별개로 작년 4월부터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APEC 시민대학을 개설했습니다. 매주 2시간씩 8주간 교육으로 수료하는데, 지금까지 5기 1300명이 배출됐습니다』

이들은 APEC 기간에 거리질서와 지하철 봉사 등을 도맡게 된다.

李단장의 「부산 사랑」은 유별나다. 그는 APEC 頂上들이 마지막 날 기념촬영 때 입는 한복도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어렵다면 21벌 중 10벌만이라도 부산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지도자인 뉴질랜드의 클라크 총리와 필리핀의 아로요 대통령 것을 만들면 금상첨화고요』

그는 이것이 부산시민들의 소외감을 없애 주고 자긍심을 북돋워 주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그의 고집은 2만원짜리 기념주화 뒷면에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그려 넣었으며, 기념우표도 정통부에 부탁해 기존의 日月五峰圖(일월오봉도) 외에 누리마루 1종을 추가시켰다.

그는 서울의 APEC 頂上회의 준비기획단 최종무 기획실장과 네트워크를 열어 놓고 있다.

그는 頂上들의 만찬에 사용할 乾杯酒(건배주)로 부산 동의大 정영기 교수가 상황버섯에서 추출한 균사체를 발효시켜 만든 「천년약속」이란 민속주를 추천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기장에서 나오는 이 민속주는 현재 14도인데 건배주로 채택될 경우 12도로 낮출 예정이란다.


『시민들의 테러 불감증이 걱정

APEC 기획단장 金希雄(김희웅) 총경은 『시민들이 테러 불감증에 걸린 것 같아 두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 김포공항에서 한 차례 폭탄이 터진 후 근 10년간 조용하니까 시민들이 「테러 예외지역」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번 APEC 頂上회의에는 미국을 비롯한 일본·호주 등 이라크 파병국 頂上들이 다수 참석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테러 가능성이 높습니다』

金총경은 2004년 10월 알 카에다의 2인자 알 자와히리가 한국을 테러대상으로 지목한 사실에 주목한다. 실제로 알 카에다는 2004년 7월 유럽지역 이라크 파병국에 대해 경고한 뒤 1년이 지난 7월7일 G8 頂上회담에 맞춰 영국 런던 지하철에 폭탄테러를 벌였다

그런데 부산의 APEC 頂上회의 개최시기가 알 카에다 경고 1년 후와 맞물려 있다.

―APEC 관련 테러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까.

『아직 특별한 정보는 없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지요. 테러 대비는 테러 용의자들의 입국을 막는 게 최선입니다. 10월20일부터 공항 출입국장뿐 아니라 대합실에서도 검문검색을 실시합니다』

이와 함께 부산경찰청은 이미 테러신고 시민에게 최고 5000만원까지 보상금 지급을 내걸었다

『요즘 테러범들의 목표는 頂上회의장만이 아닙니다. 런던 테러나 발리 폭파에서 보듯 지하철이나 휴양지에서 마구잡이 공격을 합니다. 대상이 불특정하고 대중시설을 이용한다는 점이 골칫거립니다』


보안장비에 IT 기술 도입

―APEC 頂上회의장에는 특별한 보안장비가 있습니까.

『무선전자태그(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란 IT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종전에는 ID카드를 단 사람이 게이트를 통과하면 전자탐지기가 소지품을 체크했지만 RFID는 모니터에 인적사항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이를 달고 출입제한구역으로 접근하면 신분이 즉각 드러납니다. 참가자 6000명 전원에게 나눠줄 예정입니다』

지난 5월 정보혁신포럼 때 한 차례 사용했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동백섬에 지어진 제2차 頂上회의장 누리마루 APEC 하우스의 경비는 어디서 합니까.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경찰·해경·해군이 합동으로 입체경비를 합니다. 육상은 경찰이 맡고, 먼 바다는 해군이, 가까운 해안은 해경이 지킵니다. 소형 선박을 이용한 테러공격이나 수중침투에도 대비, 모든 선박은 누리마루로부터 7km 이상 떨어져 항해토록 했습니다』

각종 非정부기구(NGO)나 反국가단체의 시위도 우려해, APEC이 시작되는 11월12일부터는 동백섬 일대의 산책로도 통제할 예정이다.

―제1회의장인 BEXCO의 안전은 괜찮습니까.

『이곳에는 2개의 지하철역이 아래에 있습니다. 센텀시티와 시립미술관 역이 그것인데 頂上회의가 열리는 11월18일 오전에는 無정차 운행을 검토 중입니다. BEXCO 30m 앞에 위치한 홈 플러스 매장도 그날 하루 문을 닫기로 양해를 얻었습니다』

―BEXCO와 누리마루 근처에는 고층 신축건물들이 공사 중이던데.

『그쪽도 건축주와 합의를 마쳤습니다. 다행히 입주 전이라 사람은 없고 미관상 흉해 보이는 건물 외부는 대형 걸개그림으로 휘장을 치기로 했습니다』

―시민들의 협조가 대단합니다.

『해운대 바닷가의 아쿠아리움도 참 고맙습니다. 그곳에는 하루 2만 명이 몰리는 대형수족관이 지하에 있는데 11월17일과 18일 이틀간 자진 휴관하기로 했습니다. 수족관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피해도 엄청나겠지만 인근 호텔에 묵고 있는 외국 頂上들도 피신해야 하니까』

金총경은 해운대보다는 西面(서면)역 일대가 더 걱정이란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의 환승역인 서면은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 명이라 지하철의 無정차 운행은 엄두도 못 냅니다.

연장 1.5km의 지하상가는 주말매상이 30억원이 넘는데 어떻게 쉬라고 하겠습니까. 문제는 그 지하상가의 통로가 인근 백화점과 호텔로 연결돼 있어 만일의 사태 때 초기진압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경찰들을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재야단체들의 시위정보다.

APEC 頂上회의를 앞둔 11월17일 「反 APEC」을 주창하는 在野단체들이 10만 명 정도 모여서 전야제를 갖고 18일부터 본격시위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시위에는 「反부시」, 「反고이즈미」를 외치는 외국의 NGO가 참여한다고 해서 경찰 외사과가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단다.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순 없나요.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막을 길이 없습니다. 현재 집회신청은 72시간에서 48시간 전에 하면 됩니다. 지정된 장소에서 일출과 일몰 사이에 한다면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요』


기동대원 2만 명 동원

―야외축제의 경비를 맡는 것도 힘들지요.

『경축행사는 시민들이야 즐겁지만 경찰에게는 고생입니다. APEC 경축행사가 11월11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예정돼 있는 아시아 8개국 슈퍼스타의 대결인 「아시아 송 페스티벌(Asia Song Festival)」 경비도 큰 부담입니다.

지난번 상주사건 때는 그래도 나이가 좀 지긋한 가수들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이효리·동방신기 등이 나온다는데, 무슨 재간으로 막습니까. 홍콩이나 일본 가수들은 또 어떡하고…』

金총경의 걱정은 끝이 없다.

―기동대는 얼마나 차출됩니까.

『전국에서 2만 명 정도 모여들 겁니다』

―숙소는 준비돼 있습니까.

『모자라지요. 그냥 실내체육관 코트나 공설운동장 라커룸에 스티로폼과 모포 한 장을 깔고 잡니다. 사직동 실내체육관은 라커룸의 시설이 괜찮으나 일부 구청의 민방위 교육장은 한데나 다름없습니다.

11월이면 날씨가 추워지고 비도 올 수도 있으니 APEC에 차출돼 오는 기동대원들은 전원 현지에서 출발할 때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오도록 할 예정입니다』

―여경은 얼마나 지원 나옵니까.

『한 100명 정도 올 겁니다. 일부는 게이트 검색을 맡고, 일부는 「反APEC」들의 집회 때 1차 폴리스라인에 설 겁니다』

―지하철 안전을 위한 대책은 세워져 있습니까.

『현재 3700명의 「APEC 시민안전봉사자」가 지하철 순찰을 맡고 있습니다만 대부분 노인들이라 상징적 효과에 그칩니다』

필자가 BEXCO(Busan Exhibition & Convention Center)에 간 날은 마침 APEC 對테러 종합모의훈련이 한창 열리고 있었다.

4000평의 야외 전시장에는 119 긴급구조대와 除毒(제독)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면서 바쁘게 오갔고, 건물 옥상에는 중앙구조대의 헬기가 부상시민을 구조철망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잠시 뒤 요란한 폭음과 함께 네 발의 총성이 울렸다. 검은 복장의 저격병들이 조준한 4개의 과녁판에서는 「성·공·개·최」란 글자가 나왔다.

관람석에는 외국인 경호원들이 뭔가를 적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인이었다. 이들은 훈련과정을 예의주시하다가 살수차가 바닥을 쓸어 내자 손을 털고 일어났다.


BEXCO 공사에 141억 투자

丁海壽(정해수·60) BEXCO 사장은 6층 사무실에 있었다.

―BEXCO 공사는 아직 마감되지 않았습니까.

『현재(10월7일) 93% 달성입니다. 프레스센터 내부만 손을 보면 끝납니다』

―공사비가 얼마나 들었습니까.

『총 141억원입니다. 내부시설도 보강하고 외부조경도 확 바꾸고 있습니다』

―화생방 부대까지 동원된 모의훈련을 자주 합니까.

『지난 8월22일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오늘 훈련은 더 요란하네요. 저런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면 안 되는데…』

APEC 1차 頂上회의장인 BEXCO는 부산의 얼굴이다. 그만큼 좋은 첫인상을 안겨야 한다.

BEXCO는 외형부터가 특이하다. 거대한 갈매기가 웅비하는 모형이다. 건물 전면은 크루즈船의 측면을 형상화했다. 건물 벽면은 거의 유리다. 전체 유리가 7631장이며 글라스 홀은 유리가 2398장이다.

전시장은 기둥이 없는 8000평의 단층 공간으로 천장 높이가 11~22.5m로 경사져 있다. 축구장 3개를 설치할 수 있는 이 홀은 이동식 칸막이로 3개의 전시장을 만들 수 있다.

컨벤션홀은 1~2층이 440평씩이고, 3층이 630평이다. 제1차 頂上회의는 이곳 2층에서 열린다. 최대 수용능력이 1440명인 이 방에는 11개국 동시통역 시스템과 화상회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頂上들은 21명인데, 통역은 왜 절반밖에 안 됩니까.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가 있으니까요. 통역이 준비된 언어는 한국·일본·중국·러시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미국·뉴기니아·서반아語 11개입니다』

―頂上회의는 2층에서 하는데 통역은 왜 3층에 배치했습니까.

『통역이 話者(화자)와 눈이 마주치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니까요』


집기는 頂上들의 체격·취향에 맞게

―회의장 시설이나 집기에 특별히 신경을 쓴 곳이 있습니까.

『頂上들이 키와 체구가 서로 다른 만큼 소파의 높낮이도 달라야 될 것 아닙니까. 집기는 각자 체격과 취향에 맞도록 했습니다. 어떤 대통령은 롤러가 달린 소파를 좋아하고, 어떤 총리는 흔들의자를 좋아하지요. 화장실의 세면대와 변기의 높이도 조정했습니다. 미국인과 동남아人의 키가 같을 리 없지요. 변기는 좀 높은 것과 낮은 것 그리고 중간 것을 고루 설치했습니다』

―그런 걸 다 알아내려면 애깨나 먹었겠습니다.

『우리나라 외교채널을 통해 물어보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그 나라에 찾아가서 알아내는 수밖에 없어요. 전에 참석했던 회의장에 가서 관계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든지…』

丁사장은 필자가 현장을 확인해 보고 싶다고 하자 홍보팀장 鄭琮薰(정종훈)씨를 불렀다.


―직원들도 고생이 참 많았겠습니다.

『전시장에 근무하는 친구가 일에 쫓기다가 아들 돌잔치에 못 갔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일을 했는데도 끝은 안 나고 인계자도 없고…. 그 부인은 「아빠 없는 돌잔치」를 치르느라 눈이 퉁퉁 부었대요』

―외국기자들이 많이 찾아왔습니까.

『어제는 일본 NHK가 다녀갔습니다. 지난주에는 CNN 서울주재 기자가 다녀갔고…. 요즘은 외국 경호원들의 방문이 부쩍 잦습니다. 지난주에 1차로 200명이 왔는데 이번 주에 2차로 175명이 다녀갔습니다』

2001년 4월 BEXCO 대표이사로 부임한 丁海壽 사장은 『이번 APEC 頂上회의를 통해 부산이 전시와 국제회의 중심도시로 떠오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鄭鎭浩 소장

부산 해운대구 우동 714번지 동백섬 공원 서쪽 끝에 자리한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찾아간 것은 어둠이 깔릴 무렵이었다. 바다는 컴컴했고 해풍은 눅진했다. 멀리 광안대교의 불빛이 파도에 일렁거렸다. 누리마루 APEC 하우스는 이름부터가 색다르다.

우리말인 「누리(세상)」와 「마루(頂上)」의 합성어 영어 APEC 하우스를 조합한 것으로 「세계의 頂上이 모여 APEC 회의를 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 집을 짓느라 꼬박 1년간 해풍에 시달렸다는 대우건설 현장소장 鄭鎭浩(정진호·47)씨는 컨테이너 3개를 모아 만든 옥외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좋은 새 집 두고 왜 이리 추운 컨테이너박스 안에 있습니까.

『여기가 편해서요. 그 집은 세계 頂上들이 밥 먹고 얘기하는 곳이지 제가 범접할 데가 아니잖습니까. 이젠 준공을 마쳤으니 좋은 손님들이 와서 좋은 잔치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이 컨테이너에서 1년을 살았습니까.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을 텐데….

『한여름에는 38℃를 넘고 겨울에는 냉장고입니다. 차라리 바깥에서 자는 게 나았어요』

2차 頂上회의장인 누리마루는 지난 9월30일 준공식을 가졌다. 공사비 194억원. 6000평 부지에 지상 3층 연건평 904평으로 지하실이 없다.

―지하실이 왜 없습니까.

『태풍이나 해일로 바닷물이 넘쳐 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몰아쳤을 때는 주변이 다 쓸려 나갔어요. 그래서 바닥을 2m 정도 돋우고 1층에는 모터실로 기계실로 채웠습니다』

―지난 여름 「나비」 때는 피해가 없었습니까.

『매미가 시끄럽지, 「나비」는 조용했습니다』

당시 「매미」는 오륙도 방향에서 불어와 정면으로 때렸는데, 이번 「나비」는 뒷산 너머 조선비치 호텔 쪽에서 동백섬 능선을 타고 넘어와 머리만 쓰다듬고 갔단다.

―공사에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작년 8월 처음 와보니 바닷가에 해녀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이 자리를 안 비켜 주데요. 그렇다고 그들의 삶의 터인데 쫓아낼 수도 없었죠. 며칠간 해녀들을 따라다니며 해삼과 멍게를 사 먹으며 친해졌지요. 서로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해녀들은 날이 추워지니까 그냥 떠납디다』

―건물이름이 「누리마루」면 「누리마루」지 뒤에 붙은 「APEC 하우스」는 뭡니까.

『앞은 한국인用이고, 뒤는 외국인用이지요』

건물 전체의 조형은 한국의 亭子(정자)를 현대적으로 표현했으며, 지붕의 형태는 거북의 머리에 해당하는 동백섬의 능선을 형상화했다. 건물을 치켜세우고 있는 외부의 12개 기둥은 干支(간지)를 뜻한다.

3층 회의장 벽에는 무형문화재 古潭 金奎章(고담 김규장)이 그린 가로 7m, 세로 3m의 「십이장생도」가 자기로 수놓여 있다. 오른쪽 벽에는 세계지도와 21개국 표준시계가 붙어 있다.


이슬람 頂上들을 위해 기도하는 방 마련

회의장 옆에는 5평 남짓한 방이 있다.

―저게 뭐하는 방입니까.

『기도하는 방입니다. 인도·파키스탄·말레이시아 등 이슬람교도들은 시간만 되면 엎드려 기도하지 않습니까. 귀빈들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건물은 100년 만에 불어닥치는 초속40m 강풍과 진도 9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고, 유리는 방탄필름으로 처리됐다.

건물에서 나오면 양쪽에 작은 뜰이 마주보고 있다. 東苑(동원)에는 마지막 날 頂上들이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곳이다. 사진배경을 위해 6모정 옆에 「솟을대문」도 만들어 놓았다.

그날 오후 맞은편의 西苑(서원) 마루에선 頂上회의를 결산하는 「부산 선언」이 발표된다.

2005 부산 APEC은 그렇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