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제적이면서 强軍을 가진 공산주의 정권은 괴상한 독재자의 통치를 받으면서 미국과 민주국가들을 상대로 위기를 조성한다.
이 공산정권은 서방국가들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정권이 만들어낸 위기는 내부문제에서 기인한다. 정권의 정통성이 약한데다가 경제는 붕괴 일보 직전이다.

이 공산정권은 무역과 경협에 관한 협상을 요구하고, 체제를 보장해줄 것도 요청했으며, 이 정권이 관할하고 있는 국경을 인정해줄 것도 요구했다. 미국 대통령은 국내외로부터 들어온 압력, 즉 공산정권과 협상하라는 주문을 받고는 그렇게 하겠다고 한 뒤 추가적인 조치를 취한다.

즉, 대통령은 공산정권과 협상할 議題를 설정하면서 인권문제를 포함시킨다. 공산정권은 이것을 수용한다.

위의 이야기는 김정일의 최근 핵공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1972년에 닉슨 대통령이 브레즈네프의 소련을 상대로 취한 조치를 말한다. 역사학자들은 닉슨 대통령이 對蘇 협상 議題를 확대하기로 한 이 조치는 현대사에서 가장 통찰력이 높은 역사적 결단이었다고 말한다. 인권문제를 의제로 설정한, 미국 및 서구와 소련 사이 협상은 1975년의 헬싱키 협정으로 마무리된다.

이 협정에서 소련과 동구 공산국가들은 당시의 국경을 보장받았고 그 대신에 서방세계에서 요구한 인권의 원칙을 인정했다. 출입국 자유의 원칙, 국경개방 원칙, 이산 가족의 재회가 정당한 권리라는 것을 소련이 인정해준 것이다. 이것은 국내 민주화, 반체제 운동의 水門을 연 것과 같은 영향을 공산권에 끼쳤고 결국은 1889년의 총붕괴로 연결되었다.

부시도 김정일을 상대로 위의 전법을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미국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제임스 울시, 마이클 호로위츠 등 저명한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서명한 건의서가 헬싱키 협상과 같은 전략을 건의했다(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 1월17-19일).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핵포기와 미국의 불가침 약속을 맞바꾸는 협상에 응하되 조건을 붙이라는 것이다. 즉, 북한이 종교의 자유, 출입국의 자유, 국경개방,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의제로 한 협상에 응한다면 미국도 對北 협상에 임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만약 북한정권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북한측은 인권탄압을 예전처럼 못하게 될 것이고 중국은 탈북자 강제송환도 못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북한에서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 김정일 정권도 소련 공산권이 그랬던 것처럼 내부로부터 붕괴하게 되어 핵개발 문제도 저절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전략의 핵심은 북한정권이 인권탄압을 멋대로 못하게 하도록 국제협정으로 정권의 손발을 묶어버리자는 것이다. 이 전략 보고서는 중국정부가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하지 못하도록 하는 여러 가지 압력 및 회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일본 카드를 써야 한다는 건의도 하고 있다. 즉,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중국의 입장이 약해진다. 이렇게 설득하면서 중국이 탈북자를 받아들이게 하여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자는 이야기인데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그런 발상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또 미국이 주변국가들에게, 만약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그 대책비용의 상당부분을 미국이 감당할 것이라고 약속하라는 건의도 했다.

이런 개념의 전략은 1950년 미 국무성의 정책기획실장이던 폴 니츠가 입안한 NSC-68이란 문서에 적혀 있다. 역대 정부가 이 문서를 참고로 하여 對蘇 전략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고도 한다.

소련 공산권을 붕괴시킨 문서로도 알려진 NSC-68의 핵심 메시지도 '민주주의 국가는 전쟁을 결심하기기 힘들므로 전쟁으로 공산체제를 붕괴시킬 수는 없다. 서방세계의 군사력으로써 공산권의 침략을 억지하고 있는 동안 자유의 바람을 공산권 속으로 불어넣어 내부가 변질되도록 하여 붕괴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폴 니츠 전략의 핵심을 어떻게 김정일을 상대로 적용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對北 경제 지원, 식량지원, 외교 지원의 모든 목표를 북한내부의 민주화, 자유화에 둘 때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주는 원조는 공짜가 아니라 북한 내부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미끼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黃長燁 전 노동당 비서는 '경제봉쇄를 당하면 북한정권은 집단농장 폐지, 자영농 허용과 같은 내부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고 했다. 이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이 아닌가.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케 해야 주민들을 먹여살릴
궁리를 할 것이란 이야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