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 조갑제닷컴

원세훈(元世勳) 前 국정원장은 황보연 前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지난 7월 구속 기소되어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이 국정원의 댓글 의혹을 파헤치는 동안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元 전 원장의 知人으로 알려져 있는 黃 전 대표가 元 전 원장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黃 전 대표는 검찰의 구속 이후 元 전 원장에 대한 금품로비를 한동안 부인하다가 심경을 바꾼 뒤, “공사 수주에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元 전 원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앞서 黃 전 대표는 2009년 2월~2011년 10월 황보건설과 황보종합건설 법인 자금 23억 원을 빼돌리고, 2011년 12월~2012년 2월 금융기관에 허위서류를 제출, 43억7200만원을 부당대출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횡령 및 사기) 등으로 지난 6월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과 관련된 제6차 공판이 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502호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崔 모씨(뉴질랜드 거주)가 5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崔 씨는 黃 전 대표의 비자금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이날 元 전 원장 변호인 측은 검찰이 황보건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엑셀파일[USB, 외장하드, 샌디스크(Sandisk) 수록]의 증거능력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문제의 파일에는 황보건설의 현급지출 내역 등 元 전 원장의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날 변호인 측은 증거로 제출된 USB, 외장하드, 샌디스크 등의 출력자료를 PPT로 일일이 설명하며, 이들 자료에 기재된 ‘해쉬(hash)값’이 일치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여기서 ‘해쉬값’이란 파일의 데이터를 ‘해쉬함수’ 또는 ‘해쉬 알고리즘’으로 계산해 산출되는 값으로 해당 파일의 고유한 값이 되는 자료이다. 해쉬값은 고유한 값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두 파일의 해쉬값이 같을 경우 두 파일은 완벽하게 일치하는 동일한 파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쉬값은 주로 파일을 배포하는 측에서 다운로드 받은 파일이 온전한(또는 변조되지 않은) 파일인지를 검사하려는 목적으로 파일과 함께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변호인 측은 증거로 제출된 USB파일에 대해 “USB의 전체 파일을 보면 지난 6월XX일자로 생성됐으며, 파일 내 폴더(folder)를 보면 6월XX일 이후에 생성됐다”며 “이는 통상업무용이 아닌 6월XX일 이후에 만들어진 파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6월XX일 이후 어딘가에서 USB에 파일을 복사해 검찰에 증거자료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외장하드와 샌디스크에 담겨 있는 파일에 대해서도 USB파일과 마찬가지로 “수사에 대비해 만든 자료로 보인다”며 두 자료 모두 “증거능력이 상실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元 전 원장 변호인 측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검찰은 “USB와 외장하드 등의 해쉬값의 경우 (파일의) 내용을 구성하는 모든 해쉬값은 일치한다”면서 문제는 “MFT(주: 마스터 파일 테이블) 파일 때문이다. 이는 물리적(주: 기계적인)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내용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며 “엑셀파일의 경우 복합문서이기 때문에 조금만 수정이 있어도 해쉬값이 바뀐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변호인 측은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판단한 USB, 외장하드, 샌디스크 내의 파일들이 업무용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자료가 아니고, 대부분 동일한 날짜에 검찰 제출을 위해 ‘급조’됐다고 본 것이다.

반면 검찰은 USB 등 파일 저장 장치에 저장되어 있는 엑셀 파일들의 경우 복합문서(Compound Document)이기 때문에 해쉬값에 있어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자료들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다만 해쉬값 및 MTF 파일과 관련해 '공학적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검찰 관계자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디지털증거자료의 증거능력에 관한 검찰의 최종 의견서를 오는 9일까지 제출받기로 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元 전 원장을 변호해온 이동명 변호사는 최근 '조갑제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워낙 말이 안 되고 신빙성이 없다”며 “이를 가지고 원세훈 前 원장의 유죄를 입증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李 변호사는 “재판부는 앞서 검찰이 중요한 증인으로 여기고 있는 최 씨가 출석하지 않으면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이달 11일(12월)에 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