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기사는 1999년12월호 월간조선에 실렸던 것이다. 최근 보안법 개정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어 재게재했다.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하여 金鍾泌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장




국가보안법으로 불편한 사람이 없는데 왜 굳이 敵前 무장해제를 강행하렵니까?



●지금 국민회의에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개정안은 실질적으로는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大同小異하다. 金총리와 자민련이 정말 보수·안보 정당이라면 보안법 개정 방침에 침묵하지 말고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것은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적 의무다



李珍雨 변호사

JP는 왜 침묵하나?

국가보안법 개정안 제안과 관련하여 자유민주연합과 金鍾泌(김종필) 총리께 한 말씀드립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어려운 역사의 전환기에 국민회의와 함께 공동 여당의 중책을 감당해 가면서 고생하고 계시는 자민련 당직자 여러분과 산적해 있는 정부의 난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불철주야로 수고하시는 金鍾泌 총리께 경의와 치하를 드립니다. 이 이상의 자상한 인사와 축복은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드리기로 하고 여기서는 單刀直入的(단도직입적)으로 현안의 문제로 우리 목전에 다다라 있는 국가보안법에 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자민련의 동반 정당인 국민회의에서는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이번 국가보안법 개정안은 그 법제정(1948년 12월1일) 이후에 일곱 차례나 있었던 어느 개정안과도 비교될 수 없는 중대한 변혁을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다음에 개정안의 내용을 살피면서 언급하겠지만 이번 개정안은 실질적으로 국가보안법의 폐지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민련은, 현재 한반도의 상황으로 봐서 현행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당론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당론은 바로 金鍾泌 총리의 신념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자민련과 金총리의 견해는 명분이나 구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것이 자민련의 양심과 신념의 선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많은 국민들이 최근 자민련의 동태를 지켜보면서 못내 아쉬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가보안법을 지켜야 한다는 확신을 피력해온 자민련과 총리께서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다름없는 개정안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태도 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양심과 實利 어느 쪽을 택하려는가


자민련 金龍煥(김용환) 의원은 1999년 月刊朝鮮(월간조선) 8월호의 인터뷰에서(기사 제목:보안법 유지는 DJP 합의-부제:『북한이 전쟁을 포기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한 보안법의 골격은 유지되어야 한다. 보안법 개정에도 상호주의가 적용되어야』)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1997년 대통령 후보 단일화 협상 당시 양당이 서로 다른 정책노선의 조율이 쟁점이 아닐 수 없었는데, 특히 보안법 문제가 민감했습니다. 양당의 견해 차이가 뚜렷했으니까요. 국민회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가칭 민주질서수호법 등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당론이었어요. 반면 자민련은 법을 악용 내지 오용하는 것이 잘못이지 보안법 자체가 왜 문제냐는 입장이었습니다. 공산당을 잡겠다는 법인데. 더구나 북한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보안법의 기본 골격을 손대선 안된다는 것이 자민련의 입장이었습니다.

양당 실무자급에서 협상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보안법 문제가 거론됐는데 정확히 말하면 자민련 쪽에서 우려를 표시했다고 해야 할 겁니다. …국민회의측에서는 자민련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이를 수용하였습니다.… 작년 초 정권 출범 이후 金대통령도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으로 일관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국가 목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존재하는 자유, 인권 등 여러 가치를 견지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체제 자체를 넘보는 세력이 존재합니다. 바로 북한 집단이지요.… 북한체제는 우리 정부를 부정하고 우리 체제 전복을 지향하는 법체계를 유지하는 등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우리만 보안법을 폐지하거나 혹은 전면적인 개정을 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은 우리 보안법 폐지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 이는 보안법이 그들의 야욕 실현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우리가 보안법을 유지해 나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와 金龍煥 의원은 대학 동기생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인품과 성격을 손금 보듯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金의원의 말에는 거짓이나 과장이 전혀 없다는 것을 나는 믿습니다. 한편 金총리께서는, 공동정권 이면사에 관해서 月刊朝鮮 기자와 더불어 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月刊朝鮮 9월호, 제목:趙甲濟 기자 독점인터뷰·金鍾泌 총리, 드디어 입 열다)

그 기사 중에서 국가보안법 개정 필요성 여부에 대한 金총리의 소견은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나는 그 의견(북한을 反국가단체로 보지 말자. 反민주단체로 보자. 또는 사실상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본질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심지어 국가보안법을 문제시하는 사람들에게 「국가보안법 때문에 무슨 생활에 부자유스러운 게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99%는 국가보안법 때문에 생활에 제약을 받거나 부자유스러운 일이 없을 겁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해,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정해 놓은 겁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국민에게는 그 법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습니다』

나는 金총리께서 평시에 피력하시던 소신으로 미루어보아, 위 기사에 실려 있는 金총리의 견해는 진심 그대로인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평이하면서도 감명 깊은 논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으로 믿습니다.

신념과 양심이 제 값을 드러내는 것은 난국에 처했을 때입니다.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국민회의에 의하여 제안되고 국론이 갈라지고 혼란이 거듭되는 이때야말로 난국 중의 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기야말로 자민련과 국무총리께서 양심과 신념의 소리를 외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자민련에 대한 지지와 총리에 대한 신뢰의 뒷면에는 金총리의 보수를 지향하는 안정추구와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신념을 높이 평가하고 신뢰하는 국민들의 성원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바쳐온 허다한 보수주의 애국시민들의 성원과 신뢰에 대한 작은 보답을 위해서라도 자민련과 金총리께서는 문제된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하여, 가·부 어느 쪽이든지 간에,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여야 할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反정부 인사 처벌法인가


우리가 지금 당장 생각해야 할 문제는 국민회의가 제안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위의 개정안은 실질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안에는 국가보안법의 개정 아닌 폐지만이 남북의 긴장·갈등을 완화하는 길이라고 하는 주장이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현 상태 하에서는 국가보안법의 死守(사수)가 우리 안보의 최후 보루가 된다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현안의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하기에 앞서서 그 법의 보존과 폐지에 관한 주장들을 비교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면 관계상 이 점에 관한 논의는 생략하고 이번에 제안된 보안법 개정안의 내용과 그 문제점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의상 보안법 폐지론자들의 주장을 열거하면서 그 논리의 當否(당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국가보안법은 反(반)정부 인사를 처벌하는 법이다」라는 주장에 대하여.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은 정부보안법이다. 이 법은 反정부 인사들을 색출하여 이들을 탄압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라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나의 경험을 공개함으로써 이에 대한 나의 견해 표명을 대신하려고 합니다.

언젠가 국가보안법에 관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모 대학의 저명한 헌법 교수가 위와 같은 주장을 토로했습니다. 「보안법은 국가안보를 빙자하여 反정부 인사를 색출하여 전과자로 만드는 법이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의 요지였습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여태까지 이 H교수처럼 공개석상에서 이처럼 격렬하게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H교수의 말대로라면 H교수는 내일이라도 당장 수사기관에 의해서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구속되고 처벌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 앞에서 분명하게 말합니다. H교수께서, 적어도 오늘 여기에서 말한 反정부 발언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만약 H교수가 오늘 여기서 한 말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의 죄로 처벌받게 된다면 나는 국회의원직과 교회 장로직을 모두 다 내놓겠습니다』

나의 이 말에 방청객들은 숙연해지고 H교수는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소위 양심범을 기소한 검사는 모두 非양심 검사?


둘째, 「국가보안법은 양심인사를 처벌하는 법률이다」라는 주장에 대하여.

이 주장은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모두 다 양심인사라는 주장과 맥을 같이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모두 부정하는 무서운 발상입니다. 이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면 양심범(국가보안법 위반자)을 기소한 검사는 非양심 검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양심범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는 부도덕 판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非(비)양심 검사와 부도덕 판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국가는 파렴치한 국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나라와 정부가 존재해서야 되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과연 양심범이라고 불릴 수 있는 囚刑者(수형자·국가보안법 위반자 포함)가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국제단체 중에는 우리나라에 양심범이 있다고 보고 있는 곳이 있는 듯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들 중에도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우리나라의 지도층 인사들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양심범의 존재를 양심적으로 시인하고 있으니, 외국기관들은 별다른 연구를 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단정을 하고 있는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앰네스티가 규정한 양심범의 개념은 「폭력을 사용하거나 옹호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념, 피부색, 성별, 인종, 언어, 종교를 이유로 구금된 자」입니다.

우리나라 교도소 안에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을 (말이나 글로) 옹호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금된 재소자」가 있습니까? 이 점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그렇다』라고 답변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떠한 신념(공산주의 신념까지 포함하여)도 말과 글로써 표출되지 아니하고 양심(?)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경우에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이치와 현실이 이렇게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눈과 귀를 막은 채, 막무가내로 『국가보안법은 양심의 자유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라는 주장이 난무하는 현실 앞에서 그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말들


셋째, 「국가보안법은 耳懸鈴鼻懸鈴(이현령비현령)」이란 주장에 대하여.

이것은 국가보안법이 법 집행자의 마음에 따라서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위험한 법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보안법은 표현의 애매성으로 말미암아 인권탄압의 도구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입니다.

법률학을 전공한 사람들 중에 이 주장을 펴고 있는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은 범죄구성 요건에 관한 한 죄형법정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형법을 읽어보면 법률을 모르는 사람도 무엇이 죄가 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법학자가 읽어봐도 무엇을 죄로 규정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말입니다.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절도죄, 폭행죄, 살인죄 등에 대해서는 개념의 혼동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배임죄, 명예훼손죄, 음화반포죄, 과실치사죄 등의 적용에 있어서는 많은 견해의 대립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학설과 판례가 훌륭한 해석기준을 제공해 주고 있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더구나 보안법 제1조 제2항은 同法(동법) 해석의 기본방향을 엄격하게 제약하고 있습니다. 또 同法 제7조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그 해석의 한계를 분명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적 배려에도 불구하고 보안법 적용에 관한 우리 검찰과 법원의 해석을 근본적으로 의심해야 한다면 우리는 차라리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국민됨을 포기하여야 옳지 않습니까?

물론 국가보안법의 잘못된 적용으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전과자의 낙인이 찍힌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再審(재심) 절차에 의하여 밝혀져야 할 문제입니다. 국가보안법의 오·남용 가능성을 同法의 폐지를 위한 명분으로 삼는다든가 보안법 위반자를 양심범이라고 부르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오·남용될 가능성은 보안법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형법과 조세법 기타 국법 전반에 걸쳐서 그 가능성은 있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문제된 법률과 그 법 집행기관의 폐지가 논의된다고 한다면 이는 無政府(무정부)·국가 해체론의 논리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무슨 限時法 논리인가


넷째, 「국가보안법은 다른 法의 활용으로 그 기능을 충분히 성취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예컨대 국가보안법상의 간첩죄(제4조 제1항 제2호)는 형법상의 간첩죄(제98조)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보안법이 폐지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무서운 함정 또는 무책임한 無知(무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형법상의 간첩죄는 敵國(적국)을 위하여 간첩 행위를 하는 경우에만 처벌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을 보안법이 「反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 격렬한 반대론을 펴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북한은 「反국가단체」도 아닌 것으로 되는데 어떻게 해서 「敵」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러므로 위 주장을 펴고 있는 사람들은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안에는 형법에 없는 많은 죄들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다섯째, 「국가보안법은 限時法(한시법)이고 개정 후 51년은 限時 시효를 넘긴 것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 주장은 너무나 환상적인 관념론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限時法」의 특징은 그 법의 「한정된 유효기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 제정 목적의 「특수성」에 있습니다. 제정 당시와 현재 우리 안보상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특히 보안법의 마지막 개정시점(1991년)보다 오늘의 안보상황은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진 것이 하나 없습니다. 이런 상황하에서 무슨 限時法 논리가 대두되는 것입니까?

여섯째, 「우리 국민의 의식과 남북의 현재 분위기는 보안법 없이도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주장에 대해서.

우리 국민이 많은 장점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무책임한 낙관주의가 널리 횡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다』는 아픈 비판을 바로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 총체적인 가치 붕괴를 무엇으로 덮어갈 것입니까? 각종 부정·부실공사, 교량과 건물 그리고 지하철의 붕괴, 환경과 언어의 오염, 이것들은 바로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현상들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슨 「높은 수준의 안보의식」을 장담할 수 있습니까? 실제로 현직 법관이 북한 함선의 서해 군사분계선 침범을 부인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북한 잠수정의 남침사건에 대해서 북한식 논리를 펴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 중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원리에 대해 악의적 비판을 가하고 미군철수 등 北(북)의 논리에 그대로 동조하는 인사들이 허다합니다. 이래도 우리의 안보의식에 문제가 없는 것입니까? 우리는 지금 대오각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북한은 얼마나 변했습니까?

북한의 최고 목표는 「무력에 의한 남반부의 공산통일」입니다. 이것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건립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뀐 일이 없는 그들의 줄기찬 지상목표입니다.

북한의 시각으로 볼 때 「남조선」에 대한 전쟁은 첫째로 「남조선 동포들을 자본가계급의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계급해방 전쟁」입니다.

둘째로 그것은 「남조선을 미국의 식민지 통치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민족해방전쟁」입니다. 그래서 그 전쟁은 「정의의 전쟁」이자 「신성한 민족의무 수행의 전쟁」이 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떠한 징조가 우리에게 평화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까. 전쟁은 우리에게 파멸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쟁 발발의 가능성이 10%에 이르게 되더라도 우리는 99%의 전쟁억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반도의 戰雲(전운)은 90%에 이르고 있는데 우리는 무슨 牧歌(목가) 같은 태평가를 부르고 있습니까? 월남 공산화의 비극을 벌써 잊었나요?


궤변 벗어난 폭언


일곱째, 「국가보안법은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의 정신에 위배되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하여.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민족과 민족의 통일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至上(지상)의 가치인 민족통일을 촉진하는 법률로 비쳐집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反국가단체」로 보고 남·북의 교류, 나아가서는 민족의 통일을 저해하는 법률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족 통일이 우리의 중요한 지표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최고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입니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가 지켜지지 아니하는 통일은 이를 배척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가 없는 통일은 그것들이 지켜지는 분단보다 못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는 우리가 생명과 운명을 걸고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입니다.

국가보안법과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그 제정목적, 적용대상 및 법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달리합니다. 그러므로 兩法(양법)이 모순과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에 있어서 兩法의 충돌문제가 일어난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북한의 고위당국자가 우리 정부요인과 서울에서 회담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그는 反국가단체의 구성원이므로 그와 회합하는 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보도를 통하여 反국가단체의 구성원이 서울에 온 것을 알게 된 모든 국민은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아니하면 불고지죄로 처벌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궤변의 범위를 벗어난 폭언입니다. 국민을 우롱하는 선동이자 망언입니다.



(1)서론

이번에 제안된 국가보안법 중 개정법률안은 同法 중 6개 조항에 대해서 수정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중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베풀어야 할 부분은 3개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부분이 同法 제2조 反국가단체 개념규정(정의)의 수정이고, 둘째 부분은 同法 제7조 찬양고무죄의 대폭삭제이고, 마지막 셋째 부분은 同法 제10조 불고지죄의 삭제입니다.


(2) 反국가단체 定義(제2조)의 수정

현행법 제2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법에서 『反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 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개정안은 위 규정 중 「정부를 참칭하거나」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정하려는 이유는, 제안자의 설명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현행규정은 북한을 정부를 참칭한 反국가단체로 규정한 바, 남북기본합의서, 남북교류협력법 등과 상호모순됨.

②북한이 대한민국의 政體(정체)를 부정하지 않고 상호 인정한다면 대화와 협력의 관계로 되어 反국가단체적인 성격을 배제할 필요성이 대두됨.

③따라서 제2조 反국가단체의 定義(정의)를 국가를 변란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규정하여 현재의 변화된 남북 관계상황에 맞게 개정해야 할 것으로 사료됨>

이 개정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개정안대로 수정이 되면 북한은 反국가단체가 아닌 것으로 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보안법 제2조의 개정목적이냐?』라는 질문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제안자의 실무진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합니다. 개정안에 의하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反국가단체로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을 反국가단체로 봐야 한다는 사실이 보안법의 유일 배타적인 존재이유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反국가단체에서 제외되는 것이라고 하면 보안법은 존립할 이유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개정안에 의하더라도 북한이 여전히 反국가단체로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왜 이 혼란을 자초하면서 보안법 개정을 강행해야 합니까?

그리고 국가보안법, 특히 同法 제2조의 反국가단체 定義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상충한다는 위 개정 이유 ①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얼토당토 아니한 것입니다. 북한을 反국가단체로 봐서는 안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북한을 反국가단체로 보는 경우에는, 북한이 무엇을 하든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황을 가리지 아니하고 항상 「反국가단체」로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해석입니다.

민사상의 책임이나 행정상의 책임은 지위와 이름 때문에 져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부의 장관이 그 직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민사 행정상의 책임을 지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장관이 그 불법행위에 가공을 하였는가 또는 이것을 알고 있었는가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장관이라는 이름과 지위 때문에 그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정치적 책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형사상 책임은 위의 책임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 형사책임의 실체입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행위를 하는 때에만 反국가단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와 협상을 하기 위해서 회의장소에 나와 있는 경우에는 우리의 대화자입니다. 공동의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우리의 동반자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일을 하는 동안 그들은 「反국가단체」가 아닙니다. 통일정책을 포기하지 아니하는 한 우리에게는 국군과 함께 국가보안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상호간의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는 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 형법은 우리를 「反국가단체」로 보고 있는 것(제54조 제2호)은 물론 「적」 또는 「원쑤」로 규정(제52조의 제1호, 제53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남북교류협력에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 우리의 「反국가단체」 규정만이 문제가 된다는 말입니까?

「反국가단체」란 어휘는 논리적으로 사물의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지만 「적」이나 「원쑤」라는 어휘는 감정적으로 「증오」와 「저주」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들의 「적」과 「원쑤」는 엄존하고 있는데 우리의 「反국가단체」만은 곤욕을 치러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3)찬양·고무 등 행위(제7조)의 개정

법개정안은 제1항(단순찬양, 고무행위 처벌규정)을 삭제하고 그 대신 「③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는 규정만을 존속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허위사실 유포」(제4항), 「불법 표현물 제작·판매」(제5항), 「그 미수범」(제6항), 「예비·음모」(제7항)는 삭제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개정하려는 이유를 제안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①보안법 남용의 소지를 배제하려는 국민정서에 부응 ②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 ③친북적 성향의 확산방지>

그러나 위 개정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안법 개정 반대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위 세 가지 이유는, 역설적으로 보안법의 근거로 쓰여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찬양·고무죄의 삭제와 관련된 근본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제안자도 인정하고 있듯이,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92% 내지 95%는 同法 제7조 위반으로 구속·처벌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제7조가 실질적으로 삭제(폐지)되는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자는 현재의 5% 내외의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그 5%의 보안법 위반자를 처벌하기 위하여 이렇게 말썽 많은(?) 국가보안법과 그 법을 위한 특별수사기관을 존속시켜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또 한편으로는 찬양·고무죄에 대한 수사가 단순히 해당 범죄의 처벌에만 쓰인 것이 아니라 단체구성죄, 간첩죄 등의 수사단서로서 크게 쓰여졌는데 이 기능을 어디서 찾아야 합니까?

마지막으로 보안법 개정안 제7조의 또다른 문제점을 살펴봅니다. 개정안은 개인이 행하는 反국가단체의 찬양·고무 행위는 죄가 되지 아니하고(뒤에 추후설명을 합니다) 그러한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여 이를 행하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형벌질서의 근본을 깨뜨리는 입법태도입니다.

같은 범죄를 한 사람이 하는 경우와 2인 이상이 하는 경우를 구별하여 전자는 범죄로 보지 아니하고 후자만 범죄로 다루는 형벌제도를 어디서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한 사람이 하는 절도나 두 사람 이상이 하는 절도는 모두 다 「절도죄」로 처벌하는 것이 형법의 정신입니다.

다만 입법기술상 前者(전자)는 단순절도죄(형법 제321조)로, 後者(후자)는 특수절도죄(동법 제331조 제2항)로 처벌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므로 범죄행위에 가공하는 사람의 수를 범죄의 구성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하는 법체계를 가진 나라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아니하고 하나도 없습니다. 왜 우리가 이런 부끄러운 법제정의 효시를 장식해야 합니까?

국민회의는 개인이 하는 反국가단체 찬양·고무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죄로 처벌하게 되어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의 형벌질서를 파괴하는 잘못을 범하는 일이 됩니다. 「경범죄」는 「범죄의 예방, 공공의 안녕 질서유지 등 경찰목적의 달성」을 위해서 제정한 「가벼운 죄」입니다.

우리 체제를 폄하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공공연하게 찬양하는 행위가 어떻게 해서 「범죄예방」과 관련된 것입니까?

「경찰목적의 달성」을 위해서 그것을 제지해야 할 일도 아닙니다. 그것 자체가 「범죄행위」이고 따라서 「형벌권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金총리께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국민들은, 그 법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가지지 않습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 법」이란 바로 「보안법 제7조」를 뜻하는 것이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바로 「국민들이 관심도 가지지 아니하는 제7조」를 「남용의 소지가 많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붙여서 공동여당이 개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정이유에서 밝히고 있듯이, 제7조는 그 조문 자체로서, 속칭 독소조항이 아닙니다. 다만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것뿐입니다. 과거의 군사독재 정부는그 법을 그렇게 오·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정부」는 그런 「나쁜 버릇」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 아닙니까?

국민들도 그것을 믿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부」가 이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현 정부도 그 조문을 그대로 두면, 이를 남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백하고 있는 것입니까?


(4) 불고지죄(제10조)의 삭제

법개정 제안은 불고지죄 규정삭제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개진하고 있습니다. 「법 제10조는 침묵의 자유, 즉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를 폐지한다」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 논리는 부모, 형제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사실을 수사기관에 고지하는 것은 인륜에 反한다는 주장을 밑바닥에 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실정법 질서의 핵심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은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위 논리를 따르게 되면 자기범죄에 대한 신고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인륜과 양식에 反할 뿐 아니라 침묵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교통상황은 사고를 낸 운전자의 자진신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운전자의 침묵의 자유(?)가 제약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상의 고지의무 부과는 입법정책의 産物(산물)입니다.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이 국민들에게 고지의무를 부과했다는 말입니다.

법률제도의 실체적 효과에 관한 입법 정책상의 문제를 관념적인 원칙론으로 승화시켜서 목적론적 흑백논리로 전개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태도입니다.

불고지죄의 규정을 두는 것이 좋은가 나쁜가 하는 현실적 효과의 문제를 가치와 이상의 문제인 양심의 자유와 인륜의 문제로 변질시키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것입니다.

불고지죄의 완전폐지론자들도 그로 인한 혼동을 인정하고 있는 듯합니다. 죄질이 나쁜 불고지죄는 형법상의 범인은닉죄(형법 제151조)로 처벌하면 되기 때문에 불고지죄 폐지로 인한 혼동은 일어나지 아니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형벌법규의 행위론에 대한 착오에서 나오는 주장입니다.

불고지죄는 일정한 사항을 「수사기관 등에 고지하지 아니하는」 不作爲犯(부작위범)입니다. 범인은닉죄는 일정한 범인을 「은닉 또는 도피케 하는」 作爲犯(작위범)이므로 불고지 행위는 여하한 경우에도 범인은닉죄를 구성하지 아니합니다. 그러므로 위의 논리는 무지의 논리가 아니면 무책임의 논리입니다.

불고지죄 폐지론자들은 이렇게 주장하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밥상에서 요즈음 金正日(김정일)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을 들은 아들이 그것을 신고하지 아니하였다고 처벌하는 것은 非인도적인 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 신고하지 않은 아들을 처벌한 일은 전무합니다. 이러한 거짓 사례를 들어서 불고지죄의 非윤리성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악의적인 것입니다. 아들이 불고지죄로 처벌받는 경우는 아버지가 간첩행위를 하거나 非국가단체를 구성하고 활동하는 것을 알면서 신고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국가의 안보가 인륜에 앞서야 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결국 불고지죄의 삭제는 「법개정 이유」의 면에서나 他(타)법률과의 대비면에서나 보완대책론의 면에서나 아무런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형법에는 죄형 법정주의를 파괴하는 인권탄압적 규정과 유추해석의 허용(제10조), 불고지죄(제55조), 형벌연좌제(제70조), 형벌의 소급적용(제17조), 공소시효제도의 배제(제60조) 등의 규정이 아무 저항 없이 엄존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이렇게 악의적인 해석을 가해서 敵前(적전)에서의 안보무장 해제를 강요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맏형론」으로서는 결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


(5) 맺음의 말씀

金鍾泌 총리께서 이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점에 대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金총리께서는 제 주장에 대해서 공감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제 글은 평시 金총리께서 주장하시던 소신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렇다고 하면 보안법 개정에 관한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낭비되기 전에 金총리께서 가지고 계시는 소신을 피력해 주시기 앙망합니다.

그것이 어렵다고 생각되시면 이번 보안법 개정안에 대해서 국민의 여론이 굴절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言路(언로)를 열어 주셔서 자유스러운 토론과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법 개정안의 제안을 계기로 머릿수와 고함과 피켓·플래카드를 통해서 「인민재판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아니하다고 하는 사실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金총리께 감사와 치하를 드리는 한편 평강과 건승을 기원하면서 펜을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