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No, 3718
이름:포구니 (abc@anticom.com) (49 남 무)
2003/1/17(금) 20:59 (MSIE6.0,WindowsNT5.1) 218.147.190.212 800x600

기업인은 돌쇠가 아니다

생존의 시작은 생산으로부터다.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먹거리, 입을 거리, 살 곳 등은 생산의 결과물이다. 생산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기업이다. 쉽게 말하면 기업의 생산활동으로 우리는 먹고살게 된다.

학술적으로 말하면 기업은 가치 창출의 근원이다.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우리는 분배하고 소비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 소비는 가정과 정부에서 한다. 그래서 개인과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소비의 주체로서 생산의 주체인 기업인에 삶을 의존하는 셈이 된다.

소비주체로서의 공직자에는 정치인도 포함된다. 그들도 당연히 소비의 주체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기업가에 삶을 의탁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잘 되야 생산이 잘 되고, 생산이 잘 되야 정치도 잘 돌아가게 되어 있다. 선진국일수록 정치인은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법과 제도의 정비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나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준다. 정경유착이란 꿈을 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다르다. 우리 정치인들은 기업의 중요성을 말로만 외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규제의 대상, 호령하는 대상으로 취급한다. 기업가를 이리 오너라 하면 달려오는 마당쇠로 생각한다. 다스리고 부려먹고 손아귀에 쥐고 마음대로 흔들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 마당쇠는 주인에 입도 벙긋 못한다. 전통적으로 정치권력제일주의 때문이고 현실적으로 주무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풍토는 결국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풍토는 정경유착의 나무를 잉태시키고 정치자금공급의 열매를 열리게 한다. 현실과 유리된 법의 제정과 법의 불평등, 선택적 집행으로부터 조성되는 이런 토양은 선진국에서는 불 수 없다. 결국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후진성만 확대재생산 하는 요인이다.

우리의 삶의 첨병인 기업의 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기업인의 의욕을 심하게 상실하게 해서 무슨 생산이 원활하게 되겠는가? 세계를 상대로 죽을 노력을 해도 힘에 부치는 판에 의욕 마저 상실해서야 무슨 일을 잘 할 수 있겠는가? 생산이 안 되면 우리는 어떻게, 무얼 먹고 살 수 있나?

물론 건전한 기업가정신 결여로 인한 불법과 탈법 행위까지 방관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정의와 기회균등의 원칙에도 벗어나기 때문에 적극 방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하고 그것은 정치인의 몫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돌쇠 길들이기식, 범죄단체 징벌하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정치인이 우월 의식을 버리지 않으면 나라는 자꾸 못살게 된다. 기업은 정치의 하위개념이 아니다. 평등하며 상호의존적 존재다. 오히려 국제경쟁력 면에서는 정치인들보다 훨씬 뛰어 났으면 났지 못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불과 몇 십 년 만에 세계 속의 '작지만 강한 한국'이 된 건 경제력 때문이지 정치력 때문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의 인수위 하는 꼴을 보며 하는 말이다. 과거에도 그래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