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애국단체들이 '탄핵무효'를 외치는 집회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연다. 오전 11시에는 헌법재판소 인근 3호선 안국역 일대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등의 주최로 집회가 열렸다. 오후 2시에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대표 서경석)' 주최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가 열릴 계획이다.

애국단체의 집회가 촛불시위와 다른 점은, 거의 모든 집회 참석자들 손에 태극기가 쥐어져 있다는 점이다. 촛불시위 현장에선 '이게 나라냐'와 같은 反체제 선동가요가 불려지지만, 애국단체 집회에선 애국가 제창을 포함한 국민의례가 엄수된다.

오전 11시, 기자는 안국역 일대 집회 현장에 가보았다. 안국역에서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 곳곳은 이미 시민들로 꽉차 만원이었다. 이들은 驛舍(역사) 내에서부터 '탄핵 무효', '국회 해산', '언론은 거짓 방송 중단하라'를 외쳤다.
 
驛舍 바깥으로 나와 보니 참석자들의 수가 많았다. 운현궁 앞에서부터 수운회관 앞, 낙원상가 뒷편(파고다 공원 앞)까지 이어지는 왕복 6차선 도로 위에 태극기 물결이 이어지고 있었다. 참석자 중 젊은 사람도 꽤보였다.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 두 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서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 세 명도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이들은 누가 지시하지 않는 데도 태극기를 연신 흔들었다.

대형 스크린을 갖춘 연단은 두 군데(운현궁 앞과 낙원상가 뒷편)에 설치되어 있었다. 국민의례가 끝난 뒤 연단에 오른 첫 번째 연사는 權寧海(권영해) 前 국방부 장관(육사 16기·안기부장 역임)이었다. 權 前 장관은 운현궁 앞에 설치된 연단에 오르자마자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내가 장관과 안기부장으로 있을 때 從北(종북)세력을 척결하지 못해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權 前 장관은, '내가 안기부장으로 있던 1997년은 大選이 있던 해였다. 그때도 몇몇 정치인이 북한과 내통한 적이 있다. 그런 從北세력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활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義兵들이 일어나 나라를 구했다. 여기 오신 義兵들께서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