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주주의)

몇 년 전에 있은 일이다. 철직(撤職)된 당 비서가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던 몇 사람이 당위원회의 신소(申訴)과를 찾아갔다. 그들이 한 말은 간단하다.

“당 비서 동지를 다시 우리한테 보내주시면 안됩니까? 우리가 일을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건데 앞으로는 우리가 일을 더 잘하겠습니다.”

그게 죄가 될 줄 몰랐다. 당에서 결정한 일을 가지고 감히 엇드레질하는 것(시비를 거는 일)은 정치적 대행(代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 명이면 충분히 한 개의 반(反)정치조직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보위부의 감방에 갇혔다. 그때 처음으로 모두가 이런 법이 있다는 것 알았다. 세 명 이상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당위원회를 찾아가서 의견을 제기하면 반국가 범죄가 된다는 것을. 결국 인민들은 두려움에 떨게 되었고 당은 인민들에게 다시는 대행할 수 없는 각성제를 먹인 것과 같이 되었다.


누구도
그런 법 있는 줄 몰랐다
세 명이 당위원회 문고리 함께 잡으면
그게 정치적 범죄가 되는 줄.

처음으로 알았다 우리는
우리의 당 비서 옹호하려
당위원회 문턱을 밟은 날
그 시각부터.

우리의 당 비서는
참 좋은 사람이다
우리가 그를 존경하는 건
아첨을 모르기 때문
우리의 아픔을 함께 느끼기 때문
가장 중요한건
우리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

그가
당위원회 비판을 받고
철직당하던 날
우리 모두는 함께 아픔을 느꼈다
그리하여 당위원회를 찾아갔다.

정히 청을 드렸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그가 다시 우리를 이끌면
우리는 당에 더 잘할 것이라고
맹세도 함께.

그게 죄가 되는 줄
무서운 함정이 될 줄
그날 그 시간에 세 명은
보위부의 컴컴한 감방에 갇혔다.

무섭고 긴장한 시간이 흘렀다
반정치의 주모자를 대란다
정치의 채찍은 스산하다.

우리는 당 청사에
돌멩이 던진 적 없다
항의를 한 적도 없다
시위를 벌인 적은 더더욱 없다
천진하고 순진한 우리의 마음을
그냥 청으로 드렸을 뿐이다
그게 죄가 될 줄 어찌 알았으랴.

그런 법 있는 줄 알았으면
우리는 당초에 가지 않았을 걸
우리의 뇌는 어릴 적부터 세뇌당한 뇌

이미 분노할 줄 모르는 백성
작은 청(請)마저도 짓밟히고 무시당하는
이게 조선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