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신문을 두 번 본다. 우선 각 기사의 크고 작은 제목들을 훑어보고 그 기사를 자세하게 읽어봐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그제야 본문을 꼼꼼하게 읽는다. 기사제목의 중요성이 거기에 있다. 제한된 글자 수로 독자의 흥미를 끎과 동시에 기사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의 6월9일자 A27면(증권)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주제목: ‘자문사 빅4, 현대重(브레인)·엔씨(창의)·삼성전자(HR)·LS(코스모) 새로 담았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기사 본문을 읽어보니 전문적인 투자자문활동을 하는 4개의 대형회사(브레인, 창의, HR, 코스모)가 5월 調整場(조정장·株價가 일시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장)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대중공업·호남석유화학·삼성전자·LS 등을 보유종목에 새로 편입했고, 자동차·화학·정유 종목을 대거 매도하고 있다는 주식시장의 소문과 달리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한국경제신문〉은 경제 전문 일간신문으로 대부분의 독자가 ‘자문사’나 ‘조정장’ 등 어느 정도 경제(주식)용어에 익숙해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자문사’보다는 ‘諮問社’가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볼 수 있는 회사라는 판단을 하기 좋고, ‘조정장’보다는 ‘조정場’이 증권거래 시장을 연상하기 쉽다. 위 기사에서는 ‘현대중공업’을 ‘현대重’으로 표기해 두 글자를 줄이고 동시에 ‘重工業(중공업)’을 떠올릴 수 있게 했다. 부제목의 ‘차·화·정’도 자동차·화학·정유를 줄여 쓴 것으로 ‘현대重’처럼 ‘車·化·精’으로 쓰는 쪽이 독자의 이해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주제목: ‘諮問社 빅4, 현대重(브레인)·엔씨(창의)·삼성전자(HR)·LS(코스모) 새로 담았다’

부제목: 조정場 포트폴리오 재편 살펴보니

 車·化·精 여전히 보유… HR·코스모, 하이닉스 늘려

이렇게 적절히 한자를 이용하면 독자가 제목을 읽고 내용을 연상·추측해내는 시간이 더 짧아질 수 있고, 이는 독자가 읽을 기사를 판별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편집자 입장에서도 한자를 사용함으로써 글자수도 줄이고 의미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니 一石二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