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조선일보는 <합참의 합동지휘통제체계에 우리 군부대의 위치와 병력 등이 잘못 입력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밝혀졌다>고 보도하였다. 33개 부대가 북한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입력되었고, 한 사단은 戰車의 숫자도 잘못 적혀 있으며, 작년에 추락하여 폐기 처분된 공군 전투기 석 대는 아직도 가동중인 것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또 <한국교육방송공사의 수능강의 교재에서 오류와 오탈자 64건이 발견되어 일부가 재발간되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의 칼럼 '오자(誤字)'는 <두 달 전엔 대한민국 미술大展에서 서예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에 오자가 두 개나 드러났었다>고 썼다.

한 대학교에서 나온 계간지를 읽어보았더니 誤字가 한 페이지에 하나꼴이었다. 디자인은 근사하지만 誤字 투성이인 팸플릿이 숱하고 인터넷의 文法에 맞지 않는 글과 誤字는 너무 많아 지적하기도 피곤하다.

이런 誤字 입력이 군사무기체제나 항공기 운항 때, 그리고 조선소 등 작업현장에서 생기면 人命손실 등 대참사를 부를 수 있다. 요사이 부쩍 誤字가 많아진 데는 아래와 같은 배경이 있다.

1. 語彙力이 약해졌다. 登極이 1인자 자리에 오름을 뜻한다는 걸 모르고, 기자들이 예사로'중국 경제 2위로 등극'이라고 쓴다. 漢字語를 漢字로 쓰지 않아 정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다.

2. 誤字나 非文(문법에 맞지 않는 글)이 얼마나 창피한 것임을 느끼기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 말로 먹고 사는 언론, 출판, 학계 종사자들이 문법과 맞춤법의 엄격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어는 漢字와 한글을 혼용하여야 정확하게 표현된다'는 한국어 문법의 1조를 무시하니 다른 규칙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憲法을 무시하면 국민들은 법규를 지키지 않는다.

3. 한글專用은 한국인의 언어능력을 감퇴시키는 게 확실하다. 그 결과로 교양 없는 저질 국어를 쓴다. 人性이 나빠진다. 고급 문서 해독력이 文明국가중 꼴찌이다. 이는 전문분야와 학술분야의 발전에 치명적이다. 중국의 人名과 地名을 현지발음으로 표기하여 중국에 대한 이해를 막는다.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에 대한 정보 접근을 어렵게 만든 결과는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피해로 나타날 것이다.

4. 무엇보다도 한글專用은 언어를 소리나 암호로 전락시킨다. 이는 깊은 思惟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文明化가 중단되고 原始化가 시작된다. 원시인은 언어능력이 부족하여 소리를 많이 질렀다. 인간의 출세는 그 사람의 어휘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나라의 발전도 국어력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하고 교양 있는 국어를 쓸 수 없게 만든 한글專用, 그런 反문명적 풍조를 확산시킨 게 언론, 학계 등 한국어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었다는 데 한국의 절망이 있다.

5. 한국은 눈에 보이는 분야에선 발전이 이뤄지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에서 결정적 퇴영이 진행중이다. 이를 국가적 문제로 인식해야 할 대통령, 교과부 장관, 기자들, 학자들이 한글專用을 더 확산시키니 희망이 없는 나라이다.

6. 언어는 생각을, 생각은 행동을 결정한다. 한글專用化된 한국어는 소리와 암호이니 이를 일상적으로 쓰면 개념이 없는, 부정확한, 시끄러운, 애매모호한, 뿌리가 없는 정신세계를 갖게 될 것이다. 행동도 닮아갈 것이다. 사회도 나라도 따라갈 것이다. 誤字에 대하여 부끄럼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부정확에 대하여, 더 나아가서는 부정직에 대하여, 부패에 대하여 부끄럼을 느끼지 않는 정신상태의 한 표현이다. 한글專用으로는 한국이 죽었다가 깨어나도 文明국가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한글專用에 의하여 언어가 암호로 변한 후엔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소통'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암호로 意思를 서로 소통할 순 없기 때문이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는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수 없다. 漢字말살은 反민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