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 절대 不可 자연보호 지역을 갑자기 변경, 허가내주고, 감독도 소홀
● 이화여대에 끌려다닌 허가 과정
● 주민, 의회 등 실질적 의견수렴 과정 없어
● 등급 변경을 둘러싼 두 학자의 攻防

서울 한 복판에서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던 도심 숲 30,149㎡(총 공사면적, 비오톱 면적은 19,967㎡)가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공사로 사라졌다. 기숙사 예정 부지에 있던 나무들의 90% 이상이 벌목됐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의 기숙사 신축 공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사진을 찍어두려고 공사 현장에 처음 간 건 지난 달 12일이다.

2014년 9월16일 현재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 공사현장’. 공사면적 3만㎡에 이르는 기숙사 예정 부지(자연경관지구)의 나무들이 모두 벌목됐다.

당시에 이미 밑동 잘린 나무들의 뿌리를 포클레인으로 뽑고 있었다. 박원순 시장이 첫 삽을 뜨고, 축사도 한 梨大 신축 기숙사 기공식은 지난 7월 22일에 있었다. 공사 개시 20일 만에 안산(鞍山) 자락에 있는 ‘북아현 숲’이 통째로 없어진 것이다. 사람중심, 환경중심을 외치는 서울 市政 하에서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취재에 들어갔다. 梨大 기숙사 신관 증축 공사에서 드러난 의혹과 문제점, 위법 是非(시비)를 정리했다. 

이화여대는 1,700명을 수용하는 기존 기숙사가 있음에도, 연면적 6만1118㎡(현재 기숙사 면적의 3.3배)의 기숙사를 또 짓고 있다. 지하 2층·지상 5층짜리 4개동, 지하 4층·지상 5층짜리 1개동, 지하 1층·지상 1층 부속 동으로 총 6개동을 건축한다. 완공은 2016년 2월 예정이며, 공사 기간은 19개월이다. 기숙사 수용인원을 4,0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으로, 이는 재학생 수의 20%에 달한다.
 

절대적 보존지구에서 해제한 과정의 의혹
 
문제는 이화여대 기숙사 신관 증축 공사 부지가 ‘자연경관지구’인 동시에 ‘비오톱’ 상위 등급지(地)’라는 데 있다. 梨大 기숙사 예정 부지는 건축이 不可한 ‘비오톱’ 유형 1등급•개별 1등급 지역이었다. 비오톱 1등급지는 절대적인 자연보전이 요구되는 지역인데, ‘梨大 기숙사 신축 결정 고시’가 나기 불과 4개월 전에 건축이 가능한 ‘비오톱’ 유형 1등급•개별 2등급지로 下向(하향) 조정됐다. ‘비오톱’ 등급 변경에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작년 5월, 梨大 신축 기숙사 부지 일대(노란색)의 개별 비오톱 등급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비오톱(biotope)’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뜻하는 비오스(bios)와 땅이나 영역을 의미하는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용어다. 도시개발과정에서 최소한의 자연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인간과 동•식물의 공동 서식장소를 나타내며, 생태현황도면으로 표시되고 있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시행규칙 제2장 제3조’에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비오톱 유형 평가 1등급: 대상지 전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
 *개별 비오톱 평가 1등급: 특별히 보호가치가 있음.
 *개별 비오톱 평가 2등급: 보호할 가치가 있는 비오톱(보호 및 복원).
 *비오톱 등급은 유형과 개별 두 항목이 있고, 유형은 5개 등급•개별은 3개 등급으로 세분
 
서울시 시설계획과가 이화여대 기숙사 예정 부지의 ‘비오톱’ 등급을 하향 변경한 이유부터 석연치 않다. 2012~2013년 '서울 소재 대학 생태 현황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하향 변경한 것인데, 이 조사를 통해 10년 이상 유지되던 기존 비오톱 평가가 잘못 됐음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천재지변으로 숲이 훼손된 것도 아닌데, ‘기숙사 신축 결정 고시’를 앞두고 계속 울창해지고 있던 숲이 절대적인 보전 지역에서 해제된 것이다.

자연림인가, 造林인가?

梨大 기숙사 예정 부지의 비오톱 조사자인 동국대 오 모 교수는 “나무의 수령(樹齡)과 수종(樹種)이 비오톱 등급 평가에 중요 판단 요소”라며 “기숙사 부지가 ‘자연림’이 아닌 ‘조림’이기 때문에 개별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고 말했다. “梨大 신축 기숙사 부지는 아카시아 나무와 잣나무로만 이뤄져 있었고, 두 수종은 조림에 해당한다”고 했다. “길게 봐도 15년~20년 전에 심은 수목일 것”이라고도 했다. 공사 부지 전체를 수령이 길지 않은 잣나무와 아카시아 나무로 이뤄진 조림지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전 조사자인 시립대 한 모 교수는 공사 지역이 “자연림과 조림이 섞인 곳이기 때문에 자연림으로 판단했고, 서울시 시설계획과와 도시계획위원회 또한 10년 이상 이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자연림과 조림이 섞인 지역의 가치 판단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학교 쪽은 조림이, 마을 쪽은 자연림의 비율이 높고, 수령 또한 40년이 넘은 나무가 많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교수는 10년 이상 서울시내 강북 지역 대학의 비오톱 현황 평가를 해오고 있는 학자로, 자연 생태계 보전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박원순 시장의 ‘희망서울 대학생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시작된 후 실시한 대학 캠퍼스 비오톱 조사 때는 서울시로부터 조사 의뢰를 받지 못했다. 梨大 기숙사 부지의 비오톱 조사를 한 동국대 오 모 교수는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한 교수와는 대학 선후배 사이다. 서울 시내 강남 소재(所在) 대학 캠퍼스의 비오톱 조사를 많이 한 학자다. 

비오톱 등급 평가에 대한 두 교수의 다른 의견을 가를 수도 있는 인근 주민들의 증언도 있다. 3대째 기숙사 예정 부지 옆에 산다는 60대의 한 주민은 “어릴 때 숲에 들어가서 많이 놀았고, 최근에도 공사 지역 옆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나다닌다”며 “아카시아 나무와 잣나무만 있었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기숙사 부지 바로 앞에 사는 주민은 “10여 년 전에 공사 부지의 경계 부근에 이대(梨大)가 축대를 쌓을 때 약간의 식재가 있었지만, 숲 대부분을 채운 나무들은 수십 년 된 나무들이었다”고 했다. 

비오톱 규정을 알고, 자연 훼손에 반대하는 주민 중 일부는 벌목 전 ‘북아현 숲’ 사진을 구하고 있다. 수령과 수종 확인을 위해 벌목 후 버려진 나무의 사진도 찍는 등 법적 대응을 위해 증거 확보를 시작한 것이다.

10% 복원의 문제

다음은 비오톱 규정과 관련된 위법 여부다. 13년간 지속된 비오톱 등급(유형 1등급, 개별 1등급)이 하향 조정되어 건축허가가 난 이유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시와 이화여대가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시행규칙’마저 어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梨大 기숙사 부지는 현재 ‘비오톱 유형 1등급•개별 2등급’ 지역이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시행규칙 제2장 제3조’에 의하면, 비오톱 유형 1등급 지역은 대상지 전체를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지역으로, 비오톱 개별 2등급 지역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지역(보호 및 복원)으로 적시돼 있다. ‘서울특별시 도시관리계획 환경성검토 업무지침’에는 ‘(비오톱 지역에서) 불가피하게 서식지가 훼손되는 경우 가까운 유사 공간에 이전 복원하거나, 훼손된 서식지와 유사한 비오톱을 동일지역․지구 내에 복원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라고 돼 있다.
 
梨大 측과 서울시 환경정책과가 협의하에 작성한 ‘환경보전방안검토•보완서’의 내용을 확인한 결과, 복원 예정 수목의 수는 전체 훼손량(1,196주, 梨大 측 계산)의 10%도 안 된다(108주, 梨大 측 계산). 梨大 측은 “훼손된 비오톱 지역의 복원이 의무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기숙사 옆에 일부 비오톱 지역을 만들고, 520주 식재 계획은 있다”고 했다. 비오톱 관련 규정이 있는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시행규칙’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10%만 복원하는 것이, ‘절대 보전이 필요한’ 유형 1등급지의 기준 및 보호 및 복원할 가치가 있다는 개별 2등급지의 조건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梨大 기숙사 신축 공사는 비오톱 유형 1등급에 해당하는 조건도, 비오톱 개별 2등급에 해당하는 조건도, ‘서울특별시 도시관리계획 환경성검토 업무지침’(훼손된 수목의 이전, 복원 등)도 지키지 않으면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화여대에 끌려가는 서울시?

작년 6월~8월 사이에 열린 세 차례(제10차~제12차)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梨大 신축 기숙사의 자연경관지구 내 건축물 높이에 대해 심의를 했다.

이 회의의 내용을 토대로 도시계획위원회와 서울시의 관련부서는 자연경관지구 내 梨大 신축 기숙사의 건축물 높이에 대한 검토의견을 梨大 측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梨大는 자연경관지구 안에 있는 신축 기숙사 건축물 높이를 완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이행할 ‘조치계획’을 내놓았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첫 번째(제10차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에서 梨大 뒤쪽에 있는 안산(鞍山)의 공제선을 확보하고, 조망권 침해를 최소화하라는 검토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梨大는 기숙사를 마을 쪽에 붙여서 짓겠다는 조치계획을 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심의결과를 ‘보류’로 결정했다.

두 번째(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 회의 때는 오히려 위원회가 기숙사를 최대한 남쪽(마을쪽)으로 건축하라는 검토의견을 낸다. 이는 첫 번째 회의 때 梨大가 낸 조치계획이었다. 위원회가 梨大의 건의를 받아들여 편의를 봐준 의혹이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심의결과는 ‘재논의’였다.

마지막 회의(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 문건에는 조망권에 대한 내용 없이, ‘주민과의 상생 프로그램 도입 검토’라는 내용과 ‘자연친화적 건축계획 도입’이라는 두루뭉술한 제목만 적혀 있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일련의 심의과정을 보면, 이대(梨大)가 도시계획위원회의 검토의견을 수용했다기보다 자신들의 기숙사 건축 계획을 위원회에 통보, 관철시켰다는 인상이 짙다.

서울시 관련부서가 대학 측에 요구한 의견을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梨大는 북아현로22 나길과 북아현로22길 주민들이 梨大 뒤쪽 안산(鞍山)을 볼 때, 기존 자연경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망축상에 건축물 배치를 지양하라는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미반영 조치)으로 적혀 있다. 

너무나 너그러운 공무원들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의, 북아현 숲 훼손 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의 소홀은 상식에 반한다. ‘梨大 기숙사 신축 공사’와 관련해 梨大 측과 서울시 환경정책과는 ‘환경보전방안검토•보완서’를 작성했다. 양측이 전문가에게 위촉해 검토•보완서를 작성한 것인데, 그 전문가들이 공인된 사람들인지 불분명하다. ‘환경보전방안 검토•보완서’에 있는 벌목기준과 자연훼손 정도를 누가 어떻게 정했는지도 투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예컨대 10%만 복원한다는 이화여대의 방침이 과연 법 규정에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잘려나간 나무들

더 심각한 문제는 梨大 측과 서울시 환경정책과가 협의했다는 ‘환경보전방안’의 실천을 관리•감독하는 공무원이 있느냐이다. 기자는 취재기간중 현장에서 공사를 확인했다는 공무원을 만난 적이 없다. 3만 평방미터의 자연환경 보전 지역을 훼손시키는 공사에 이렇게 무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개인이 이런 대규모 공사를 해도 담당 공무원들은 이렇게 너그러울까?

자연보존 업무(비오톱) 담당자가 있긴 하나?

‘梨大 기숙사 신축’ 허가 관청은 서대문구청이고, ‘비오톱’은 서울시 시설계획과 업무다. 시설계획과 측은 비오톱 등급 관리와 도시계획시설(학교 등 53개 시설) 변경 업무를 처리한다고 했다.

서울시 시설계획과 측은, “서대문구청에 비오톱 등급 문건을 보냈느냐”는 질문에 모호한 답변만 했다. 비오톱과 관련하여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았다고만 했다. 건축 허가의 가부(可不)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비오톱’ 규정의 이행 과정은 듣지 못했다.

“梨大 기숙사 부지는 비오톱 지역인데, 자연의 보전이나 복원이 안 이뤄지고 있다”고 하자, 서울시 시설계획과의 한 팀장은 “梨大 측이 훼손한 자연을 복원할 수 없다고 하면 어쩔거냐”라며 “이런 규정(비오톱 관련 조례)은 없애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도 몰랐던 공사

마지막으로,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주민 의견 수렴’ 문제다. 이대와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1년 반 가량 공사기간이 남았다. 대학과 인근 주민들의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주민설명회조차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대학 측의 생각과 달리,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공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 시점인 지난달 20일에 梨大와 시공사인 대림건설, 서대문구청이 주관한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장 입장조차 거부하며, 욕만 하고 돌아선 주민들이 상당수였다. 이미 梨大는 안산(鞍山)을 파서 산학협력관(2014년 4월 준공)을 지은 이력이 있다. 산학협력관은 금화터널 위의 안산 자락을 훼손하고 지은 건물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주민들은 梨大 측의 설명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梨大 측을 대표해 나온 류 모 교수는 기숙사 신축과 관련해 “건축 허가 과정에서 특혜나 불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梨大는 과거처럼 명문사학이 아니다”라며 “연구사업 유치를 위해 기숙사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설명회장 뒷자리에 있던 80대 할머니는 “대학교가 애기들 방 마련이 아니고, 사업을 위해 건물을 짓는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했다. 공사장 인근에서 하숙을 치는 할머니였다.

설명회 당시만 해도 “梨大에서 기존 기숙사 옆에 기숙사를 또 짓는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민도 많았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 건축과장은 “공람을 확인하거나 동사무소 게시판을 보면 된다”고 답했다. 알아서 확인하라는 취지였다. 분위기는 험악했고, 주민설명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서울특별시 도시관리계획 환경성검토 업무지침’에는 의회의 의견을 청취하게 돼 있다. 서대문구 의회의 유상호 구의장과 이진삼 구의원에게 확인한 결과 단 한 차례도 梨大 기숙사 신축과 관련된 안건 상정이나 의견 청취 의뢰가 없었다고 했다. 

도시계획위원회의 보완조치 사항인 인접 주민 조망권과 기존 자연경관 침해 최소화에 대한 조사를 위해 공무원이 주민의 집을 방문했다는 사례도 현재까지는 없다. 해발 70m가 넘는 공사 부지의 높이를 감안하면, 훼손된 ‘북아현 숲’에 들어설 5층 기숙사 건물군은 고층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세워진 것 같은 모습이 될 것이다. 도시계획위원회의 회의 내용에는 주민들을 위한 ‘북카페’를 만들라고도 돼 있다. 북아현동에 사는 한 주민은 梨大 측에 전화를 걸어 “어느 주민과 상의해서 그런 걸 만드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9월16일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이화여대 후문 앞에서 梨大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기숙사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 자치회가 열리고, 개인적으로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대학이 인근 주민들과 계속 마찰을 빚는 사이 자연은 연이어 파괴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과 이화여대 사이

이화여대와 서울시는 2013년 5월에 과거 10여 년 이상 유지되던 건축 불가(不可) 수준의 비오톱 등급을 건축 가능한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 후 석 달 동안 세 차례,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면서 자연경관지구 내 건축물 높이 완화 허가도 받았다. 같은 해 9월에 ‘기숙사 신축 결정 고시’가 났다. 일사천리였다. 이 과정에서 앞에 지적한 의혹과 문제점, 위법 시비의 소지가 덮였다. 이화여대의 기숙사 확충 욕구와 박원순 시장의 ‘희망서울 대학생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만난 결과인가? 주민은 무시됐고, 자연은 파괴됐다.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 공사 현장과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린이집’이 있다. 흙더미가 쏟아지거나, 큰 나무가 쓰러져서 덮칠 수도 있는 위치다. 이화여대와 대림건설은 불과 며칠 전까지 안전 울타리도 없이 공사했다. 한 달이 넘는 기간이었다. 30,149㎡ 면적의 경사진 숲에서 전기톱과 포클레인으로 공사를 하면서, 왜 펜스 설치를 안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화여대를 대표해서 나왔다는 류 모 교수는 “주민설명회를 한 후 설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취재 중에 만난 북아현동 주민들은 대체로 온순했다. 중산층도 있지만, 하숙을 치는 영세업자들도 많다. 그들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기숙사가 생기면, 생계가 힘들어질 것이다.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 기공식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이 기숙사 부지에 있던 숲과 나무가 어떻게 될지 확인했는지, 파괴될 자연환경에 대해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그는 자연과 동물을 특히 사랑한다는 사람이다. 巨金(거금)을 들여 돌고래도 놓아주고, 꿀벌도 시청옥상에서 키우고, 진돗개는 시 예산으로 기르고 있다. 그런 사람이 축구장 세 개 규모의 도심 숲 3만 평방미터를 없애는 결정을 내린 최종 책임자이다.

그는 동물은 사랑하지만 자연엔 관심이 없는가? 취재를 하면서 벌겋게 드러난 북아현 숲과 잘려나간 1000 그루의 나무를 보고도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인간성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한편으론 이렇게 서울시가 봐준 이화여대의 도심 숲 말살 공사에 박원순 시장은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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梨大 측의 반론

9월16일 梨大 홍보실은 신축 기숙사와 관련해 '조갑제닷컴 왜곡보도에 대한 알림'이란 이메일을 조갑제닷컴으로 보냈다. 그 全文은 다음과 같다. 

<그간 대학기숙사 시설의 부족으로 주거 불안정과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였고, 본교의 경우 학생 기숙사 수용률이 8.4%에 불과하여 재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본교는 학생기숙시설을 신축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귀사의 악의적이고 사실과 다른 보도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알립니다.

첫째, 1등급의 개별비오톱이 2등급으로 조정된 것은, 2012년~2013년 서울 소재대학 생태현황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변경 결정이 된 것이며, 이는 서울소재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한 생태조사 결과로 본교 외 타 대학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조사로 인해 본교는 오히려 개발행위에 제한이 생기는 1등급지가 12,801㎡가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건축물을 지을 수 없는 면적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둘째, 토지 이용계획상 대부분 조경부지였고 대체가 필요한 일부 녹지부지에 대해서는 심의를 진행하면서 적합하게 북아현문으로 가는 은행나무길 상단의 조경부지를 녹지부지로 대체하였습니다.

셋째, 수목이식 역시 적법하게 진행해온 사안으로 노령목이나 수고가 높고 근원경이 넓은 수목은 재이식시 수형보존의 어려움, 수세쇠약에 따른 수관파괴 및 고사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식할 수 있는 108주를 선정, 이식하도록 결정되었고, 이에 따라 가식장 2곳을 지정하여 이식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신규로 520주의 교목 식재 역시 계획되어 있어 전체적인 수목파괴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넷째, 기숙사 건축에 대한 정보 공유는 2013년 5월28일에서 동년 6월11일까지 도시계획시설 세부시설조성계획의 주민의견 청취를 위한 열람공고를 2개 신문사를 통해 진행하였으며, 9월 최종 고시를 서울시보를 통해서 알린 바 있습니다. 또한 서대문구청 실시계획인가의 공람공고 역시 2014년 6월 20일부터 동년 7월 20일까지 완료하여 최종 건축인허가가 완료되는 등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 졌음을 알립니다.

결국 현재 본교에서 신축하고 있는 학생기숙시설은 귀사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특혜’가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거친 준법적인 업무수행이며, 재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인 주거 불편 문제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일 뿐 아니라 이화 정신, 인성, 사회성, 협동심 함양이라는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증진하려는 교육 목적의 사업임을 밝힙니다. 본교는 확고한 준법정신을 바탕으로 학생의 학습권 및 주거생활환경권 보장,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공생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명백히 사실과 다른 보도를 계속하여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 임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