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캠프 참모진은 同色,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 할 것"

안철수 후보가 어떤 단일화 조건도 거부한다면 그동안 자신이 축적해 온 정치적 자산의 거의 대부분을 공중에 날려버리는 결과가 된다.

아래는 <월간조선> 11월호에 게재된 ‘2012 대선 포커스/정치전문가 10명의 대선 10문10답’ 가운데 이동욱 前 한국갤럽 전문위원의 답변 全文이다. <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십니까.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어떤 후보(누구)로 단일화 될 것으로 예측하시는지요. 만약 단일화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철수 후보가 성공하려면 어떤 선택이 최선일까요(단일화 수용여부)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먼저, 논리적으로는 문과 안 양 측이 게임이론인 '죄수의 딜레마'에 걸려 있다. 단일화를 못 할 경우 둘 다 형사처벌에 버금가는 정치적 부채(負債)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둘째, 현장조사(現場調査) 차원에서 보면 현재 문과 안측 캠프의 참모진들이 동색(同色)이다. 후보자는 다르지만 그 참모진들은 한 마당에서 놀던 사람들이 잠시 서로 다른 사무실로 출퇴근중이다. 최근에는 문 캠프 의원들이 안 캠프로 이동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셋째, 場外의 상황이다. 진보 진영 및 진보 유권자들의 단일화 압박이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질 것이고 단일화 않더라도 전략적 투표에 의해서 한 사람이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일화 않는 조건은 안철수 후보가 진보, 중도, 보수를 망라하는 지지층을 확보하여 단독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인데 남은 기간 중 여당측에 큰 파괴력을 가져오겠지만 단독 승리는 불가능한 목표가 된다. 또 하나, 새누리당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박 후보 개인의 有故로 인한 선거불참 같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버리면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연연할 필요가 사라진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런 가능성이 개미 눈꼽만 하다.

현재 안철수 후보가 어떤 단일화 조건도 거부한다면 그동안 자신이 축적해 온 정치적 자산의 거의 대부분을 공중에 날려버리는 결과가 된다. 과연 그렇게 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가 갖는 본질이다.

정치인으로서 안철수 후보의 성공이란 무엇일까. 단기적으로는 그가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정권교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처럼 말이다. 장기적으로는 그가 목표한 정치 쇄신과 개혁을 어떻게 구체화하는가에 달렸다. 이것도 그가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마찬가지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당선과 무관하게 가장 큰 정치적 자산(Political Asset)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안철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진보와 이념적 모호성을 가진 후보의 결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파괴력, 즉 효과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또 역대 단일화 사례에 비춰봤을 때 단일화가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시는지요.

지지층의 성향을 보면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측은 둘 다 개혁성향이라는 점에서 같다. 이것이 단일화 효과를 상당히 상쇄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과거 대선에서 보면 개혁집단과 안정집단이 단일화했을 때 가장 효과가 컸다. 예컨대,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15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16대)가 그렇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단일화는 개혁집단끼리의 단일화이다. 이는 박근혜 후보에게 다행스러운 구도이다. 다만 선거는 상대적이므로, 이런 단일화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지리멸열해지면 단일화한 쪽이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고, 새누리당쪽이 일사분란하게 대처해 간다면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  

단일화측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단일화 효과의 극대화일 것이다. 이것은 타이밍과 내부 설득에 달린 문제이다. 너무 빠르거나 늦어도 안되며, 단일화 직후 실망한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신제품의 성능이 탁월하지 않다면 노이즈마케팅으로 승부하게 돼 있다. 단일화직전까지 최대한 잡음을 일으켜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끌어가려 할 것이다.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측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선거 막판이 단일화의 축제로 가 버리면 난망이다. 그 보다 더 큰 이슈로 대중을 견인할 준비가 지금쯤은 진행 중이지 않을까.
  

◇역대 대선은 지역 대결 요소가 강했습니다. 이번 지역 대결의 승패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여기에 이번 대선은 세대간 대결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세대별 지지후보의 차이와 강도가 그대로 대선 표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만약 변할 수 있다고 판단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戰勝不復. 이긴 전쟁은 반복되지 않는 법이라고 孫子가 말했듯이, 실제로 모든 선거는 다르다. 흔히들 공통점만 모아서 비슷하게 설명할 뿐 실제로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후보의 행보에 의해 선거판 전체의 성질이 결정된 특징이 있다. 박 후보가 종래의 계선(界線: 보수 대 진보)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人選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다. 당명 개정, 붉은 색의 黨旗, 경제민주화나 복지 정책 등은 유권자들이 햇갈릴 정도다. 만약, 이것이 布石으로 둔 것이라면 나 같은 선거전문가는 무릎을 꿇어야 마땅하다. 솔직히 이 정도 포석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측은 미리부터 클런치 전략을 쓴 것 같다. 진보측이 두 명의 후보가 강하게 등장할 것을 알고 미리 그 쪽과 거리를 두지 않고 엉겨붙은 것처럼 보인다. 이러니 지역대결 양상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약화됐다. 지역 대결의 이슈도 없고 후보들도 지역성과는 거리가 멀다.

 굳이 말하자면 대구/경북 정도다. 정서적으로 박근혜 후보와 강하게 연결된 대구/경북이야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광주/전라는 그 반대일 것이지만 안철수, 문재인이 돼서 뛸 듯이 기쁠 일이 없을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은 누가 되든 상관없을 것이다(안철수, 문재인 모두 부산 사람).

세대 간 대결 양상은 심화돼있고 누가 되든 진 쪽 세대의 좌절감은 매우 클 것이다. 최근 세대 간에는 대략 40대 초반 이하의 진보, 40대 후반 이상의 보수로 갈리고 있으며 그 구분 연령이 점차 올라가는 추세다. 세대별 차이와 강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변화 가능성은 정책 이슈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박근혜 후보는 이미지 전략상 젊은 세대에 어필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적 혜택으로 이들을 끌어들이기는 어려움이 많다. 반면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는 고연령, 노인들을 위한 맞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마음이 흔들 릴 수 있다. 양측 모두 바닥을 유심히 살펴야 길이 보일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호남은 누구를 선택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결집력은 어떨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현재의 구도에서 변화가 없다면 당연히 호남은 문이든 안이든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밀것이다. 과거에 비해 결집력은 떨어질 수 있으나 어쨌든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면 지지할 것이다. 그 동안 안철수 후보에게 가 있던 호남 표가 최근 문재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갤럽 데일리 지표 광주/전라 8월 3주 최저 9% → 9월 4주 32%. 문재인도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생각이 호남사람들에게도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안정감과 꾸준함으로 운동을 전개해 가겠지만 다음에 안철수 후보가 어떤 카드를 꺼내게 될지 그 효과에 달렸다. 

◇이번 대선에서는 부산 울산 경남(부울경)의 정서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예상하고 계시는지요. 어느 후보가 부울경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또 부울경의 표심을 잡으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판단하시는지요.

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세대 경쟁이다. 부울경은 박 대 안, 박 대 문 경쟁에서 대략 55% : 40%(갤럽 데일리 기준)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박이 항상 55%를 유지하는 중이다. 이 정도에서 전체 지지도는 박빙 상황이다. 만약 부울경에서 안철수, 문재인이 박근혜를 이긴다면 다른 지역도 그만큼 변한 것으로 봐야 한다. 부울경이 넘어갔다기보다 세대(40대 후반)가 넘어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을 꼽아주십시오. 그리고 그 특징적 요소가 대선 결과와 국가 장래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 주십시오.

이번 대선은 지금까지 진정성(authenticity)의 경쟁이었다.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도 진정성, 신뢰에 강한(혹은 그렇게 보이는) 세 사람이 맞붙었다. 아마도 유권자들은 현 대통령과 다른 요소를 갈구하는 것 같다. 만약 후보의 '진정성'이 흔들린다면 모든 것들이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좁히고 좁혀 세 사람이 남았으니 지금부터 다른 경쟁이 시작될 때다. 兵法을 거론하자면, 道▪天▪地▪將▪法의 기준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道(비전제시), 天(외부 여건), 地(주요 이슈 선점), 將(유능한 후보와 참모진), 法(조직화)의 요소대로 새 판을 짜듯이 새롭게 진영을 구축하고 싸워야 할 것이다.

지금대로 간다면 변수는 안철수가 쥐게 되고, 박근혜도 문재인도 안철수의 행마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박도 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국가장래를 위해서는 누가 되어야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이번 대선만큼 모호하게 들린 적은 없었다. 박, 문, 안 세 명 모두가 유사한 정책으로 도토리 키재기 게임을 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현장조사를 해 보면 대선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자조적으로 그들은 '누가 되든 거기서 거기'라고 말한다. 남은 두 달 동안, 이들을 흥분시켜 투표장에 나오게 만드는 쪽이 이기게 돼 있다.
이번 선거는 '국민이 살 길(道)'을 제대로 제시하는 후보가 이기는 게임이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아직도 길(道)이 안 보인다'고 한다. 

◇대선에서는 복지 확대 정책 등 포퓰리즘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대 대선에서의 포퓰리즘과 이번 대선의 포퓰리즘은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포플리즘이 없던 선거가 있을까. 어디까지 정책 대결이고 포플리즘인지 명확치 않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나 선거 자체가 포플리즘 경쟁이 아닌가. 최근까지 포플리즘 경쟁을 말할 때 'MB와 4대강'이라는 확실한 대척점이 있었다. 포플리즘에 대한 어떠한 논리적 공격도 'MB와 4대강'으로 무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게 없어졌다. 포플리즘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거나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은 제품 뿐 아니라 선거용 아이템 조차도 회전력이 매우 빠른 나라다. 연초까지만 해도 복지, 나눔, 힐링이 대세였는데 지금 벌써 한 풀 꺾였다. 현장에 나가보면 사람들은 이런 아이템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는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돈이 얼어붙었다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각 후보별(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장단점과 그것이 선거에 미칠 파괴력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박근혜의 장점 : 후보들 중 정치경험이 가장 많다. 가장 안정적인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뢰', '원칙' 같은 이미지는 자신만의 정치적 자산이다. 스케일 큰 의사결정을 통 크게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국민을 설득해 다 죽어가던 정당도 혼자서 살려낸다. 세 후보 중 조화(調和)의 Chord(코드)로 국민을 통합할 능력을 가장 많이 가졌다.

박근혜의 단점 : 개인사와 연관되는 그래서 생래적 약점이기도 한데, 후배나 동지, 스승과 제자 같은 끈끈한 인간관계망의 구축이 어렵다. 가까운 가족이나 정치적 동지와의 신뢰관계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온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1인 지배'라는 비판이 꼬리를 잇는다. 그래서 Cord(코드)만 뽑히면 아무런 기능도 못하는 먹튀조직이 될 위험성도 단점이다.
 
문재인의 장점 : 후보들 중 가장 서민 이미지에 근접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嫡子로 정치적 프리미엄을 누린다. 특전사, 인권변호사, 민주화 운동 등의 경력과 청와대 수석,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경험도 다른 후보가 가질 수없는 그만의 정치적 자산이다.   

문재인의 단점 : 복서로 치면 아웃파이터 스타일이다. 경제나 과학 분야 등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보이고 깊이가 없다는 오해를 사기 쉬운 점이 문재인의 문제다. 태생적 한계인 '친노그룹'의 울타리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도 숙제로 남아 있다. 암호의 Code(코드)처럼 폐쇄적 조직력도 바로 친노그룹의 유산이다.

안철수의 장점 : 대중이 원하던 '强한 聖者' 이미지를 구현해 냈다. 책이면 책, 기업이면 기업, 선거면 선거까지 손대는 것마다 '대박행진'이어서 그 결과 대선 후보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비정규직 정치인'으로 '정규직 정치인'을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는 신선함이 또 하나의 자산이다. 무엇보다 백신 연구가답게 세 후보 중 전략적 사고를 가장 잘 한다. 선거판 전체의 빈틈을 파고들어 게릴라처럼 기동한다. 정규군이 가장 골치아파하는 영역을 희롱하는 특기가 장점이다. 

안철수의 단점 : 대선이라는 링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구축한 '强한 聖者'의 이미지를 얼마나 방어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정규직 정치인'답게 조직의 열세는 선거에서 큰 약점이 된다. 장점으로 보여진 외유내강 스타일이 우유부단으로 기울어지는 것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고, 대선조직을 벤처기업 창업하듯 후다닥 꾸려가는 점도 장기전이나 과도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국면에서는 倒産의 위험이 크다. 예를들어 정책개발 같은 영역은 정치경험 부족인 그가 전략적 사고 같은 거시적 테크닉만으로는 커버가 안 된다. 
 
◇대선의 최대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상한 이슈가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희한하게도 연초에 설정한 이슈들이 모두 가라앉는 중이다. 아마 지금쯤 모든 캠프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점검하고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살펴보면 대선이슈가 유권자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금의 흐름이 얼어붙은 현실을 체감하며 심리적으로는 벌써 겨울 외투를 두르고 있다. 이들에게 복지 프로그램을 아무리 펼쳐 봐도 언발에 오줌누기다. 이번 대선의 막판 이슈는 '경기부흥(景氣復興)'이다. 어슷비슷한 세 후보로 안 그래도 햇갈리는 판에, 누군가가 '당신의 지갑을 두둑히 만들어 가계부채 갚도록 해드리겠습니다'라든지, '돈을 돌게 만들어서 다 죽은 景氣를 살려내겠습니다' 거나 '돈이 돌아야 일자리가 생깁니다' 같은 '실물경제 살리기 캠페인'을 펼친다면 중간표는 싹쓸이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중간층과 서민층 모두가 자금난의 바다에 빠져 익사 직전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슈는 '경기부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고지를 먼저 탈환하는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두 달여를 남겨둔 지금으로서는 게릴라전을 펴는 안철수가 돋보인다. 과연 게릴라로 정규군을 이길 수 있을까.   

◇북한 어선의 NLL 침범 등 북한의 한국 대선 개입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풍 변수가 이번 대선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그렇다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십니까.

북풍변수가 발생해도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면 보수층 일부(약 5% 미만)만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견고한 역사관을 갖고 있는 한국 보수층은 실제로 조직력이 미약하다. SNS 등으로도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지도 못하다. 더구나 북풍 변수가 생기더라도 이를 이슈파이팅할 정당이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寡聞인지는 몰라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합심해서 북한 당국을 공박할 지도 의문스럽다. 최근 정문헌 의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비밀녹취록 폭로'건만 봐도 이슈화하는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2010년 3.26 천안함 격침 사건조차 석달도 못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확보해 내지 못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사나 북한에 대한 인식의 통합성이 약해서 북풍이 발생해도 국회의원들의 해석부터 여러갈래로 나눠지는 형편이다.

따라서 무력도발 같은 북풍은 새누리당이 유리하게 견인할 의지가 없고, 자칫 黨內에서 主和論 대 主戰論간의 대립으로 자중지란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야당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저 북한의 국제적 위상만 나빠질 뿐이다.

다만 박근혜 후보 개인에게만은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북한 공작원에게 피격당한 육영수여사, 청와대 기습을 당한 박정희 대통령을 다시금 회고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중간층의 표를 5% 내외로 움직일 뿐 야권의 지지층을 대거 이탈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그나마 이것을 확장해서 승리로 연결시킬 수 있는 '의지'가 박근혜 캠프에 있느냐 하는 것은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는 의문사항이다.
전투력(Power) = 역량(Capability) X 의지(Will) 이므로. ●


李 東 昱
1960년 釜山 生.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공공정책대학원 정치학 석사.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전문위원 역임, 선거전문가.
'이기는 선거와 현장조사'<한국갤럽 2010 이동욱․장덕현 공저>

(2006년(무소속),2009년(무소속),2010년(한나라당) 3회 선거총괄 및 3회 당선.
2006년 7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대선 전략조사 수행, 2006년 11월 박근혜 전 대표 전략조사 수행, 2007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캠프 공보특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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