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代를 타도하는 기성세대의 쿠데타를 제의한다
요사이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아이들(10대)이 버릇 없다는 불평을 많이 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버릇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버릇이 없다는 것은 어른들을, 이웃들을,
친구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이 최고이고 그 누구한테도, 즉 아버지나 선생
님한테도 굽힐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면, 그 생각이 교양이나 규율로써 견제되지 않는
한 버르장머리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정에서 아이들은 권력을 잡은 것이다. 가정뿐인가.
학교에서도 요사이는 열린 교육이라 해서, 인성 교육이라 해서 아이들을 자유방임하는 것이
진보인 것처럼 인식되는 실정이다. 이런 교육 풍조로 해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
아야 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 10대들은 시장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장의 권력자가 된 것이다.
어른들이 주는 돈으로써 그들은 시장의 패션을 주도한다. 동대문 시장의 주인은 10대라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 잡지도 10대 취향을 반영하지 않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 신문도 漢字
(한자)를 모르는 10대 독자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한자를 거의 쓰지 않고 있다. 그렇
게 하는 것이 우리 문화의 전반적인 수준을 저질화시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 시장을 장
악하고 있는 머리수 많고 구매력 많은 10대에게 아부하는 것이다. 가정, 학교, 시장에서
권력을 잡은 10대는 오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권력자이니까.
우리 나라 가정에서 아이들은 2 - 3명밖에 되지 않는다. 부모 입장에서는 모두가 귀한 아
이들이다. 그러다가 보니까 아이들을 황태자나 공주처럼 키웠다. 인간이란 것은 공짜로 들
어오는 혜택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악습이 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많은 도
움을 받고도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청소년들은 어른들에 대
한 공경심이 세계에서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어른들이 그렇게도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데 막상 아이들은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니?
아이들을 돕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우선 공짜로 용돈을 너무 많이 주었다. 아이들이 잘
되도록 돕는다는 명분 밑에는 부모들의 이기심이 숨어 있었다. 자신들의 자존심을 위해서,
자신들의 老後 보장을 위해서 아이들을 혹사시키고 공부시키고 호강시킨 것이 아닐까. 자신
들 어른들의 행복 추구에 있어서 도구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아무리 호강을 하더라도 고
마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의 버릇을 고치는 방법은 있는가.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줄여야 한다. 용돈
을 줄 때도 노동이나 봉사의 代價로서 주어야 한다. 아버지의 구두를 한 달 동안 닦으면
100000원을 준다든지, 알바이트를 하게 하든지, 자원봉사를 하면 용돈을 준다든지, 아니면
마당에 나무를 심으면 얼마를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공돈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공
돈을 헤프게 쓰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는 수가 많다.
기성세대는 자신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자신의 교양을 높이기 위해서 월간조선
도 사 읽고, 수준 높은 공연도 구경하며, 의미 있는 예술 활동에 기부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젊은이 위주의 대중문화가 저질화되는 것을 막고 수준 높은 기성세대의 고급문화가 그
사회를 이끌 수 있는 것이다. 10대를 위해 무작정 돈을 쓰기 시작하면 10대는 金力을 독점
하게 되며 이는 필연적으로 문화 수준을 하향 평준화 시킨다.
기성세대가 가진 재산은 무엇인가. 나이, 돈, 직위이다. 나이가 많으니 가정에서 자녀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 직위가 높으니 직장 부하들을 잘 교육, 지도해야 한다. 돈이 많으니 나
라를 위해서, 고급문화를 위해서, 자신의 교양을 위해서 쓸 수 있다. 이렇게 해야 기성세대
는 버릇없는 10대에게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10대를 끌고 가고 가면서 우리 사회의 주인
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기성세대가 버릇없는 10대를 타도하고 한국 사회의 수준과
교양과 권위를 회복하는 길인 것이다. 버릇없는 아이들을 만든 것은 용기도 교양도 없는 어
른들인 것이다.
버릇 없는 권력자 10대를 타도하자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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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19, 17:30