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온 한 해를 시름겹게 보내고
또다시 새해가 찾아왔건만
반기는 기쁨보다도
두렵습니다. 가난의 적들 때문에…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것
가족이 셋이면
세 몫으로 내야 하는 것들
그것이 우리를 위협합니다.
우리의 가족은 세 명이니 세 몫
무조건 해야 합니다.
우리의 가난을 털어서라도.

적어봅니다.
국방위원회 명령분 과제 파고철 100kg씩
거기에 세 몫을 합치면 300kg
고철 1kg의 값이 100원이니
그것의 돈은 3만 원이라고 부릅니다.

살림집 건설. 공장건설에 시달려
올해 덧붙여진 과제
막돌, 중자갈 한 톤씩
그것의 돈은 2만 원입니다.

또 있습니다.
분토 1톤, 풀거름 1톤
가족의 몫까지 세 배
어디에 있습니까
그 많은 분토, 풀거름
대신 돈을 냅니다
그것의 돈은 3만 원입니다.

부르기조차 맥 빠지는 외화벌이 과제들
이 또한 무조건 해야 합니다.
피마자씨, 살구씨, 대마씨, 잣씨
그것도 가족의 몫까지
그것의 돈은 더 엄청나서
부르기조차 괴롭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시시각각으로 걷어가는 것들
사적지건설지원, 돌격대지원
인민군대지원 등등
우리한테 월급이 고작 얼만데
걷어가는 것은 수십 배입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납니까
이 나라 여인들이 낮과 밤에 이어
장마당에서 벌어들인 눈물의 돈
나라는 보았습니다.
배급을 주지 않아도 사는 백성들
그들의 주머니에 조금씩 차드는 밑천
원수였습니다. 그것이.

심어라. 채취하라.
열매를 걷어들이라
뻔히 압니다.
생소한 파고철이 어디?
피마자 심을 땅이 어디?

그게 목적이 아닙니다
돈을 겨눈 사냥
그 사냥으로 매일 매일 검증받습니다
당에 대한 충실성의 산 증거를.

가족의 목구멍으로 넘기기 전에
먼저 바쳐야 하는 아픈 돈입니다.

그 돈으로 우리의 천국이 일떠선다면
우리의 미래가 걱정 없다면
참고 견디련만

몸부림칩니다
따뜻한 밥 한 공기 소원인 우리의 돈이
앓는 아가의 병 고쳐야 할 우리의 돈이
늙은 부모 봉양해야 할 우리의 돈이
몸부림칩니다.
아픔의 천 배, 만 배가.

새해가 왔습니다
우리에게는 크나큰 슬픔의 새해입니다
얼마나 많은 걸 바쳐야 할지
그 때문에 우리 얼마나 더 아파야 할지
몸부림치며 경악하는 새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