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제주 4·3기념관 展示(전시) 금지 청구 소송 1차 공판이 열렸다. 李承晩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 씨 등 6명은 2008년 제주도에 들어선 제주 4·3 기념관의 일부 전시물이 역사를 왜곡한다며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1차 공판에서 원고 측은 “먼저 4·3사건으로 희생당한 분들께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 하지만 억울한 피해가 사건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며 “남로당 무장대의 목적은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하려 함이었다. (4·3사건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싸운 이념전쟁이었다”고 했다. 이어 “4·3 기념관에는 진압과정에서 일어난 인명피해가 충격적으로 전시돼 있다. 남북 분단을 막으려는 세력을 향한 학살 행위로 보여진다”고 했다. 원고 측은 또 “(피고가) 대한민국 건국과 한국 현대사를 부정하는 이 기념관을 역사교육장으로 사용하는 등 4·3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진압과정을 제대로 담아야 하고 왜곡된 역사를 교육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개인 인격 침해일 뿐만 아니라 건국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피고 측은 “원고들은 전시물 전시에 이해관계가 없다. 자신들의 철학과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시를 막을 권리가 없다”며 “(전시기념관은) 4·3 특별법에 의한 진상규명보고서에 따라 전시물을 설치했다. 자문을 구했고 편향된 전시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원고 측은 피고의 이 같은 주장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전시관은) 공익적인 측면이 있다. 교육부 소송에서 사법부는 교과서의 모호한 표현은 수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도 같은 맥락”이라며 “공공단체에게는 事實(사실)을 지킬 의무가 있다. 피고 측에 성명요청서를 통해 어떠한 전시물이 있는지 요구했지만 직접 와서 확인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성명요청서에서 기념관이 역사교육장으로 활용되는지 물었더니 오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몇 명이 방문했냐고 물었더니 17만7000명이라고 답했다. 확인해보니 21만 명이었다”며 피고가 성명 요청에 무성의하게 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피고는 “원고가 성명요청서에서 처참한 살육 장면이 담긴 사진이 있는지, 남로당과 조선공산당의 개입을 소개한 게 있는지 등 개인적인 평가가 들어간 부분을 요구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평가가 들어간 부분에 대해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이해한다. 객관적인 것만이라도 (제공하라)”고 했다.

피고 측은 “(기념관 전시물) 사진을 찍고 영상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없다. 비용 문제로 다 찍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자 원고 측은 “우리는 전시품 목록도 요청했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시품 목록과 원고가 감사원에 요청한 자료가 온 뒤 추가 증거 선택 여부를 논의하자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합의 하에 2차 공판일을 10월23일로 잡았다. 2차 공판은 23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중앙지법 동관 559호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